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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가브리엘 루아 《싸구려 행복》

by 답설재 2024. 6. 19.

가브리엘 루아 《싸구려 행복》

이세진 옮김, 이상북스 2010

 

 

 

 

 

 

몬트리올 근교 소도시 생 탕리, 레스토랑 '십오센트'의 열아홉 살 플로랑틴 라카스는 가냘프지만 예뻐서 뭇 사내들의 눈길을 끈다. 장녀로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그 싸구려 식당의 웨이트리스로 일한다.

하필이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출세를 하려는 기계공 장 레베스크에게 끌려 혼신을 바치고 버림을 받는다.

플로랑틴의 아버지 아자리우스는 말만 번지레하고 너무나 무능하다. 그의 아내 로즈 안나는 열한 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낳아 키우며 발버둥을 치지만 생활은 점점 더 궁핍해지기만 한다.

플로랑틴은 입대하여 휴가를 나온 유복한 가정의 에마뉘엘 레투르노의 눈에 들었지만 마음속엔 장 레베스크가 자리 잡고 있어 거짓 사랑을 나누고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유럽으로 떠나기 전 두 주간의 휴가를 나온 그와 결혼한다.

 

고생스럽게 살아가는 가정의 표본을 보는 것 같다.

궁핍, 체념, 절망, 좌절, 고통, 아픔, 불행, 불안, 고독, 슬픔, 허세, 후회, 환멸, 모멸감, 비탄, 혼란, 무질서, 우울, 절박함, 상처 난 자존심, 연민, 외로움... 같은 단어들을 끊임없이 떠올릴 수 있는 가정이지만 로즈 안나를 중심으로 가족들은 언제나 다시 일어선다.

그게 경이롭다.

아버지 아자리우스의 허세와 가장, 변명, 핑계가 얄밉기 짝이 없지만 어쩔 수 없고, 어머니 로즈 안나는 결코 좌절하지 않는다. 정체 모를 세상과의 싸움, 불행의 집합체 속에서 그 상황을 극복해 가려는 삶, 그럼에도 극한상황으로 일관하는 삶, 근면, 인내, 의지, 순박, 정직, 관용, 도전 같은 덕목의 표본을 보는 것 같다.

 

·중심인물은 플로랑틴이지만 그녀의 어머니 로즈 안나를 내세우면 더 좋을 것 같았다.

·압권인 부분은 로즈 안나가 열두 번째 아이를 낳는 장면, 여섯 살 아들 다니엘이 백혈병으로 죽어가는 장면(18, 30장), 철로 옆집으로 이사하는 이야기(24장)

·휴가를 나온 에마뉘엘이 친구를 만나는 장면, 아자리우스와 에마뉘엘 등이 입대하는 마지막 장면은 스토리 전개로는 아쉬웠다.

·《내 생애의 아이들》《세상 끝의 정원》 《데샹보 거리 《그 겨울의 동화 등을 쓴 캐나다 작가 가브리엘 루아의 맨 처음 작품(1945년)이란다.

·프랑스어 소설이고, 영어판 제목은 《The Tin Flu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