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3359 미치 앨봄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공경희 옮김, 살림 2016 사회학 교수 모리 슈워츠가 루게릭병으로 죽어가면서 삶과 죽음의 의미를 그의 제자 미치 앨봄을 통해 전한다. '과연 우리에게 얼마만큼의 시간이 남은 것일까?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하나? 치료비는 또 어떻게 충당하고?''세상이 멈춰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저 사람들은 내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나 있을까?'(37) 우리 교수님은 미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앵커맨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테드, 어느 날 누군가 내 엉덩이를 닦아 줘야만 한다는 사실이 가장 두렵소."(56) "마음을 나눌 사랑을 찾았나?""지역 사회를 위해 뭔가를 하고 있나?""마음은 평화로운가?""최대한 인간답게 살려고 애쓰고 있나?"(69) 그들은 O. J. 심슨과.. 2025. 6. 21. 누가 날 믿고 자고 가겠나 고양이는 15~20년을 살지만 길고양이는 3~7년을 산단다. 겨우 1/3...그건 길고양이도 보살펴주면 더 살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 고양이 전문가(고양이네 집사?)에게 문의하면 금방 알아낼 수 있겠지?난 그게 아주 궁금하진 않고 몇 년간 살펴보기로 그들의 세대교체가 엄청 빠르다는 걸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에 수명에 대해 간단히 찾아보았을 뿐이다.요즘 저곳에는 고양이들이 다섯이 몰려다니기도 하지만 대개 셋이 다닌다.그 셋 중에서는 이 녀석이 제일 어리다. 나는 녀석들의 나이를 모른다. 다른 녀석이 식사를 하고 있을 때 저 녀석이 다가가면 큰 녀석이 위세를 떨쳐서 저 녀석은 한동안 그저 바라보기만 해야 한다.이 녀석은 혼자 왔다가 먹이통이 비어 있으면 거실 창 너머로 들여다본다. "할아버지, 지금 .. 2025. 6. 19. J. L. 카 《요크셔 시골에서 보낸 한 달》 J. L. 카 《요크셔 시골에서 보낸 한 달》A Month in the Country이경아 옮김, 뮤진트리 2022 오랜만이야.몇십 년을 기다려 내게 온 느낌으로 이 소설을 읽었어. 파스샹달 전투(1917)의 후유증으로 안면을 실룩거리는, 가난하고 순수한 청년, 런던 출신 톰 버킨이 석회에 파묻힌 시골 마을 교회의 중세 벽화를 복원하는 일을 맡아 그 벽화('최후의 심판')의 아름다움에 몰입하여 지낸 여름 한철의 얘기야. 버킨은 그 시골 마을을 사랑했고, 그곳 사람들과 꿈결처럼 따뜻하게 지냈어.'따뜻한 사람들'의 유일한 예외가 있어. 벽화 복원을 맡긴 목사 키치야. 그는 '신에게 자신을 바친 사실로 동료 시민을 대하는 태도에서 보이는 인간적 결함을 변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유형의 인간이야. 버킨은 .. 2025. 6. 17. 하지 즈음 여름날 오후 2025년 6월 14일 토요일 갬.나무들마다 한여름 햇살을 즐기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들이다. 먼 곳 나무들도 또렷이 보인다.반짝거리며 재잘거리는 소리가 별빛 밝은 밤 개구리 소리처럼 들려올 듯하다.곧 하지란다.왠지…….'노래의 날개 위에'였던가, 'FM 풍류마을'이었던가, MC가 그 얘기를 했다.하지에는 강릉 같으면 일출이 5시 2분, 일몰이 무려 7시 49분이어서 낮이 14시간 47분이나 되고 밤은 겨우 9시간 13분밖에 안 되니 저녁 먹고 좀만 얼쩡거리면 곧 11시, 12시가 되고, 잠자는 걸 즐기는 사람은 자고말고 할 것도 없을 것 같다. 아무래도 하지 얘기를 들은 건 'FM 풍류마을'이었던 것 같다. 