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Ⅰ

by 답설재 2009. 3. 21.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 김화영 옮김.

 

 

 

프랑수아즈가 내게 와서 쪽지는 곧 전달될 것이라고 일러주었을 때 나는 처음으로 인생 수업의 기쁨을 맛보았지만, 스완 역시 그러한 헛기쁨을 이미 경험한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사랑하는 여인이 어떤 무도회나 특별한 야회나 혹은 연극의 개막공연 같은 데 참석하기 위하여 들어가 있는 저택이나 극장 바깥에서 우리가 그 여인과 연락할 수 있는 기회를 절망적인 기분으로 엿보며 배회하고 있을 때, 그 여인을 이제 곧 만나기로 되어 있는 그녀의 친구나 친지가 그 사정을 알아차리고 친절을 베푸는 가운데 맛보게 해주는 헛기쁨을 말한다. 그 사람은 우리를 알아보고 허물없이 다가와서 거기서 뭘 하고 있느냐고 묻는다. 그리하여 이쪽에서 그의 친지나 친구 되는 여인에게 급히 할 말이 있다고 꾸며대면 상대방은 그런 것쯤이라면 조금도 어려울 것이 없다고 잘라 말하면서 이쪽을 현관으로 안내하고 나서 찾는 여인을 금방 보내 주마고 약속한다. 우리에겐 그 사람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지금 이 순간 내게 프랑수아즈가 고맙듯이 말이다. 선의에 가득 찬 이 중개인, 그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이 지옥 같은 쾌락의 장소를 그 한마디 말로 견딜 만한, 인간적인, 거의 호의적인 것으로 여기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때까지, 적의에 차 있고 퇴폐적이면서도 감미로운 소용돌이가 사랑하는 여인으로 하여금 우리를 비웃게 만들면서 우리에게서 멀리 그녀를 데리고 가는 줄로만 여겨왔던 그 쾌락의 장소가 말이다! 우리에게 다가와 말을 건네는 그녀의 친지는 그 역시 이 잔혹하게만 여겨지는 신비적 세계에 입문해 있는 한 사람이니, 그를 통해서 판단하건대, 축제에 초대받은 다른 손님들도 아주 악마적인 면은 전혀 갖고 있지 않을 것 같다. 사랑하는 여인이 이제 막 미지의 쾌락을 맛보려 하는, 가까이 갈 수 없어 더욱 괴로운, 그 시간에 뜻하지 않은 틈이 벌어져 바야흐로 우리는 그리로 뚫고 들어가게 된 것이다. 괴로운 그 시간은 순간들의 연속으로 이루어졌겠지만 그 순간들 중 어느 한순간, 다른 순간들 못지않게 현실적인 순간, 연인이 거기에 얽혀 있기에 우리에겐 그만큼 더 중요할 수도 있는 한순간, 바야흐로 우리는 그 순간을 마음속에 연상하고 소유하고 거기에 개입한다. 아니 그 순간을 거의 창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아래층 현관에 와 있다고 누군가 그녀에게 알리려고 하는 그 순간 말이다. 그리고 이 축제의 다른 순간들도 이것과 근본적인 차이는 없겠지만, 그 친절한 친구가 우리에게 “물론 그분은 반색하며 내려오실 거예요! 저 위에서 지루해하는 것보다야 당신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훨씬 더 즐거울 테지요.” 하고 말한 이상, 유별나게 달콤하거나 우리의 마음을 괴롭게 할 것은 아무것도 담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아아! 스완은 일찍이 경험을 통해서 그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달갑지 않은 놈팡이가 한창 무르익어가는 축제의 자리에까지 따라오는 것을 느끼고 짜증이 난 여인에게 제삼자의 선의 따위는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한다는 것을 말이다. 대개, 문제의 제삼자는 혼자서 내려오는 것이다.(192~193)

 

 

 

 

 

 

<메모>

* ‘이게 그처럼 유명한가.’ 생각하며 멋모르고 읽었던 소설.

* 김화영이 새로 번역하면서『현대문학』에 연재 중.

* 2009. 3(연재 제3회), ‘제1부 콩브레’ 중 ‘잠자리의 드라마’(192~193)에서 어머니의 굿나잇 키스를 그리워하던 기억에 대한 글.

*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이만큼인가 싶은 부분.

 

*「프로이트의 심리학」: 남근기(phallic stage, 4~6세) 리비도가 성기에 집중되어 이의 감수성이 민감해지고, 만짐을 통해 쾌감을 느끼는 시기이다. 성 차이를 인식하고 출생에 대한 관심을 보인다. 남아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빠져 어머니를 성적 애착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아버지를 미워하는 두려움이 나타난다. 여아는 남아와 비교하여 남근선망 등 열등감과 좌절감을 겪는 동시에 아버지를 성적 애착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어머니를 적대시하는 엘렉트라 콤플렉스에 빠진다. 이 시기에 나타나는 콤플렉스 현상은 동성 부모의 성역할을 학습함으로써 해소된다. 해소 정도에 따라 성역할 정체감과 성인기의 이성에 대한 태도가 결정된다.

*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이자 정신분석학파의 창시자

 

-  "위키백과"에서

 

"잃어버린 낙원에 대한 동경"(1955년, 알베르 까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