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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1064

외손자 선중이 Ⅰ 선중이는 제 외손자입니다. 곧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갑니다. 둘째 딸이 낳았습니다. ‘선중(宣中)’이라는 이름은 제가 지었습니다. ‘가운데에 펼쳐라’, 다른 이들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거기에는 제 희망과 기대, 욕심이 들어 있습니다. 제 핸드폰 앨범에는 그 애 사진이 대부분입니다. 조용할 때 들여다보면 사진 크기가 작아서 안타깝고 그 애가 더 그리워집니다. 그 애는 좀처럼 전화를 하지 않습니다. 며칠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막막한 느낌입니다. 내가 이런데도 그 애는 전화를 하지 않으니 참 무심한 아이입니다. 설에 다녀갔고, 그 얼마 전에 며칠 머물다 갔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직 전화를 기다리지는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아주 오래 된 것 같습니다. 전에는 우리와 함께 지내고 싶어 하면서도 제 부모와 헤어져 있는.. 2009. 2. 6.
언제 국회 현장학습을 가게 되나? Ⅰ 지난해 12월 어느 날, 국회 현장학습에 관한 공문을 봤다. 우리는 현장학습계획을 연초에 확정하기 때문에 ‘가보면 좋기는 하겠지만…….’ 하고 말았다. 현장학습은, 얘기하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일반화되었다. 1990년대 초에 비하면 그렇다. 그때까지만 해도 소풍이나 수학여행 말고는 학생.. 2009. 2. 2.
2009년 새해인사 독자 수 확대에 노력하는 블로그 운영자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운영자가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 욕심이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거나 무성의하거나 블로그 운영의 목적이 특이한 경우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욕심을 얼마만큼 겉으로 드러내느냐가 문제일 것입니다- 그런 분은 블로그에 실어놓은 글들을 메일로 보내기도 합니다. 이런 의도가 아닐까요? ‘봐라, 이렇게 좋은 내용인데도 내 블로그를 찾지 않을래?’ 좋은 내용이 한두 가지입니까? 유익한, 필요한, 흥미로운, 신기한, 놀라운, …… 갖가지 정보가 넘쳐납니다. 게다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만드는 신문, 방송도 봐야 하고, 읽어야 할 책도 많습니다. 허다한 정보 속에서 꼭 봐야 할 정보만 선택하고 얼른 쓰레기처리를 할 수 있는 판단력이 긴요하며, 그래.. 2008. 12. 31.
이런 기사 Ⅳ : 지록위마(指鹿爲馬) 4대강 사업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회장이라는 분이 쓴 글의 제목이「지록위마(指鹿爲馬) 4대강 사업」이었습니다1). 제목만 봤을 때는, ‘아, 정부에서 대운하사업을 하려는 속셈을 감추고 4대강 물길 살리기라는 명분을 내걸고 있다는 비판을 했구나.’ 싶었습니다. 글의 내용은 이 짐작과 정반대였습니다. 정부는 “4대강 물길 살리기 사업 범위에 인공 주운수로, 대형 보, 갑문, 터미널 건설 등이 포함돼 있지 않으므로 대운하 사업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을 거듭하고 있으나,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정부와 여당이 4대강 물길 살리기라는 명분을 앞세워 예산을 확보한 후 한반도 대운하를 다시 추진하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는 내용에 이어 4대강 물길 살리기 사업의 필요성과 중요성, 주요 사업내용, 기대 효과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 2008. 12. 26.
이런 기사 Ⅲ : 오바마 새 정부는 농구 드림팀 이런 기사 Ⅲ : 오바마 새 정부는 농구 드림팀1) 지난 12월 4일, 신문에는 미국의 대통령 당선자 버락 오바마(Obama)가 활짝 웃으며 농구공을 던져 올리는 시원한 모습의 컬러사진이 실렸습니다. 기사 제목은「오바마 새 정부는 농구 드림팀」이었습니다. 농구광(狂)으로 알려진 오바마가 지명한 행정부와.. 2008. 12. 10.
우리 학교 미스터 X 모처럼 직원회식을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부산 남포동에서 왔을까요? 미스터 X를 만났습니다. 몇 명이 남아서 2차, 3차를 갔을지도 모릅니다. 미스터 X는 볼일이 있어 일찍 갔다고 하니 2차는 가지 않은 게 거의 확실합니다. 직원회식 이야기를 하면 흔히 교장이 2차, 3차에 가는 게 좋은지 어떤지에 대.. 2008. 12. 2.