곧 '세상의 모든 음악' 시그널('Tiger In The Night')이 들렸으니까.겨울철.. 2025. 6. 15. 거울 / 조성래 물은 끊임없이 흐르고 부서지고어떤 시도가 영원해질 때 괴로움도 슬픔도자연自然이 됩니다 지난달 "현대문학"에 실린 아홉 편의 같은 제목 시 중 한 편이야. 어떤 시는 별 의미도 없는 아포리즘 아닌가 싶을 때가 있어.그런 걸 읽으면 (좀 우스워도 그냥 얘기해 버릴게) 난 기분이 나빠. '누굴 뭘로 알고?'그런 시인(?)에게 보여주고 싶어. "좀 봐, 이렇게 쓰는 거야, 응?" 그건 그렇고"거울 속의 거울"생각나?이 시 읽고, 고요히, 자연自然의 곁으로 들어가고 싶어서, Spiegel im Spiegel(Mirror in Mirror) by Arvo Pärt☞ https://youtu.be/qZf-vreLpIE?si=MQwF8cD0pObDxo9i ............................ 2025. 6. 12. 야생화가 아름다운 이유 비전문가의 성능 낮은 스마트폰 사진이어서 이 정도지, 실제로 보면 이처럼 자연스럽고 이처럼 아름다운 꽃밭을 사람의 힘으로는 만들 수 있을까 싶지 않다.요 며칠, 나는 좀 객쩍은 작명(作名)도 해보았다.'잡초시대''잡초시대는 그렇고 야생화 시대''야생화 천지, 야생화 천국, 아니면 야생화 페스티벌'...'이 강산 삼천리, 우리의 야생화!'문제가 있긴 하다.'나의 사유지'에서는 다만 잡초들일 뿐이다.아름답기보다는 골치가 아프다.그렇지만 여기 '우리의 공유지'에서는 꽃집의 꽃들과 겨루어보고 싶은, 아름다운 갖가지 야생화가 저렇게들 피어난다.'나'와 '우리'에 따른 이 구분은 쑥스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극복해 보고 싶은 갈등이다.오늘 오전, 산책길로 접어들자 풀냄새가 진동을 했다.나는 마스크맨이다. 오늘은 .. 2025. 6. 11. 그게 4·19였어 쑥스러워도 털어놓고 싶어. 털어놓아야겠어.4·19부터 얘기할게. 나도 시위에 참가했어.어느 날 아침, 몇 명의 선배들이 교실로 들어와서 심각한 얼굴로 큼지막한 돌을 몇 개씩 주워오라고 했어.선생님들은 모두 교무실에 가 있었던 것 같아. '수업은 안 하나?' 생각하다가 그렇게 짐작했어. 우리는 선배들을 따라 시내로 들어갔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고함을 질렀어.돌은 담 너머로 던졌어."물러가라!""하야하라!"잠깐 이렇게 해도 괜찮을까 싶었지만("물러가라"와 "물러가시오", "하야하라"와 "하야해주십시오" 같은 것들), 저 앞에서 우리를 이끄는 선배들을 생각하며 용기를 냈어."물러가라!""하야하라!"('하야'가 뭘까?) 나중에 보니 그게 4·19였어.난 그 정도야. 그 정도일 뿐이야. 그렇지만 다른 생각도 하.. 2025. 6. 10. 현충일 오전 10시 그 시각에 나는 저 길을 걷고 있었는데 정각 열 시가 되자 사이렌이 울렸다.그러자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숙이고 묵념을 하는 것이었다.묵념은 1분간 계속되었다.나는 주제넘긴 하지만 이 나라는 썩 괜찮은 나라라고 생각했다. 하기야 일찍이(19세기말) 좀 더럽고 비위생적이긴 하다면서도 이 나라를 사랑하여 여러 번 여행하고 "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이라는 책을 쓴 이사벨라 버드 비숍 여사는 그 책에 이렇게 써놓았다. 근사한 기후, 풍부하지만 혹독하지는 않은 강우량, 기름진 농토, 내란과 도적질이 일어나기 힘든 훌륭한 교육, 한국인은 길이 행복하고 번영할 민족임에 틀림이 없다. '협잡'을 업으로 삼는 관아의 심부름꾼과 그들의 횡포, 관리들의 악행이 강력한 정부에 의해 줄어들고 소작료가 적정히 책정되.. 2025. 6. 8. '스카보로'를 찾으려고 또 읽은 소설 "요크셔 시골에서 보낸 한 달" 소설 "요크셔 시골에서 보낸 한 달"(J. L. 카)은 몇 페이지 되지도 않는데 단어들, 문장이나 문단에 눈길이 머물고 싶어 해서 보름이 걸려 읽었고, 읽고 싶은 책이 수두룩해서 그럴 형편이 아닌데도 바로 또 한 번 읽었다.'