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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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그럴 줄 알았다.
대책 없이 앉아 있다가 …… 봄이 올 줄 알았다.
겨울 다음엔 봄이라는 건 '법칙(法則)' 이상의 것이지만, 경험만으로도 계산상 이미 예순여섯 번째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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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어린애라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나는, 초인간적인 행복은 없다는 것과 일상의 범위를 벗어나는 영원은 없다는 것을 배운다. 이 얼마 안 되면서도 본질적인 부속물들, 이 상대적인 진실들은 나를 감동시키는 유일한 것들이다. 다른 것들, 즉 <관념적>인 진실들에 관해서는 나는 그러한 것들을 이해할 만한 영혼을 갖고 있지 않다. 인간이 짐승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나는 천사들의 행복에서 아무런 의미도 발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다만 이 하늘이 나보다 더 오래 영속될 것임을 알 뿐이다. 그리고 내가 죽은 뒤에도 지속될 것 말고 그 무엇을 영원이라 부르겠는가?
알베르 까뮈는 「알지에에서 보낸 여름」이라는 에세이에서그렇게 썼다.1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싫어서였을까, 이렇게 이어가고 있다. "나는 여기서 자기 자신의 상태에 대한 인간의 만족을 표현하고 있는 게 아니다. 그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인간이 된다는 것은 언제나 쉽지는 않고, 순수한 인간이 된다는 것은 더더욱 그러하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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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쩌랴. 그런 사람들도 다 사라진다.
이곳 아이들은, 강원도의 폭설(暴雪)이 1미터는 된다고 한 그 주말에 이미 봄이 온 것을 알고 있었다. 우리가 어렸을 적에 봄을 찾아 아직 잔설(殘雪)이 보이던 그 시냇가로 뛰어나간 기억처럼 그렇게 냇가로 뛰어나갔다.
우리가 속수무책인 것은, 아이들을 어쩌지 못하는 '교육'과 마찬가지이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조용히 하라!"고, "가만히 앉아 있어라!"고, "그쪽으로 다니지 말라!"고, "제발 그러지 말라!"고, 온갖 구실로 아무리 억누른다 해도, 아이들은 일시적인 순종을 할 뿐이다. 그런 억압 속에서도 아이들은 자라고, 자라서 제 갈 길을 간다.
봄은 아이들처럼 그렇게 온다.
아무런 대책이 없는 내가 문제다. '해야 할 일이 있으면 하면 될 것 아니냐'는, 그 외에는 아무런 대책이 없는 내가 문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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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야 설날 다음날이 이미 입춘(立春)이었다.
그날부터 정말로 봄이었는가를 묻는다면, 그건 질문도 아닐 것이다. 그날은 아직 한겨울의 어느 하루일 뿐이었다 하더라도, '누구나 봄이 온다는 것쯤은 알아야 한다!'는 경고만으로도 그건 얼마나 현명한 일인가.
큰일은 큰일이다. 이러다간 또 대책 없이 한 해가 갈 것이다.
- 『시지프스의 신화』(민희식 옮김, 육문사 교양신서 13, 1993), 197~198쪽.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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