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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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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프랭크 바움 《산타클로스 이야기 The Life and Adventures of Santa Claus》 L. 프랭크 바움 지음·찰스 산토레 그림 《산타클로스 이야기 The Life and Adventures of Santa Claus》 작가정신 2021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께 안녕하세요? 저 ○○예요. 이번 크리스마스 때는 무전기 2개 갖고 싶어요. 누나 꺼랑 제 꺼요. 감사합니다. 그럼 질문은 몇 개만 할게요. 산타 할아버지 사진, 주실 수 있나요? 진짜로 루돌프도 있고 날 수 있나요? 어떻게 모든 걸 아나요? 사진 찍어서 주시면 감사합니다.(루돌프, 썰매) 편지도 보내주세요. 안녕히 계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 올림 11월 14일 월요일, 이 편지가 거실 창문에 붙어 있는 걸 봤는데 이런... 지난 14일 수요일, 그게 바뀌어 있었습니다. 산타 할아버지 사진, 주실 수 있나요? 진짜로 루돌프도 있.. 2022. 12. 20.
영화 "콰이강의 다리" 영화 "콰이강의 다리 The Bridge on the River Kwai"는 1957년에 나왔다는데 고등학교 2학년 때, 국사와 세계사를 가르치신 황영목 선생님 덕분에 학년 단체로 보았다. 선생님께서 "야, 이놈들아! 내 덕분에 좋은 영화를 보게 된 줄 알아라" 하신 건 아니었고, 절대로 그러실 분도 아니어서 그런 중요한 정보를 즉시 알아내는 아이들에게서 듣고 알게 된 것이었다. 선생님은 키가 크고, 고급스러운 옷을 입지 않아도 멋있고 늘 편안한 표정의 미남이셨다. 미술이나 음악을 가르치시는 여 선생님들이 사각턱에 구레나룻이 인상적이고 전체적으로는 미국 사람 닮은 영어 선생님과 친하게 지내면서 멋진 황 선생님과는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볼 수 없었던 건, 황 선생님 자신이 누구하고든 미소를 띠고 정답게 대.. 2022. 12. 19.
유희경 「이야기 "이렇게 섬세한 짜임새를 내가 어떻게 찢어버릴 수 있으랴."*」 이야기 "이렇게 섬세한 짜임새를 내가 어떻게 찢어버릴 수 있으랴."* 유희경 대수롭지 않은 책을 읽던 k는 문득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전파가 교란될 때 들리는 소리. 예민해진 탓이야, 중얼거리고 k는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 글자도 나아갈 수 없었다. 소리가 좀 더 선명해졌다. k는 책을 내려놓고 꼼꼼하게 책상 위 모든 물건에 귀를 대보았다. 소리는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했고 무언가 있어 여기. 이야기에 익숙한 독자라면 알아차렸을지도 모르겠다. 그 소리는 책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누구라도 그랬을 것이다. k는 그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책 속에 무언가 들어간 게 아닐까. 책장을 털어보고 냄새도 보다가 마침내 48쪽에서 그 소리가 난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글자 하나 없이 비어 .. 2022. 12. 17.
사랑 그 열정의 덧없음 : 피츠제럴드 「현명한 선택」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현명한 선택」 Francis Scott Key Fitzgerald "The Sensible Thing" 허창수 옮김, 《현대문학》 2022년 12월호 조지는 잔퀼이 보고 싶어서 보험회사에서 해고당한 것을 오히려 감사하게 여기고 잔퀼에게로 달려간다. 그렇지만 상황은 언제나 마음 같진 않다. 다른 사내들이 케리를 집적거리는 걸 보게 되고 날씨조차 덥다. "많이 덥네요. 선풍기 좀 틀어야겠어요." 선풍기를 조절해놓고 난 뒤 그들은 다시 자리에 앉았지만, 그는 예민해진 분위기를 피하지 못한 채 숨기려 했던 구체적인 얘기를 불쑥 꺼내고 말았다. "언제쯤 저와 결혼할 생각입니까?" "저랑 결혼할 준비는 다 되셨나요" 갑자기 그는 화가 치밀어 올라 퉁기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빌어먹을 .. 2022. 12. 16.
교사 '선댄스'의 짝 내 제자들.. 오늘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겠지? ^^ 음... 학생을 혼자 앉히는 걸 무척이나 싫어했습니다.. 싫어했다기 보단 그냥 좀 미안했죠.. 그래서 우리 반 학생 수가 홀수인 경우 한 명은 꼭 제 책상 옆에 앉혔죠.. 지금부터는 선생님 짝이라며.. 솔직히 말하면 나 역시 그걸 즐겼나 봅니다. 제 짝이 있기를.. 2022. 12. 15.
이곳의 눈 그리운 곳의 눈 지금 그 아이를 그리워하듯 다시 이 날을 그리워 할 날이 오고 있겠지. 2022. 12. 14.
