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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봄 편지(Ⅱ)

by 답설재 2009. 3. 26.

 

 

가벼웠고, 들떴기 때문일까요, 봄이 왔다고?

 

눈이 내립니다.

우산을 받치고 오는 아이들이 예쁘고 아름답습니다. 저들은 영원히 예쁘고 아름다울 것입니다. 천사백 명이 제 손자․손녀인 것 같은 이 느낌은 나의 자산이고 내 나름대로는 지난했던 삶에 대한 보상이고 위로일 것입니다. 저 아이들은 이런 나를 알고 있을까요? 저 아이들이 떠들었다고 선생님께 혼이 나는 것조차 나는 싫습니다.

운동장 건너편 나뭇가지에도 눈이 붙어 벚꽃이 만발한 것 같습니다. 신기하게도 잠깐은 벚꽃이 핀 줄 알았습니다.

그저께는 강릉 초당동에 있는 강원도교육연수원에 다녀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대관령에서 눈 내린 겨울 산을 그린 산수화 속의 그 늠름한 산들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봄인 줄 알았더니…….’ 진달래 대신 눈 쌓인 산의 모습을 감상하며 지나는 그 길이 신비로웠습니다.

창 너머로 아직도 눈이 내립니다.

그곳은 어떻습니까?「그곳에도 눈이 내립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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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만화 「광수 생각」에서 본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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