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初夜? 이렇게 해보세요"
Ⅰ
2003년 어느 날 일입니다. 교육부에서 근무할 때였는데, 아침에 장관실에서 들어갔더니 혼잣말처럼 이렇게 물었습니다.
"사교육을 줄이는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아침 신문을 살펴보다가 접으며 푸념처럼, 넋두리처럼 불쑥 던진 교육부 수장의 그 질문에, 저도 별 생각없이 그러나 단호하게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없을 것 같습니다. 모든 걸 사교육에 의존해서 해결하려는 사고방식 때문에 좀 있으면 장가가고 시집가는 일에 대한 과외도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
제가 교사 출신 장학관이 아니고 사무관이나 서기관, 이사관 같은 일반행정직이었다면 그렇게 답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들이라면, 그들이 그렇게 답한다면, '이따위 교육 관료가 있나!' 그 순간부터 업신여김을 당할 것이라고 여길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관점으로 해석하면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는 말로 설명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이라면 이렇게 대답했을 것 아닌가 싶어집니다.
"부총리님! 지침만 주신다면 제가 그 일을 한번 해보겠습니다."
혹은 이랬을까요? "너무 걱정 마십시오. 우리에게 맡겨주십시오!"
아니면 최소한 이렇게는 답했겠지요. "어려운 일이긴 합니다만 길이 없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대답도 있을 것입니다. "……"
Ⅱ
문화일보, 2011.4.6.11면.
Ⅳ (덧붙임)
이럴 줄 알았습니다.
이 기사를 본 이튿날 신문에는 「차라리 '결혼면허 제도'를 도입하자」는 논설이 실렸습니다. 필자는 변호사입니다. 예단·혼수 갈등을 둘러싼 이혼 소송을 지켜보면 결혼을 '婚테크'처럼 여기는 젊은 세대도 많을 뿐만 아니라, 높은 이혼율을 탓하기 전에 婚前 부부교육이라도 의무화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는 것입니다.1
정말로 그렇게 한다면 연애와 결혼을 위한 사교육이 생기고 번창할 것은 뻔한 일입니다. 그러면 이제 사교육은 교육과학기술부만의 고민거리가 아니게 될 것입니다.
- 조선일보, 2011.4.7.A34. 아침논단.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