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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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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복, 만세! 만세! 만세! 성복초등학교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성복, 만세! 만세! 만세! 오는 월요일, '성복샛별잔치'를 열겠다고, 여러 선생님이 일하시는 모습들을 보고 퇴근하는 길이었습니다. 내일이 벌써 토요일이므로 마음이 급하겠지요. '해오름길'( '해오름길이라니……' 하셨지요? 지난봄, 어느 학모님께 우리 학교 환경 조성 문제에 대해 자문을 구했는데, 그분은 학교 이곳저곳과 학교 오는 길에 대하여 아름다운 이름들까지 지어오셨습니다. 언제 그 이름들을 한꺼번에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우선 '해오름길'만 말씀드리면, 우리 성복 아이들이 학교로 오는 그 오르막길은 희망을 향해 오르는, 그런 성격의 길이므로 당연히 '해오름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답니다) 저 아래쯤에서 웬 여성 한 분이 - 아주머니인지 할머니인지 자세히 파악하지는 못.. 2007. 8. 29.
클레어 릴리엔탈Claire Lilienthal 초등학교에 대하여 성복초등학교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클레어 릴리엔탈Claire Lilienthal School 초등학교에 대하여 미국 아이들은 아침에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이륙했는데, 이곳 시간으로는 다시 아침에 인천국제공항에 내려 버스를 타고 우리 학교 교문에 닿았습니다. "클레어 릴리엔탈의 우리 학교 방문을 환영합니다." 이런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그 아이들은 인천공항을 보고 이미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좀 바꾸었지만, 우리 성복동 골짜기에 웬 아파트가 이렇게 많은지 호기심을 가졌고, 그들의 부모에게 저 아파트에도 가보는지 묻기도 했습니다. 우리 학교 아이들과 교직원, 학부모들은 버스에서 내린 그들이, 마음속에 그렸던 미국인과는 다른 모습들을 보며 당혹스럽기는 했지만(한국계가 반이고 그 나머지가 유럽계, 라틴계, 아.. 2007. 8. 29.
기계적 암기 위주의 교육에 대하여 학부모님께 드리는 편지 기계적 암기위주의 교육에 대하여 지난 10월 중순부터 열리고 있는 우리 학교의 체험사진전을 보셨습니까? 아직 보시지 못한 분이 많을 것 같아서 지금도 그대로 두었으니 잠깐만 기회를 내어 꼭 한번 와 보시기 바랍니다. 문제부터 풀어봅시다. "눈이 내렸어요. / 하얀 눈이 내렸어요. / 지붕에도 장독대에도 / ( ) 내렸어요"의 ( ) 안에 알맞은 낱말을 답하실 수 있습니까? 그야 당연히 '소복소복'이 아니냐고 하시겠지요. '많이많이' '엄청나게' '아름답게'는 어떨까요? 또, '저만큼이나' '다 같이' '몰래몰래' '두껍게'는 어떨까요? 한 문제 더 풀어볼까요? "토끼가 ( ) 뛰어갑니다"의 ( ) 안에는 어떤 말이 어울릴까요? 당장 '깡충깡충'이라고 하시겠지요. '살짝살짝' '요렇.. 2007. 8. 29.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게 하기 위하여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편지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게 하기 위하여 교사들과 아이들이 다 돌아간 저녁, 운동장 놀이 기구 주변에서 서너 명의 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그때, 한 여자아이가 제 동생인 듯한 남자아이 곁에서 - 얼핏 보면 둘 다 같은 나이일 것 같은데도 - 연방 "조심해, 조심해." 걱정하는 말을 들어보셨겠지요. 아니라면, 어디 온천에 가셨을 때 이런 모습은 보셨습니까? 형인 듯한 아이가 온탕의 둘레에 걸터앉은 제 동생의 손을 붙잡고 "들어와 봐. 괜찮아. 봐, 괜찮잖아. 자, 어서 들어와 봐." 그 운동장 가의 누나나, 온천의 형인 듯한 아이나 제 집에서는 동생이고 뭐고 곁에 오는 것조차 귀찮아할 때가 흔하며, 때로는 아무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 다투기도 한.. 2007. 8. 29.