스카보로' 때문이었다. 스카보로라는 지명이 나왔고, 분명히 그걸 의식했는데 거의 다 읽었을 때쯤 그 생각이 나서 앞으로 뒤로, 다시 앞으로 뒤로 여러 번 훑어봐도 찾을 수가 없었고, 이런 일은, 그러니까 '나중에 다시 읽고 찾자'고 미뤄봤자 별 수 없고 늘 포기나 다름없어서 아예 당장 한 번 더 읽기로 한 것이었다. 이렇게 마음먹고 나니까 마음 편하게 읽는데도 '스카보로'가 스스로 눈에 띄었고, 처음 읽을 때는 '이게 무슨 소리일까?' 싶었던 부분이 명료해지거나 지나쳐 읽었던 부분이.. 2025. 6. 5. 나는 외롭다고 말하지 않는다 노인이 되어가며 외롭다는 걸 알게 되었다.이렇게 글로 쓰긴 하지만 아무에게도 이야기한 적은 없다. 그걸 말하나 하지 않으나 끝은 끝이지만 그렇게 말해버리면 정말로 '끝일 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다. 뻔한 것인데도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다. 상대방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할 때가 있어도 나는 묻거나 하지 않는다. 상대방은 의식하지 않으려 하고 있을 수도 있고, 사는 날까지는 그 하루하루에 의미를 두고 살아보자는 생각일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외로울 땐 누구에게든 전화를 하지 않는다.전화가 오면 가벼이, 즐겁게 대하고 즉흥적으로 가볍고 시답잖은 이야기를 한다. 내 심경을 그대로 알리진 않는다. 나는 외롭긴 하지만 본래 내가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돌아올 수 있었던 것을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2025. 6. 4. 이것은 얼마나 고맙고 다행한 일인가 여기는 우리 아파트 피트니스센터 양쪽 출입문 사이다.아파트를 지을 때 멋지게 치장하려고 가슴 높이로 예쁜 돌들을 깔아놓았다. 혹 바닥에 저 돌들을 깐 멋진 수족관을 만들 생각이었는데 위험하다는 결론이 났는지도 모르겠다. 이러나저러나 예쁜 돌을 구입하는 데도 돈이 제법 들었을 것이다. 다행히 마음에 드는 돌을 찾으려고 저기 올라간 사람을 본 적은 없다. 반가운 일은, 처음 두어 해는 잠잠했는데 차츰 풀이 솟아오르더니 해가 갈수록 풀의 종류와 양이 많아지고 있다.나는 마음속으로 그 풀들을 응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풀보다 돌이 더 많이 보였는데 올해는 저쪽 편으로는 돌보다 풀이 훨씬 더 많이 보인다. 이런 말을 공개적으로 하면 섭섭하다고 할 풀들이 많겠지만, 지난해까지는 민들레가 특별한 존재감을 드러냈는데 .. 2025. 6. 2. 숙제를 없애겠다고 약속해버린 대통령 (2025.5.30) 특별한 사유가 없는 어린이날에는 대통령이 어린이들을 초청하는 행사를 벌여왔다. 초청 받는 어린이가 몇 명 되지 않아서 실망스러울 수도 있지만, 뉴스 시간의 행사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훈훈했다. 언젠가 어린이들과 대통령 간의 대담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어린이들이 질문하고 대통령이 대답해주는 형식이었다. 좋아했던 공부, 존경하는 인물, 평소 하는 일, 즐겨 읽는 책 같은 것들을 물어서 질문이나 대답이 특별히 기억에 남을 만한 것은 아니었는데 돌연 한 어린이가 매일 숙제를 내주기 때문에 마음 놓고 놀 수가 없다면서 숙제 좀 내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순간, 어떻게 저 질문이 나오게 되었을까 의아했다. 당연히 사전에 어떤 걸 물을지 생각해보라고 했을 것이고 누군가 예상 질문을 받아보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2025. 5. 30. 이전 1 2 3 4 ··· 28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