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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初夜? 이렇게 해보세요"

by 답설재 2011. 4. 11.

 

 

 

"初夜? 이렇게 해보세요"

 

 

 

 

  2003년 어느 날 일입니다. 교육부에서 근무할 때였는데, 아침에 장관실에서 들어갔더니 혼잣말처럼 이렇게 물었습니다.

  "사교육을 줄이는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아침 신문을 살펴보다가 접으며 푸념처럼, 넋두리처럼 불쑥 던진 교육부 수장의 그 질문에, 저도 별 생각없이 그러나 단호하게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없을 것 같습니다. 모든 걸 사교육에 의존해서 해결하려는 사고방식 때문에 좀 있으면 장가가고 시집가는 일에 대한 과외도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

 

  제가 교사 출신 장학관이 아니고 사무관이나 서기관, 이사관 같은 일반행정직이었다면 그렇게 답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들이라면, 그들이 그렇게 답한다면, '이따위 교육 관료가 있나!' 그 순간부터 업신여김을 당할 것이라고 여길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관점으로 해석하면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는 말로 설명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이라면 이렇게 대답했을 것 아닌가 싶어집니다.

  "부총리님! 지침만 주신다면 제가 그 일을 한번 해보겠습니다."

  혹은 이랬을까요? "너무 걱정 마십시오. 우리에게 맡겨주십시오!"

  아니면 최소한 이렇게는 답했겠지요. "어려운 일이긴 합니다만 길이 없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대답도 있을 것입니다. "……"

 

 

 

  사교육은, 심지어 수능고사 문항의 70%를 EBS 방송에서 출제하고, '학파라치'에 이어 사교육의 원인이 되는 논술고사를 없애거나 줄이라는 등의 강력한 시책을 쓴 2010년 통계를 제외하면 그걸 줄여보겠다는 역대 장관들을 대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줄어들기는커녕 나날이 늘어난 것이 사실입니다.

 

 

                                                                                              Ⅲ

 

  서울 동작구에서는 만혼 예방과 출산율 제고를 위해 결혼 주선 전문업체 듀오의 커플 매니저를 강사로 초빙해서 대학생 및 미혼자를 대상으로 한 연애특강을 개설했답니다. 말하자면 어떻게 하면 멋지고 달콤한 연애를 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결혼에 골인할 수 있는지, 그 비법을 가르쳐준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 기사를 보고 떠오른 것이 교육부장관실에서의 그 대화였고, 이러한 연애특강에 대해 개인적인 수요가 생기면 그것도 '사교육 거리'가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들 스스로 자조적으로 우리나라를 '과외공화국'이라고 부르기도 하니까요.

 

  실제로 연애특강에 대한 개별 '과외'의 수요가 생길 것인지, 생긴다면 그런 현상은 긍정적인 것인지 아닌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판단이 되질 않습니다.

  다만 우리나라가 '과외공화국'을 면하려면 교육과학기술부장관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장관은 물론 중심에 있어야 하고, 그 '잘난'(미안합니다) 각 대학 총장님들과 교육감들이 모두 참여하는 협의체가 만들어지고, 그 협의체가 주관하는 전국민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그 길이 보일 것입니다.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문화일보, 2011.4.6.11면.

 

 

 

Ⅳ (덧붙임)

 

  이럴 줄 알았습니다.

  이 기사를 본 이튿날 신문에는 「차라리 '결혼면허 제도'를 도입하자」는 논설이 실렸습니다. 필자는 변호사입니다. 예단·혼수 갈등을 둘러싼 이혼 소송을 지켜보면 결혼을 '婚테크'처럼 여기는 젊은 세대도 많을 뿐만 아니라, 높은 이혼율을 탓하기 전에 婚前 부부교육이라도 의무화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는 것입니다.1

 

  정말로 그렇게 한다면 연애와 결혼을 위한 사교육이 생기고 번창할 것은 뻔한 일입니다. 그러면 이제 사교육은 교육과학기술부만의 고민거리가 아니게 될 것입니다.

 

 

 

  1. 조선일보, 2011.4.7.A34. 아침논단.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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