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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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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책임 아빠 책임 - 온 세상에 흩어져 있을 우리 아이들을 그리워하며 -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95 엄마 책임 아빠 책임 - 온 세상에 흩어져 있을 우리 아이들을 그리워하며 - 더러 휴가를 내어 자녀와 함께 이곳저곳 돌아다니실 학부모님들이 생각나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어린이박물관에는 모니터 화면 버튼으로 조작하는 전시물이 있는데, 한 아이가 20분이 넘게 작동하고 있자 순서를 기다리던 다른 아이의 엄마가 "웬만하면 그만 좀 하라"고 채근하였고, 그러자 그때까지 작동하고 있던 아이의 엄마가 "체험학습인데 충분히 해야 맞는 거 아니냐?"고 맞서 결국은 서로 "자식 교육 똑바로 시켜라!"고 얼굴을 붉히며 다투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들은 그 박물관 직원이 싸움을 말리자 "당신은 지금 누구 편을 드느냐?"며 억지를 부리기도 하더랍니다(조선일보, 2007. 8. 8, 20,.. 2007. 8. 29.
우리의 영재교육에 대하여 - 행복한 삶에서 영재가 나오지 않을까요? -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94 우리의 영재교육에 대하여 - 행복한 삶에서 영재가 나오지 않을까요? - 우리 학교는 해마다 네 번씩 학업성취도평가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저는 성가시고 분주하기는 해도 선생님들이 출제한 문항을 살펴보면서 그 시험지를 받아든 아이의 입장으로 답을 해봅니다. '난이도가 유지되고 있는가?' '품위 있는 질문인가?' '답하기 좋은가?' 같은 여러 가지 관점으로 분석해야 하므로 딱딱한 일이기는 하지만 출제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서 재미있기도 하고, 문제가 영 풀리지 않아 답답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슬쩍 정답지를 보고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갑니다. 때로 마음에 들지 않는 문항이 있으면 "이 문제는 이러저러한 단점이 있으므로 새로 출제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예를 들면.. 2007. 8. 29.
우리에게 충분한 자격이 있을까요? - 2007학년도 여름방학을 시작하며 -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93 우리에게 충분한 자격이 있을까요? - 2007학년도 여름방학을 시작하며 - 오늘은 개학날입니다. 시골에서 보낸 석 달간의 방학은 정말 꿈처럼 지나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오늘 아침 어머니는 바렛띠 학교에 나를 데려가 4 학년에 등록시켜 주셨습니다. 난 시골 생각 때문에 학교에 가는 것이 별로 즐겁지 않았습니다. 길마다 아이들이 북적댔습니다. 책가방과 보조 가방, 공책 등을 사려는 부모님들로 두 개의 문방구는 북새통을 이루었고, 학교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수위 아저씨와 경찰관 아저씨는 교문을 가로막지 못하게 하느라 애를 먹고 있었습니다. 교문 근처에서 누군가 내 어깨를 쳤습니다. 3 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었습니다. 빨간 곱슬머리의 선생님은 언제나 명랑하셨습니다.. 2007. 8. 29.
책 사러 가기, 책 고르기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92 책 사러 가기, 책 고르기 지난 주 금요일, 출장을 가려고 교문을 나서다가 한두 권씩 책을 들고 들어오는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어느 반 아이들이 가까운 서점에 다녀오는 길이었습니다. 책 사는 경험을 해본 적이 없는 아이야 거의 없겠지만, 반 친구들 전체가 선생님과 함께 서점에 가본 일은 소중한 추억이 될 것입니다. 전에도 얘기했지만, 저에게는 책을 사는 일이 은밀하고 사치스런 즐거움입니다. 겨우 1만원 안팎 혹은 몇 만원의 돈을 쓰면서도 늘 '내가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은 호사스러움을 느끼게 합니다. 그러한 느낌을 주는 것은, 교보문고 같은 큰 서점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책을 고르는, 혹은 아이는 아이대로 책갈피에 정신이 팔려 있고 엄마는 엄마대로 책에 파묻혀 있는 모.. 2007. 8. 29.