가을葉書 Ⅵ -이제는 부칠 데도 없는- 창(窓)만 있으면 단풍든 나무가 남아 있는지 확인하며 보류(保留)해오다가 오늘 그걸 포기하기로 했다. “가을…….” 감상에 젖어도 좋을만한 날에 부끄러운 겨울감기에나 걸려서 그 달은커녕 새 달이 다 지나도 그걸 떨쳐버리지 못하고 이 교장실은 서향집 이층이고, 더구나 IMF 때 지어서 일년이 여.. 2008. 11. 27.
이런 기사 Ⅱ : 몸만들기 그게 로봇 이야기였는지 세포 조작 이야기였는지 잘 모른다. 21세기의 언제쯤, 여성들이 하나같이 예쁜 세상이 되어버리면, 드물게 본래의 얼굴 그대로 '개성(個性)'을 지닌 여성이 있으면 오히려 열광적인 선택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얘기였다. 그 얘기는, 텔레비전에 새로 등장하는 예쁜 .. 2008. 11. 23.
외손자 선중이와 이 동네 홍중이-참 별종인 아이들 #1 제 외손자 선중이가 바로 그 ‘별종(別種)’입니다. 근근이 키워 지난봄 초등학교에 입학시켰는데, 그때부터 그 어미는 더 깊은 고난의 골짜기로 들어섰습니다. 그럴 줄 미리 알고 인천 모 여고 일어 선생도 집어치우고 들어앉았지만, 그것 가지고는 어림없는 수작이 되었습니다. 우선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건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아무리 취학 전 아이들이라도 음식점 같은 곳에 데리고 가면 최소한의 공중도덕은 지킬 줄 아는 아이로 키워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었고, 주제에 교육자랍시고 사람들을 만나면 일본의 가정교육을 예로 들면서 그걸 강조해왔지만 제 손자가 엉망인 걸 확인하자 그만 할 말이 없게 되었습니다. ‘경솔하게 이야기하다가 내가 천벌을 받는구나!’ 싶었습니다. 오죽하면 .. 2008. 11. 13.
「수업공개」경험 - ‘허난설헌’님께 - 제 독자님 중에 ‘허난설헌’이란 닉네임을 가진 분이 다음과 같은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글을 받아보는 제 입장에서 보면 너무 겸손한 표현을 해주신 부분이 있지만 그대로 옮깁니다. 너무도 유치 무쌍한 질문인지라 -아직도 이런 걸 질문하나? 싶은- 비공개로 하려고 했으나 혹시 비슷한 의문을 가.. 2008. 11. 7.
가을葉書(Ⅴ) : 안병영 전 부총리를 그리워하며 운동장 건너편의 활엽수들이 가을을 보여줍니다. 하루하루가 다릅니다. 아침 다르고 오후가 다릅니다. 오늘 아침에는 ‘이제 온 나무가 다 붉어졌구나.’ 했는데, 점심을 먹고는 그 붉음이 더 맑아진 걸 확연히 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나무의 저 윗부분이, 붉게 물드는 나무는 좀 칙칙한 붉은색, 노랗게 물드는 나무는 노란색 가루를 뿌린 듯했는데, 그 붉음과 노랑이 차츰 아래로 내려왔고, 드디어 오늘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칙칙하던 그 색이 차츰 깨끗해지는 걸 보면 결국에는 선홍색, 선황색이 될 것입니다. 설악산 같은 곳은 어떻겠습니까. 속초의 안병영 전 부총리가 생각납니다. 그분이 알면 좀 곤란하지만, 지난여름에 볼일이 있어 택시를 맞추어 속초에 갔었습니다. 설악산 기슭을 넘어 오가며 가을에는 저 울창한 숲이 .. 2008. 10. 16.
가을葉書(Ⅳ) : 코스모스와 어느 양호교사의 사랑 코스모스와 어느 보건교사의 사랑 이맘때쯤엔 코스모스가 지천이었습니다. 고생스런 삶이어서 그런지 그 고향이 저는 싫습니다. 싫은데도 생각이 납니다. 요즘은 밤낮없이 떠오릅니다. 주말 이야기 끝에 코스모스라도 좀 봤느냐고 물었습니다. "에이, 코스모스야 여름방학 전 칠월 중순.. 2008. 10.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