국립중앙박물관에 가시거든 조금만 보여주세요 학부모님께 드리는 편지 국립중앙박물관에 가시거든 조금만 보여주세요 어제 용산의 새 국립중앙박물관이 문을 열었답니다. 신문을 보았더니 "9만3천 평 부지에 연면적 4만6백 평, 건물 전체 길이 404m! 연면적으로 치면 세계 6대 박물관 규모이며, 단일 건물로 이뤄진 전시장은……."(조선일보, 2005. 10. 24) 등등 자못 감격적인 문장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다른 면을 보았더니 이 박물관을 제대로 다 보려면 11시간이 걸리며, 박물관에 다녀왔다는 생색을 낼 사람을 위한 40분 짜리 코스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국립중앙박물관이 경복궁 안에 있을 때 점심을 얼른 먹고 잠깐씩 들린 적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부족하여 한 전시실에만 들어가 오늘은 이 유물, 내일은 저 전시물을 택하여 '저것이 왜 국보일까.. 2007. 8. 29.
어머니 예찬禮讚 - 부끄러움도 모르는 아름다움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63 어머니 예찬禮讚 - 부끄러움도 모르는 아름다움 - 호미도 날히언마라난 낟가티 들리도 업스니이다 아바님도 어이어신마라난 위 덩더듕성 어마님가티 괴시리 업세라 아소님하 어마님 가티 괴시리 업세라 (아래아를 표시할 줄 몰라서 읽히는 대로 표시함) 고등학교 시절에 배운 고려가요입니다. 『시용향악보時用鄕樂譜』『악장가사樂章歌詞』에 실려 전해지며, 어머니의 사랑을 낫에 비유하여 예찬합니다. 목주木州 지방의 한 착한 처녀가 부모님 눈 밖에 나서 산골 노파에게 의탁하고 지극히 봉양하며 그 아들과 결혼하여 잘 살게 되었는데, 바로 그 처녀가 부른 사모곡思母曲이라고 합니다(삼성문화재단, 『문화와 나』 2006 겨울호, 7쪽). 지난 13일 오후, 수원중소기업센터 국제회의장을 빌려 우리 .. 2007. 8. 29.
교장이 할 수 있는 일, 할 수 없는 일 ⑵ - 이 초겨울의 단상斷想들 -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62 교장이 할 수 있는 일, 할 수 없는 일 ⑵ - 이 초겨울의 단상斷想들 - ♠ 지난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는 교육부의 '깨끗한 학교 만들기' 사업비 238억8700만원의 예산안 편성을 둘러싸고 의원들과 교육부간에 설전舌戰이 벌어졌답니다. 교육부에서는 전국 초등학교(5733교)와 특수학교(143교)에 1명씩의 청소용역인력 비용을 지원하려고 처음으로 2007년 예산안을 편성했지만, 예결위 위원들은 '전액 삭감' 주장을 펼친 것입니다. 신문에 난 발언들을 모아보았더니 다음과 같습니다. "청소도 교육의 일종인데, 학교는 당연히 학생이 청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국회의원) "요즘 초등학생들이 집에서도 청소를 안 해서…"(교육부) "학교가 공주병, .. 2007. 8. 29.
교장이 할 수 있는 일, 할 수 없는 일 ⑴ - 이 초겨울의 단상斷想들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61 교장이 할 수 있는 일, 할 수 없는 일 ⑴ - 이 초겨울의 단상斷想들 - ♥ '성복축제, 누구를 위한 축제입니까' 그 편지를 드리고 난 뒤 그렇게 쓰던 시간의 참담한 정서가 이어져 한 이십일 침잠沈潛을 거듭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내년에는 다시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모아서 그야말로 새로운 면모를 보여드리고 싶다는 것이지만, 기묘하게도 아이들은 철이 없어 그런지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것들인지 그래도 그날 혹은 들떠서 지내던 그간의 일들을 그리움으로 되새기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참담한 느낌과 달리 아이들만은 그 기억을 고운 꿈으로 엮어가기를 기원할 뿐입니다. 역시 교육은 어렵다는 사실을 덧붙여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가령, 몇 날 며칠을 연습하여 일사불란하게 진행하는.. 2007. 8. 29.