이 나라 교육자로서 가장 한탄스러운 일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91 이 나라 교육자로서 가장 한탄스러운 일 2008학년도 대입 내신반영비율에 대한 교육부와 대학들 간의 의견 차이로 인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처음에 교육부에서 올해 당장 50%까지 높이라고 했을 때는, 이것은 복잡한 논리를 내포한 매우 수준 높은 교육정책문제이려니 했는데,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고 '그럼 올해는 우선 30%까지는 반영해야 한다'는 교육부의 발표를 보게 되자, '이제 매우 단순한 수치 문제가 되었구나.' 싶은 느낌을 주기도 했습니다. 대학 측에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을 9등급으로만 매기겠다는 정책은 이미 확고하게 결정된 사항이므로 대학 자체의 학생 선발 방법에 의한 평가의 비중을 높이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이 문제에 대.. 2007. 8. 29.
저는 이런 책을 읽었습니다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90 저는 이런 책을 읽었습니다 여러 분이 '좋은 책을 소개하는 글도 좀 써라"고 부탁하셨으므로 오늘은 그 답을 써보려고 합니다. 우선 '어떤 책을 읽었느냐?'고 하시면 '어떻게 살아왔느냐?'는 물음과 같고, '어떤 책이 좋은 책이냐?'고 하시면 '너는 어떤 사람이냐?'를 묻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제대로 답하기는 영 불가능할 것 같으므로 단편적으로 답하겠습니다. 체계적이지 못하다고 하시겠지만 저는 아무 책이나 읽고, 편협하다고 하시겠지만 대체로 제가 하는 일과 연계하여 해석합니다. 직업을 속이기가 어렵고 나이가 들수록 외길로 가기가 쉬운 것 같기도 합니다. 그것을 말씀드리고 오늘은 20세기 마지막해인 1999년에 읽은 책을 소개하겠습니다. 니시자와의 『암기편중교육에 .. 2007. 8. 29.
"제발, 저 좀 보세요!"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89 "제발, 저 좀 보세요!" 아이들이 인사를 합니다. 한 아이에게 "응, 그래." 하면 또 다른 아이에게는 다른 대답을 해주어야 하지만, 그때그때 입에서 나오는 대로 응대하면 자연스럽게 됩니다. 우리 아이들은 좀 색다릅니다. 몇 명만 인사하는 것도 아니고, 한가지 인사말로 한꺼번에 인사하는 것도 아니며 네 명이면 네 명, 다섯 명이면 다섯 명이 모두 제각기 인사를 해서 자신을 드러냅니다. '저 사람이 다른 아이의 인사를 받으면 나는 나대로 따로 인사를 해야 한다'는 식입니다. 사실은, 그렇지 않겠습니까? 누구는 인사를 하고 누구는 하지 않는다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싶겠지요. 아이들은 그렇습니다. 모두들 나름대로 분명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저 푸나무처럼 같.. 2007. 8. 29.
이 아이들에게 미안한 것들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88 이 아이들에게 미안한 것들 일찍 출근한 어느 날 아침, 어느 아름다운 여 선생님이 육상지도를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갑자기 웬 일이냐고 물었더니, 아이들이 육상대회에 나가려면 연습을 해야 한다면서 좀 가르쳐달라고 하더랍니다. 듣기에 따라서는 이상할지 모르지만, 저는 "아이들로부터 그 요청을 받기 전에 지도해주지 그랬느냐?"고 할 생각은 전혀 없었고, 그저 이렇게 말하고 들어왔습니다. "그것 참, 제대로 된 일이군요. 대회에 출전하여 좋은 성적을 거두느냐 아니냐는 다음 문제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주저앉아 가르치는 대로만 배우는 아이들이 아니라는 사실이 신기하지 않습니까? 아이들은 이렇게 의젓합니다. 제가 그들의 됨됨이를 좋게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의젓합니다. 이.. 2007. 8. 29.
