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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사랑하는 선중에게

by 답설재 2011. 2. 24.

 

 

사랑하는 선중에게

 

 

 

  선중아.

  이번 봄방학에 우리는 눈물로 만나고 헤어졌구나.

  만나는 날, 한 번 더 살펴보고 한 번 더 생각해서 행동하는 의젓한 사람이 되겠다는 약속을 하자고 했을 때 네가 흘린 눈물은, 네 결심을 보여준 것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헤어질 때는 가슴이 아팠다. 스키를 타러 가자고 조른 날이어서 한시가 바쁠 텐데도 기어이 나를 만나보고 가야 한다고 조른 것도 그렇고, 오랫동안 못 만날 사이처럼 눈물을 보이며 헤어진 것도 가슴 아팠다.

 

  이번에 이곳에 와서 함께 지낸 기간은, 네 한자 성적처럼 좋은 성적을 주고 싶다. 때로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잔소리를 하기도 했지만 3박4일이니까 그 정도의 잔소리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사실대로 말하면 할아버지의 행동도 할아버지의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많아.

  할아버지는 네 반찬을 놓아 주는 일 같은 건 행복하다. 그런 건 얼마든지 좋다. 너도 그걸 알고 있지? 할아버지가 아니어도 혼자서 얼마든지 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누가 모르겠니.

  다만 생각이 더욱 깊은 아이가 되어야 한다. 벌써 4학년이라니! 만나는 날, "이제 3학년 담임선생님과 영영 헤어졌네?" 했을 때 "네" 하고 대답했지? 나는 얼굴도 모르는 그 선생님을 한참동안 생각했단다. 내가 그랬지 않니? "그 선생님은 우리 선중이 때문에 고생도 많이 하시고 참 잘 가르쳐 주셨는데……"

 

 

 

 

 

 

 

 

 

  『질문하며 노는 생각 놀이터』라는 책을 보낸다.

  이 책을 읽어보고 앞으로는 더 깊이 생각하고 생각을 더 잘 표현할 줄 아는 아이가 되기 바란다. 물론 말을 길게 하는 것이 좋다는 뜻은 아니다.

  '부모님을 꼭 사랑해야 해요?'

  '부모님은 왜 화를 낼까요?'

  '서로 좋아하는데 왜 싸우죠?'

  '왜 모든 것을 알 수 없죠?' ……

  우리는 대답하기 곤란하거나 대답하기 싫은 질문에 대답해야 할 때도 있고, 모든 질문에 거의 같은 길이의 대답을 해야 하거나 아주 짧은 대답, 혹은 길고 자세한 대답을 해야 할 때도 있지. 그런 생각으로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선중아.

  다음에 만날 땐 눈물을 보이지 않도록 하자. 헤어지면서 네가 눈물을 흘렸을 때, 그게 참으로 고마운 일인데도 덜컥 겁이 났었다.

  '내가 아프니까 그런가?'

  '내가 아프니까 앞으로 많이 만나지는 못하게 되는 건가?' ……

  그런 헛된 생각이 들기도 했지. 그러니까 다음에는 내게 용기를 주는 인사를 해주기 바란다.

 

  이 편지 받고나면 바로 4학년이 되겠구나. 사람들은 이런저런 얘기를 하지만 난 세상의 어떤 선생님도 다 좋은 선생님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선생님이 될 수가 없다는 게 내 생각이야. 다만 우리가 그 선생님과 어떻게 사귀는가가 문제일 뿐이지.

  나는 네가 자랑스럽다. 4학년을 멋지게 시작하도록 해라.

 

2011년 2월 24일

 

 

                                                                                                                     할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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