성복축제, 누구를 위한 축제입니까 - 진솔하신 비판에 대한 참담한 변명 -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60 성복축제, 누구를 위한 축제입니까 - 진솔하신 비판에 대한 참담한 변명 - 더러 칭찬도 받으며 지냈습니다. 그러나 그걸 공개하지는 않았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만, 또한 '사람을 망치는 독'이라는 것에 더 유념하고 싶었습니다(칭찬하는 것은 칭찬받기 위해서일 뿐 - 라로슈푸코). 그러다가 이번에는 싫어도 공개해야 할 메일을 받았습니다. '이 일을 어떻게 하나' '앞으로 잘해 나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도 했지만, 아무래도 공개하는 것이 자신에게나 아이들에게나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우선 그 내용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성복축제, 누구를 위한 축제입니까? 교장선생님께 기대가 컸던 만큼 전 지금 무척 실망하고 있습니다. 오늘 아이들을 보며 전 전.. 2007. 8. 29.
단편적 지식 암기교육에 대한 단상斷想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58 단편적 지식 암기교육에 대한 단상斷想 ▶ 취업포털 인쿠르트는 1년 간 각 기업의 면접시험문제 5천여 건을 분석하여 그 중 가장 흔한 유형을 '선택형'과 '무인도형'으로 정리했답니다. '선택형'이란 '버스에 앉아 있는데 임산부, 다리를 다친 학생, 할아버지, 짐이 많은 아주머니가 탔다면 누구에게 먼저 자리를 양보할 것인지, 또 그 이유는?', '무인도형'이란 '홀로 무인도에 남겨진다면 가지고 갈 물건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이 대표적이랍니다. 그 외에도 '왜 지원자들은 검은색 정장만 입는가?'와 같은 문제도 있더랍니다. 당연히 사고력이나 창의력, 상상력이 필요한 질문들입니다. 놀랄 필요 없습니다. '미국 전역의 소방전이 몇 개인가를 이 자리에서 알아맞히라'는 시험문제.. 2007. 8. 29.
그 봄날의 희망과 기대를 되돌아보며 학부모님께 드리는 편지 그 봄날의 희망과 기대를 되돌아보며 아침저녁으로 오르내리는 학교 길의 가로수들만 바라보아도 '가을이 깊었구나' 싶었는데, 지난주에는 설악산 대청봉에 벌써 올해의 첫눈이 내렸다는 기사를 보며 아직은 고운 가로수들의 그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계절은 늘 기대보다는 앞서가고 오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 지난봄 아이들이 한 학년씩 오르고, 5월의 그 운동장에서 올해의 대운동회를 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저는 그 날 학부모님들과 함께 하루를 즐기는 나의 아이들을 바라보며 '올해는 정말로 보람 있게 보내야겠다'는 각오와 결심을 새롭게 하고 있었습니다. 더구나 그 날은 아무런 의사 표시를 하지 않았음에도, 몇몇 학부모님께서 가지고 계신 비상금을 발전기금으로 내놓으셔서 특별한 용기를 주시.. 2007. 8. 29.
가르친다는 구실로 방해할 것이 아니라, - 이 아이들 곁으로, 마음으로 다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57 가르친다는 구실로 방해할 것이 아니라, - 이 아이들 곁으로, 마음으로 다가가야 하는 이유 - 시 한 편 보시겠습니까? 아, 저, 하얀, 무수한, 맨종아리들, 찰박거리는 맨발들. 찰박 찰박 찰박 맨발들. 맨발들, 맨발들, 맨발들. 쉬지 않고 찰박 걷는 티눈 하나 없는 작은 발들. 맨발로 끼여들고 싶게 하는. '비' - 황인숙(1958∼ ) ▶ 이유 1. 저 쪽에서 그 복도를 사정없이 뛰어오는 한 여자 애를 보았습니다. 그걸 막으려고 두 팔을 벌리고 섰습니다. 그러나! 그 아이는 걸음을 멈추기는커녕 '팔짝' 뛰어오르는 순간 두 팔로 제 목을 감았으므로 '우리'는 그만 더없이 다정한 사이가 되어 얼굴을 맞대었습니다. "조심해. 넘어지면 큰일이잖아." 귓속말을 하고 내려놓.. 2007. 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