쉽고 재미있고 놀라운 강연록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오주석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솔 2010 "예술품이란 누가 뭐라 하든 내가 좋아서 보는 것이고 또 내 맘에 꼭 드는 작품 한 점이 있으면 그것 하나 잘 감상한 것으로 충분히 보람이 있습니다." "왠지는 모르지만 자꾸만 마음이 끌리는 작품, 그렇게 가장 좋다고 생각되는 작품 몇 점을 골라서 잘 보고 찬찬히 나만의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본 사람들이 유난히 좋아했던 도자기 같은 것들은 엄청나게 많이 지정되어 있습니다. 조선시대에 우리 조상들이 정말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은 공부 많이 하신 큰선비들의 글씨라든가 점잖은 그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이런 것이 국보가 되어야 하는데..." 이런 내용이 자주 나와서 사뭇 재미있게 읽었다. 십여 년 전에 사놓고 데면데면 바라보기만 했다. 읽었으니 .. 2022. 12. 12.
세련에게 :《황금 똥을 누는 고래》를 읽고 네 스무 번째 책 《내가 왜요?》가 교보문고 '이달의 책'에 선정된 건 놀랍고도 당연한 일이야. 세상 사람들에게 새로운 가치관 같은 걸 신선하게 곱게 전해주는 넌, 네 가슴속에 뭘 가지고 있을까? 열아홉 번째 동화집 《황금 똥을 누는 고래》를 읽으며 그 생각을 했어. "외로움이 너를 지켜 줄 거다. 어울리고 싶다고 함부로 나다니지 마라." 아빠 엄마 고래를 잃고 혼자 놀며 풀이 죽은 아기 향유고래가, 모진 작살을 맞고 끌려가면서 당부하던 아빠의 말을 기억해내는 걸 보며 이 이야기를 아이들이 어려움을 당했을 때 상기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두 번째, 세 번째... 다른 이야기도 아이들이 가슴 깊이 받아들였으면 싶은 건 마찬가지였어. 어른들은 흔히 그렇게 말하잖아? "요즘 애들은 어려움을 몰라. 저렇게 커.. 2022. 12. 10.
지옥 예습 "너 그러다 지옥 간다" '나는 아무래도 지옥이나 가겠지?' 할 때의 지옥은 어떤 곳인지 어디에 공식적·구체적으로 확실하게 밝혀놓은 곳은 없다. 알고 있는 것은, 그저 살아서 나쁜 일을 많이 하면 악한 귀신이 되어 끔찍하고 잔혹한 형벌이 끝없이 되풀이되는, 고통이 정말 막심해서 상상을 초월하는 감옥에 가게 되는데 그곳이 바로 지옥이라는 막연한 두려움뿐이다. 움베르트 에코는 소설 《장미의 이름》(상)에서 지옥을 다음과 같이 그려놓았다. 딴에는 사람들이 치를 떨도록 하려고 온갖 짐승들의 모습을 총동원해서 지옥에 간 인간을 괴롭히는 장면을 설정했는데 나는 이 장면을 다 읽고 나서도 '아! 이건 정말 무서운데?' 하고 치를 떨지는 않았다. 말하자면 나는 누가 진짜 극도의 두려움과 무서움을 느끼게 하는 지옥을 그.. 2022. 12. 9.
김언희 「삭제하시겠습니까?」 삭제하시겠습니까? 김언희 ......쪄 죽일 듯이 더운 날이었어, 언니, 피팔나무 그늘을 따라 걷고 있었어, 담장 위에서 힐끔힐끔 따라 걷던 원숭이가 일순 내 눈길을 낚아챘어, 언니, 적갈색 눈알로 나를 훑었어, 훑으면서 벗겼어, 나를, 바나나를 벗기듯이, 나는, 정수리부터 벗겨졌어, 언니, 활씬 벗겨졌어, 뼛속까지 벗겨졌어, 놈은, 수음을 하기 시작했어, 내 눈 속을 빤히 들여다보면서, 보란 듯이 나를, 따먹기 시작했어, 언니, 숨이 헉, 막히는 대낮에, 광장 한복판에, 나, 홀로 알몸이었어, 머리카락이 곤두서도록, 알몸이었어, 언니, 담벼락 그늘에 죽치고 앉았던 사내들이 누렇게 이빨들을 드러내며 웃었어, 눈 속의 원숭이 똥구멍, 졸밋거리는 똥구멍들을 감추지 않았어, 나는, ................. 2022. 12. 8.
어려운 곳에서 저 어려운 곳에서 해마다 가능한 한 많은 열매를 달고 의연히 서 있는 모습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2022. 12. 7.
그리운 지하주차장 "지하주차장은 자주 이용하지만 항상 썰렁하고 적막한 느낌이 드는 공간입니다. 음악이 있는 곳은 안정감이 있고, 편안함이 있고, 즐거움이 있습니다. 이에, 우리 주차장에도 음악 방송을 송출하여 하루를 여는 아침에는 희망과 즐거움을,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녁에는 하루 동안의 스트레스를 녹여주는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음악방송 소리가 크거나, 드물게 세대에 송출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선로의 문제로 생활지원센터로 연락하여 주시면 점검 및 소리를 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아파트 출입구 게시판에서 이 공고문을 보았습니다. 아침에 잠깐 나갔다 들어오며 누군가 크게 털어놓은 음악을 들으며 정신이 하나도 없다 싶었는데('에이, 미친놈...') 이래서 그랬던 것이었습니다. 삼십여 년 전이었습니다. 허구한 날 늦.. 2022. 1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