조기유학을 떠나는 이유 - 우리는 무얼 어떻게 잘못 가르치고 있을까요 -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87 조기 유학을 떠나는 이유 - 우리는 무얼 어떻게 잘못 가르치고 있을까요 - 어느 기관의 자문회의가 끝나고 식사를 하면서 맞은편에 앉은 한 변호사에게 질문해보았습니다. "보시기에 우리 교육의 현실이 어떻습니까?" 그는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습니다. "저도 4년 간 교사생활을 했습니다. 그 경험으로 말해보면, 우리의 교육방법은 연역적입니다." 그는 이어 연역적이라고 한 이유에 대해 몇 가지 사례를 들었습니다. 요약하면 학생들이 암기해야 할 핵심을 가르쳐주고는 끝없는 문제풀이에 들어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느 일간지의 1면 기사 「1020 인재들 한국 탈출한다」의 핵심은 "무조건 달달 외우는 시험공부 싫어" "반복해 문제만 푸는 수능공부에 지쳤다"는 내용이었습니.. 2007. 8. 29.
좀 가보라고 하기가 미안한 우리 도서실 - 앨빈 토플러의 방한 기사를 보며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86 좀 가보라고 하기가 미안한 우리 도서실 - 앨빈 토플러의 방한 기사를 보며 - 앨빈 토플러(79세)가 우리나라에 또 왔습니다. 그는, 우리가 1980년대에 경탄을 하며 읽은 저 『제3의 물결』이라는 책을 쓴 미래학자입니다. 그가 그 책에서 현대사회의 특징을 표준화(standardization), 전문화(specialization), 동시화(synchronization), 집중화(concentration), 극대화(maximization), 중앙집권화로 요약하여 설명한 것은, 그러한 특징들을 막연히 당연한 것, 혹은 좋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던 저에게는 커다란 충격이었습니다. 그가 우리나라에 자주 오는 것은,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를 특히 좋아하기도 하고 따라서 여.. 2007. 8. 29.
'불쌍한 엄마들' '불쌍한 아이들' - 성복 엄마들, 성복 아이들은 어떻습니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85 '불쌍한 엄마들' '불쌍한 아이들' - 성복 엄마들, 성복 아이들은 어떻습니까? - 5월에는 '엄마'들에 대한 신문기사가 부쩍 눈에 띄었습니다. 어느 신문은 '간부' 의 엄마는 어머니회 참여, 교실 환경미화, 급식과 교통안내 당번, 소풍날 담임 도시락 마련 등 그야말로 수업만 안 할 뿐이지 학교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온갖 궂은 일을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게 끝이 아니라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특목고 대비반 등 각종 학원 정보를 파악해야 하고, 운전기사 겸 매니저 노릇을 해야 하며, 1학년 때는 엄마가 함께 하거나 준비해주어야 할 과제가 많아 초보 학부모들은 정신이 없다고도 했습니다. 아이의 출산, 양육, 교육이 오로지 엄마의 몫인 우리 사회에서 엄마는 종신범이자 무기.. 2007. 8. 29.
우리 학교 영재론 - 어떤 아이가 영재일까요? -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84 우리 학교 영재론 - 어떤 아이가 영재일까요? - 20년쯤 전 교사직으로는 마지막 해로 어느 국립대학교 부설초등학교에서 1학년을 담임했습니다. 그 학교에서는 학년 초 1주일간은 학부모들이 의무적으로 아이들을 데려오고 데려가도록 했고, 그 기간에 '신입생 학부모 오리엔테이션'이라는 이름으로 하루에 2시간 정도의 강의를 해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교장이 별안간 제게 이튿날의 강의를 맡겼습니다. 저는 그 강의는 당연히 교장이나 학교가 소속된 사범대학 교수가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고, 교사로서 강의를 맡게 된 건 제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교장이나 교수와 다른 특별한 발표를 하려고 단단히 준비해서 백 수십 명의 '엄마'들이 운집한 강당으로 갔습니다. 우선 "자녀가 천재나.. 2007. 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