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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봄 편지(Ⅲ)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by 답설재 2009. 4. 2.

  요즘은 왠지 짜증날 일이 자꾸 생깁니다. '내가 이러지 않아도 세상은 잘 돌아가는데, 잘 돌아가는 걸 봤는데,' 그렇게 생각해도 다시 짜증이 나고, 이렇게 좋은 봄인데도 그렇습니다.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그런 제목으로 온 메일을 읽으며 오늘 아침의 짜증을 가라앉혔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작은 이층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지금 시간이 제게는 젤 한가롭고 느긋한 시간입니다.

이층 제 방 작은 탁자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어제 방영된 드라마도 시청하고

인터넷으로 라디오를 틀어놓고 책도 읽고 요가 비디오를 틀어놓고 요가도 하고

창문 사이로 비치는 햇살과 바람과 함께말입니다. 따스하고 시원합니다.

아침에 아이들 학교 데려다주고(여기는 만13세까지는 어른이랑 동행을 해야하는 게 법이랍니다) 돌아오는길에 가볍게 산책을 하기도 합니다.

중간중간 알록달록 꽃도 예쁘고, 멀리 푸른 바다와 하늘이 맞닿아 있는 것도 보입니다.

다림쥐며 토끼며, 햇살이 좋은 오후에는 일광욕하러 나온 도마뱀과도 자주 마주칩니다.

도마뱀이 사람을 봐도 도망가지 않고 햇볕을 쬐고 있습니다.

첨에는 풀숲에서 '부스럭' 소리만 나도 소스라치게 놀라곤 했는데

이젠 도마뱀이 귀엽게 보이는 걸 보니 여기 생활에 많이 적응했나봅니다.

여기서 봄이 처음입니다. 작년 여름에 왔으니까요.

그때는 여기가 아름다운지 어떤지 풍경에 신경쓸 틈이 없었는데

이제는 조금 여유가 있나봅니다. 둘러보게 됩니다.

옥색의 바다도 아름답고 그 위에 펼쳐진 하늘과 구름, 밤이면 머리위로 총총 별빛까지

자연이 이렇게 아름답구나 매일 느끼게 해줍니다.

 

교장선생님은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어제밤 꿈에 뵈었습니다.

꿈 내용이 생각나지는 않지만, 교장선생님이랑 행복한 대화를 했었습니다.

제게 웃음을 주셨습니다.

건강하시죠?

한국은 꽃샘추위라 춥다고 하던데요.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빌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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