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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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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스런 기사 제목

by 답설재 2011. 3. 24.

 

 

장난스런 기사 제목

 

 

 

  어느 신문에선 흔히 기사제목의 한자어를 임의대로 고쳐 쓰고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1

 

  「모금운동·애도열기 후끈… '지구촌 日치단결'」

  규모 9의 대지진과 쓰나미, 원전(原電) 방사선 유출 사태로 인한 피해 상황이 극에 달한 일본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구호의 손길이 열기를 띠고 있다는 내용이다.

  日치단결? 일간신문에서 기사 제목을 그렇게 붙여도 좋은지 의문이다. 장난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더구나 비교육적이고, 한자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 날짜 그 신문에서는 이런 식의 제목을 하나 더 찾을 수 있었다.

  「'東日本 대지진' 여파로 급락하더니… 원자재값 일제히 '高高' : CRB상품지수 10.43P↑, WTI·금 가격 등 급등」

  '高高', 원자재값이 치솟는다는 뜻이니 굳이 따지자면 틀린 한자를 쓴 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 '高高'를 보고 'Go Go'가 생각나서 장난스런 표현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高高'의 'Go Go' 연상 효과, "바로 그걸 노렸다!" "제대로 된 것"이라고 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그게 바로 장난스럽게 여겨지고, 기사 제목을 그렇게 취급하는 것이 유치하게 여겨진다는 것이다.

 

  그 신문에서 자주 그렇게 하는 걸 보고 못마땅한 건 단지 자신이 까칠한 성격이기 때문인지, 어쨌든 신경이 쓰이고, 역겹기도 하고, 외면하고 싶지만 참을 수가 없어서 이걸 어디에 고발할 데가 없나 싶기도 하다.

  3.11 동일본 대지진 뉴스에도 그런 제목을 붙이고 있었다.2 「"대피소 부모님 눈에 아른"… 생필품 챙겨 속속 '苦鄕'으로」

 

  신문사 편집부에서는 이런 짓을 좋게 보는 걸까? 다른 신문에서도 그런 한심한 예를 더러 찾아볼 수 있다.3

  「전자업계 '부품 사재기' 반도체 가격 연일 '高高' - 일 대지진 따른 상승 진정 안돼… 최근 15%↑」

  한국의 메이저 신문들이 이렇게 하는 건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다.

 

  덧붙이면, 한때 침대 선전 CF에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라는 게 있었고, 그걸 유심히(혹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어느 초등학생이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던데요?" 했다는 얘기가 있다. 그 아이를 "바보 같다"고 하겠는가?

  '日치단결'을 보고 '一致團結'을 의아해할 "바보가 있겠느냐?"고 하겠는가?

 

 

 

  1. 어느 신문 2011.3.18(금). 11면 및 20면. [본문으로]
  2. 그 신문, 2011.3.22. 9면. [본문으로]
  3. C일보, 2011.3.22.B1.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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