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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가련한 우리말

by 답설재 2011. 4. 19.

 

 

 

가련한 우리말

 

 

 

 

  "이날 ○○○은 데뷔 전부터 화제를 모은 금발의 헤어와 비비드 컬러의 펑키한 의상으로 브리티시 록이란 장르를 어필했다."

 

  새로 쓰이는 외래어로 말하면 '인터넷 서핑(internet surfing)'을 하다가 발견한 기사의 한 부분입니다. '참 나쁜 사례구나!' 하고 착각하지는 마십시오. '최첨단'의 수많은 사례 중 하나일 뿐입니다.

  좀 과장한다면 저 같은 사람에겐 외계어(外界語) 같다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그 뜻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 짐작이 실제와 다른 전혀 엉뚱한 의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 기회에 한 가지 더 고백하면 신문을 봐도 가령 금융에 관한 기사나 IT(정보기술)에 관한 용어 같은 건 ─물론 관심이 깊은 사람이나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겠지만─ 이해하기가 어려울 정도가 아니라 아예 읽을 수가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다음은 어제 석간의 1면 톱기사 첫머리입니다. 한 문장을 읽고 더 읽는 것을 포기하고 있다가 TV 방송에서 예습하고 겨우 개요를 파악했습니다.

 

  '부실PF 처리' 배드뱅크 만든다 : 10조 규모 설립 추진… 금융당국-5대지주사 회장 첫 회동1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채권만을 처리하는 10조원 규모의 배드뱅크(bad bank·금융기관의 부실자산, 채권을 사들여 처리하는 회사)가 은행권 공동으로 설립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하 생략)…

 

  인용한 부분을 잘 살펴보면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독자들을 상당히 배려하고 있는 것을 간파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처음 대할 때는 그처럼 어렵게 다가온 것입니다.

  신문기사는, 편집부 전문가들 얘기를 들어보면 중학생이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평범한 문장으로 써야 잘 쓴 기사라고 한다는데, 살다가 보니까 그만 이렇게 뒤떨어져서 신문기사조차 읽지 못하는 처지가 된 것입니다. 말하자면 금융이나 IT에 관한 한 낙오자가 되어 버렸고, 이제는 '그래, 포기하고 말자'며 곧잘 읽기를 단념하는 신세가 된 것입니다. 

 

 

  '낙오자'가 된 것이 틀림없습니까? 그렇다면 최소한 제가 특별히 수준 낮은 사람일 수도 있고, 앞으로는 노인 인구 비율이 점점 높아진다니까 낙오자의 비율이 점점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제가 특별히 수준 낮은 사람이 아니라면 ─즉, 후자의 경우라면─ 신문기자들이 기사를 더 쉽게 쓰면 어떨까요? 아니면, 바보 같이 되어 버린 노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신문이 생기면 좀 팔리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제가 노년층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노년층에 들어가려면 연령으로는 아직 멀었는데도 금융이나 IT 부문엔 워낙 과문한 탓인지 이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젊은이들은 쏜살같이 중년이 되고, 그 중년이 있었는가 싶게 노년으로 가는 고개를 넘게 된다는 걸 명심할 필요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 글의 논의 방향이 잘못된 것 같습니까? 사실은 저도 우리말이 가련한 처지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외계어 같은 글들을 대할 때마다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다른 나라도 그렇겠지. 멀쩡한 말 두고 마구마구 외래어를 섞어 쓰고 있겠지. 그게 '세계화'나 globalization 뭐 그런 거겠지.'

 

  그러다가 일전에 프랑스에서 조선왕실의궤가 돌아왔다는 기사에서, 한때 우리는 이 책들이 그간 색이 바래지 않은 것을 두고 프랑스의 문화대국다운 고서 보존 기술에 감탄한 적이 있다는 기사를 보고는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그게 아니라 조선 최고급 종이인 초주지(草注紙) 덕분이며, 이 종이는 임금에게 올릴 글과 책, 초기(草記)에도 썼고, 왕의 침실 문과 창에도 발랐다는 것입니다. 문화재청이 2000년에 두루마리 불경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전통 한지 기법으로 만들어 봤지만 신라 종이를 따르지 못했다는 기사도 봤습니다.

 

  우리는 세계에서 제일 좋은 우리말을 학대하고 있는지 모르며, 그렇다면 언젠가 벌을 받을 각오를 해야 합니다.

  '아, 가련한 우리말! 온갖 구박을 받으면서도 참고 지내는 우리말……'

 

 

 

 

Ⅴ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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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K ○○○, 지상파 첫 데뷔무대 합격점 “떨리지만 신나요”

                                                                             ◇◇◇ | 2011.04.15 19:43 | [◇◇◇ ●●● 기자]

 

  케이블채널 엠넷 '슈퍼스타K2' 톱11 출신 ○○○이 지상파 음악프로그램 첫 출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은 4월 15일 방송된 KBS 2TV '뮤직뱅크'에서 첫 데뷔 앨범 타이틀 곡 '너 밖엔 없더라'를 공개했다.

  이날 ○○○데뷔전부터 화제를 모은 금발의 헤어와 비비드 컬러의 펑키한 의상으로 브리티시 록이란 장르를 어필했다. 특히 ◎◎◎ 작곡가가 직접 선물해 줬다는 ◈◈◈◈◈를 연주하며 감성적인 목소리로 부르는 ○○○의 노래는 신인답지 않은 깊이감을 선사했다.

  ○○○은 무대에 오르기 전 기자와 만나 "오늘 '뮤직뱅크' 첫 출연이다. 많은 선배 가수들도 만나고 떨리지만 신난다. 많은 친구들이 축하해 줬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날 '뮤직뱅크'에는 씨엔블루, 케이윌, 포미닛, 유키스, 김태우, 레인보우, 토니안, 달샤벳, 걸스데이, 이현(Feat. 마이티마우스), 양파, 제국의 아이들, 클로버, NS윤지, 달마시안, 마야, 라니아, 브레이브걸스, 핸섬피플, 서인국, block.B, 김그림 등이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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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일보, 2011.4.18, 1면.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