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파란편지 모음 2

교장이 할 수 있는 일, 할 수 없는 일 ⑵ - 이 초겨울의 단상斷想들 -

by 답설재 2007. 8. 29.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62

 

 


교장이 할 수 있는 일, 할 수 없는 일 ⑵
- 이 초겨울의 단상斷想들 -

 

 

 

♠ 지난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는 교육부의 '깨끗한 학교 만들기' 사업비 238억8700만원의 예산안 편성을 둘러싸고 의원들과 교육부간에 설전舌戰이 벌어졌답니다. 교육부에서는 전국 초등학교(5733교)와 특수학교(143교)에 1명씩의 청소용역인력 비용을 지원하려고 처음으로 2007년 예산안을 편성했지만, 예결위 위원들은 '전액 삭감' 주장을 펼친 것입니다. 신문에 난 발언들을 모아보았더니 다음과 같습니다.


"청소도 교육의 일종인데, 학교는 당연히 학생이 청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국회의원)
"요즘 초등학생들이 집에서도 청소를 안 해서…"(교육부)
"학교가 공주병, 왕자병을 키우나"(국회의원)
"학교 청소를 다 하는 게 아니라 급식시설과 화장실을 주로 한다. 오래 놔두면 냄새가 나니까…"(교육부총리 출신 국회의원)
"학생들이 복도 정도는 청소한다. 요즘 젊은 교사들은 집에서도 청소를 잘 안 해 봐서, 청소를 잘 못하는 사람이 많다"(교육부)
"그래서 정부가 돈 내서 학교 청소까지 대신 해주자는 것이냐, 이건 말이 안 된다"(국회의원)


저는, 이 기사에 등장한 교육부 직원들이 '초등학생들은 집에서도 청소를 하지 않는다'느니 '젊은 교사들은 청소를 잘 못하는 사람이 많다'느니 한 것은 참 실없는 소리이며, 하필이면 이렇게 설명한 것이 억울하기도 했습니다. 더구나 주로 화장실과 위험도가 높은 유리창 청소 같은 것을 맡기자는 것인데, '공주병·왕자병'이라니요. 그러나, 우리가 정신을 차려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시대가 변하여 수많은 직업이 다 전문화할수록 자기 일은 자기가 책임지는 의식을 길러주어야 할 것입니다. 가령, 화장실 청소 전문가도 생길지 모르겠으나 너도나도 싫다면 어쩔 수 없이 각자가 해야 하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그나저나 청소 예산을 주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지난해에는 학교예산으로 청소부를 써서 다른 예산을 줄이느라고 쩔쩔매며 지냈고, 올해는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하여 학부모님들께서 도와주셨는데, 다음해에는 제가 나서서 "이제는 화장실 청소도 아이들에게 시키자"고 하면 아이들이나 선생님들이나 어이없어 할 것이 분명합니다. 학부모님들 생각은 어떻습니까.

 

♠ 어느 신문 기획기사 '코리아 엑소더스 '(exodus 대량 이민·출국)에서 초·중·고 조기 유학생 수가 해마다 급증한다는 내용을 보았습니다. 교육부 통계에 의하면, 2001년에는 7994명이던 것이 2002년에는 1만132명, 2003년 1만498명, 2004년 1만6446명이었고, 2005년에는 2만400명으로 늘어났으므로 하루에 56명이 떠난 것입니다. 그것도, 이들은 부모의 해외파견, 이민에 의한 경우가 아닌 불법의 조기 유학생들이고 초등학생이 가장 많아서 40%에 가깝답니다. 한편, 경기도에서는 초·중학생 불법 유학이 2003년 1970명, 2004년 3593명, 2005년 5167명이었고, 지역별로는 초등학생의 경우 성남 23.6%, 고양 21%, 용인 9.9%였답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에 대하여, 언론은 공교육의 붕괴와 사교육의 팽창, 입시제도 문제, 학력만능주의 등 여러 가지 이유를 언급하고 있으며, 국제화시대에 걸맞은 외국 문화 체험 및 폭넓은 관점 습득, 외국어 학습,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적자원 양성 등을 장점으로 꼽고 있으나, 이른바 '기러기아빠'로 대변되는 가족 해체 문제, 외국에서의 부적응 및 귀국 후의 부적응, 경제적 부담 등의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에 대하여 말릴 수도 없고 더구나 권장할 수는 없는 것이 제 입장입니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성공하는 학생이 반, 그러므로 실패하는 학생이 반이므로 지금 우리나라를 떠나는 학생이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제가 아는 어느 기자는 미국에서의 체험을 『태평양 건너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제목의 책으로 표현하였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어느 학자는 사석에서 "성공하면 그 나라 사람되고, 실패하면 어느 나라 사람도 아닌 사람이 된다"고 했습니다. 또, 한국교원대학교의 어느 교수는, 우리나라는 여성들은 점점 팔팔해지고 남성들은 점점 기운이 떨어지고 있다는 글에서 "런던에 어린 자녀를 데리고 와서 현지 초·중등학교에서 교육시키고 있는 엄마도 모두 한국여성들이었다. 같은 동양인이지만 일본여성이나 중국여성은 볼 수 없었다"고 썼습니다. 확실한 것은 이웃집 아이가 가니까 우리 아이도 보내야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가벼운 생각으로 결정한 일은 결국 가슴 무거운 결과를 낳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국외유학에관한규정'에서 '중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이 있는 자'로 제한하고 있는 것은 초·중학생은 부모와 함께 생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모르겠습니다. 교장이 무어라 한다고 그 말을 들을 여러분도 아니지 않습니까.

 

 

2006년 12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