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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파란편지 모음 1

그 봄날의 희망과 기대를 되돌아보며

by 답설재 2007. 8. 29.

학부모님께 드리는 편지

 

 

 

그 봄날의 희망과 기대를 되돌아보며

 

 

 

아침저녁으로 오르내리는 학교 길의 가로수들만 바라보아도 '가을이 깊었구나' 싶었는데, 지난주에는 설악산 대청봉에 벌써 올해의 첫눈이 내렸다는 기사를 보며 아직은 고운 가로수들의 그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계절은 늘 기대보다는 앞서가고 오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 지난봄 아이들이 한 학년씩 오르고, 5월의 그 운동장에서 올해의 대운동회를 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저는 그 날 학부모님들과 함께 하루를 즐기는 나의 아이들을 바라보며 '올해는 정말로 보람 있게 보내야겠다'는 각오와 결심을 새롭게 하고 있었습니다.

더구나 그 날은 아무런 의사 표시를 하지 않았음에도, 몇몇 학부모님께서 가지고 계신 비상금을 발전기금으로 내놓으셔서 특별한 용기를 주시기도 했으니 저의 그 각오와 다짐이 새롭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또 한해의 가을이 깊어가고 11월을 앞두고 보니 지난 시간들이 아쉽고 올해의 남은 두 달, 이 학년도의 남은 네 달이 초조함을 느끼게 합니다.

세상에 교육을 잘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그것을 계획·실천·평가하는 일을 하며 이 길에서 일생을 보내고 있는 저로서는 '이보다 어려운 일이 있을까' 싶어서 차라리 여러분께 부끄러움을 느낄 때도 흔하였습니다. 더불어, 간단하다 싶었던 활동도 막상 실행해보면 만만치 않으니 교육은 분명히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 중에도 다행인 것은, 올 한 해 우리의 아이들은 저렇게 자랐고 생각도 깊어져서, 우리가 마련한 프로그램이 충분하지는 않음에도 때로는 오히려 그 기대와 희망을 앞질러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교육은, 우리를 향해 항상 기대와 희망의 손짓을 한다는 명제가, 우리에게 언제나 새로운 용기를 주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지금 올해의 남은 기간에 이루어야 할 프로그램을 다시 한번 점검하며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정리해주어야 할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학교'라면 아무런 조건도 없이 지원하고 사랑해주시는 학부모님들의 그 마음을 그려보며.

 

모쪼록 이 아이들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하여 여러분의 가정에 행운이 가득하기를, 하루 하루가 보람차고 즐거우시기를 기원합니다.

 

 

 

2005년 10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