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노 블라셀 《책의 역사》
권명희 옮김, 시공사 2002
도판(사진)이 많아서 읽기에 좋다
나는 박사학위논문도 혹 볼 만한 도표나 그림, 사진이 들어 있지나 않을까 싶어서 훌훌 넘겨보고 대부분 실망스러워서 바로 책장 속에 넣어두곤 했다. 컬러판 그림에 가까운 건 면지에 심사한 교수들이 찍은 도장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사실은 소설책을 들고서도 혹 삽화가 있나 싶어서 여기저기 살펴본다.
도판이 많은 이런 책은 당장 읽지도 않으면서 일단 사놓았던 것들이다.
제1장 손으로 만든 책(13)
제2장 구텐베르크, 논란의 발명자(41)
제3장 인쇄술의 승리(69)
제4장 검열의 시대(91)
제5장 최고의 책(109)
기록과 증언(129)
신기한 얘기를 찾으며 읽었다(예).
책을 뜻하는 그리스어 비블리온(biblion)은 '파피루스'라는 뜻을 지닌 비블로스(biblos)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성서라는 '바이블(bible)'이 이 말에서 생겨났는데, 프랑스어 비블리오필(bibliophile : 애서가)이나 비블리오테크(bibliothèque, 도서관) 같은 많은 어휘도 그 어원을 공유한다.(14)
양피지는 (...) 14세기부터 종이와 경쟁이 시작되면서 생산량이 줄었지만, 특별한 수요처(학위증, 공식문서, 귀족 작위증서)는 남아 있었다.(18)
어느 수도회의 계율이나 수도사들에게 독서와 율법, 성인전, 교황의 저술 등을 연구하는 일에 일생을 바칠 것을 의무로 강조했다. 성서는 근간이 되는 서적이므로 줄줄 암송할 수 있어야 했다.(19)
(필사) "(...) 바로 여기에 무한한 사랑을 베풀어줄 형제가 있도다!" 이 작업의 고충을 떠올리게 하는 글귀가 또 하나 있다. "시야는 흐릿하고, 등은 굽고, 허리와 배에서는 기력이 빠진다."(32)
고딕체의 수직선은 폭이 좁고 길이는 더 길며 각이 졌는데, 15세기까지 특히 북유럽에서 사용되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에 활약한 페트라르카는 보카치오에게 글을 보내면서 이 활달한 활자체에 대한 불만을 한껏 토로해 냈다. "이 서체는 읽혀지기보다는 마치 다른 모든 글자들보다 단연 돋보이려고 만들어진 듯합니다. 멀리서는 시야를 혼란스럽게 하고 가까이에서는 피로감을 주는군요."(33)
적어도 한국은 14세기부터, 중국은 그보다 조금 뒤늦은 시기에 이미 금속 분리활자들을 사용해 텍스트를 중시하는 법을 알고 있기는 했지만, 목판술 인쇄만큼 널리 전파시키지는 못했다.(44)
루터가 번역한 성서의 경우 1522~1546년 사이에 430쇄를 인쇄할 정도였다.(74)
리옹이나 앙베르, 제네바에서 활판 직공이 되면 하루 일과는 아침 5-6시부터 시작되어 저녁 7-8시에 끝났다. 일이 중단되는 것은 점심식사 때뿐이었다. 인쇄기를 돌리는 직공들에게 요구되는 작업 할당량은, 하나의 낱장을 찍는 데 대략 20초가 걸리는 데도 하루에 3000장에 달했다.(83)
1539년, 그들이 파업을 벌이자, 파리와 리옹 당국은 다음과 같은 조항을 포함한 금지령을 발표했다. "서로 친교를 맺거나, 다섯 명 이상 어울리거나, '목검이나 단도, 투명자' 같은 도구들을 소지하거나, 견습공들을 구타하거나, 책이 완성되지 않았는데도 작업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83)
(르네상스기에 누구보다 위대했던 식자공 클로드 가라몽) 그는 수많은 계승자들이 수정해 온 로마체 활자를 로베르 에스티엔의 인쇄 제작에서 완벽하게 보완했고, 왕을 위해서는 그리스체 활자 형태도 만들었다.(87)
(이탈리아) 1766년의 금서목록에는 출판물 중 4942부가 금서에 올랐다.(110)
루이 세바스티앙 메르시에의 미래 공상 문학작품들 중에서 1771년에 출간된 《2440년》은 '50-60만 부에 이르는 사전들과 10만 부의 법률서, 10만 부의 시집, 160만 부의 여행서, 그리고 10억 부의 소설들'이 불태워지는 서지학(書誌學)적 화형대를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은 이미 장르의 눈부신 발전과 놀라운 다양성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에도 성공한 작품은 즉시 번역되고 있었다. 《돈키호테》가 그런 경우에 해당된다.(112)
15세기는 사전들과 백과사전들의 세기였다. 《백과전서》는 이례적인 작품으로 2절판 28권이 넘는 분량이고, 71818개의 항목과 2885개의 도판을 포함했다.(115)
그러자 조카딸이 잘라 말했다. "최선의 방법은 책들을 창밖으로 내던져 안뜰에 쌓아놓고 불을 지르든가, 아니면 아래층 뜰로 가져가서 모두 태어버리는 거예요. 그렇게 다 태우면 아무에게도 화를 미치지 않을 거예요."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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