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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봄! 기적(奇跡)

by 답설재 2011. 4. 13.

 




 

봄! 기적(奇跡)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싶었습니다.

  재해는 갈수록 험난하고,

  정치, 종교, 교육, …… 우리가 더 잘 살아가려고 하는 일들로 인한 갈등이 까칠하게 느껴져서 때로는 그런 것들이 '왜 있어야 하는가?' 어처구니없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이 봄날,

  그런데도 햇살은 야속하다 싶을 만큼 화려합니다.


  완전히 박살이 난 걸 다시 주어맞춘 장난감처럼, 몸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태인 게 다행입니다. 아름다운 곳을 찾아가기가 쉽지 않은 이유이고 변명입니다.


  아쉽지는 않습니다.

  '지금 여기에' 있는 것만 해도 기적(奇跡)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덤으로 산다'고 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기적은 무슨……

  저 자연이 기적이고, 살아서 시시각각 변모하는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이 현실, 이 세상이 기적입니다.

 

 



  살다가 떠나온 세상 '교육을 하는 곳'에 대해 설명하라면,

  그 곳에서는 사람들도 저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 같아서 현혹되기가 쉬웠습니다.

  저 자연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마음도 모두 저렇게 고운 줄 알았습니다.


  아름다운 자연 곁에서라면 부처님께서도

  "그래, 맞다! 사람들 마음도 저것과 같으니라."

  꾸중을 하실 요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부처님께선 끝내 울지 않으셨단 말씀입니까?

 

 



  사막의 석가모니를 생각해보자. 그는 여러 해 동안 그곳에서 하늘로 눈을 들고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신들조차도 그 지혜와 그 돌의 운명을 부러워했었다. 내민 채로 굳어져버린 그의 두 손에 제비들이 둥지를 틀었다. 한데 어느 날 제비들은 먼 고장의 부름을 받고 날아가버렸다. 자기 속의 욕망과 의지와 영광과 고뇌를 다 죽일 수 있었던 그이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꽃들이 바위에 돋아나게 되었다. 그렇다. 필요할 때에는 돌에 동의를 하자. 우리가 사람 얼굴들에 요구하는 그 비밀과 그 격정을 돌 또한 우리에게 줄 수 있다. 아마도 그런 것이 영속하지는 못할지 모른다. 하지만 영속할 수 있는 게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얼굴들의 비밀은 사라지고 우리는 욕망의 사슬 속에 되던져지고 만다. 설사 돌이 우리를 위해 인간의 마음 이상의 것을 해주지 못한다손 치더라도 그에 못지않을 만큼은 해줄 수 있다.

 

                                         - 알베르 카뮈, 「미노타우로스 또는 오랑에서 잠시 - 피에르 갈랭도에게」 중에서1

 

 

 

  <다른 번역>

  사막의 석가모니를 생각해 보라. 그는, 사막에서 눈을 하늘에 둔 채 꼼짝 않고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몇 년 간을 똑바로 그대로 앉아 있었다. 신(神)들은 그의 지혜와 돌 같은 숙명을 질투했다. 내밀어진 그의 두 손에다 제비들이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그러나 어느 날, 먼 나라들의 부름에 답하여 제비들은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욕망과 의지와 명예와 고뇌를 눌러 왔던 그는 울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바위 위에서 꽃이 피는 일이 생기게 되었다. 그렇다. 돌이 필요하다면 우리는 돌을 받아들이기로 하자. 우리가 여러 얼굴들에게서 구하는 그 비밀스러움과 그 광희는 또한 돌에 의해서도 주어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영속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영속될 수 있을 것인가? 여러 얼굴들의 비밀스러움은 시들어 사라지고, 우리는 다시 욕망의 사슬로 되돌아가 있다. 그리고 돌이 우리에게 인간의 가슴보다 더 많은 것을 해 줄 수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인간의 가슴만큼은 해 줄 수가 있는 것이다.

 

                                                      알베르 까뮈, 「미노토르-오랑에서의 체류」 중에서2

 

 

 

 

 

 

 

  1. 알베르 카뮈, 김화영 옮김, 『결혼·여름』(책세상, 2009), 103~104쪽. [본문으로]
  2. 알베르 까뮈, 민희식 옮김, 『시지프스의 신화』(육문사, 1993), 228쪽쪽(부록 2 철학 에세이)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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