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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연습' 그 이전 혹은 그 과정

by 답설재 2011. 2. 7.

 

 

 

'연습' 그 이전 혹은 그 과정

 

 

 

 

  며칠 전 역사상 가장 탁월한 저격수 시모 해이해가 어떻게 그와 같은 사격이 가능한가 묻자 다 연습을 한 덕분이라고 대답하더라는 얘기를 전하며 생각난 것이 있습니다.

  그러면 무턱대고 연습만 하면 되나? 아무나 그런 연습이 가능하냐? 그런 의문이 생기는 것입니다. 어쩌면 '연습'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이전에 그런 '지독한' 연습이 가능하게 하는 의지, 신념, 열정 같은 게 있어야 한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저는 평생 교사로 살아오면서, 교사는 '전문가(프로)'니까, 말하자면 서부활극의 그 총잡이처럼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총잡이의 특징을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정해 보았습니다.

 

  1. 한 가지 일에 전념한다.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하거나 이 일 저 일, 가령 아이들도 잘 가르치고 돈도 많이 모으는 등 여러 가지에 욕심내지 않는다.

  2. 울지 않는다. 서부활극을 보면 주인공은 우는 장면을 보여주더라도 총잡이는 우는 경우가 없지 않은가!

  3. 포기하지 않는다. 총잡이는 주인공의 총에 맞아 쓰러지면서도 주인공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지 않는가!

 

 

 

『황야의 무법자』(1964) : DAUM 영화에서 가져옴.

 

 

 

  제 비유가 어떻습니까? 제가 이렇게 비유해 본 것은, 사람들에게 교사의 전문가로서의 각오나 책무성 같은 것을 재미있게 이야기하기 위해 생각해낸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교사라는 직업도 그리 만만하지는 않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돈이 없어 쩔쩔매야 할 때는 돈을 많이 모으고 싶고, 힘들면 울고 싶을 때가 있고, 심장이 상할 때는 다 집어치울까? 싶을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보고 읽고 생각하는 아이로 키워야 한다』라는 제 졸저(拙著)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들어 있습니다.1

 

 

 

 

  …(전략)…

  나는 그렇게 지내온 교직 생활에 회한이 많다. 아내는 만삭의 몸으로, 이제나저제나 퇴근하여 돌아오는 나를 기다리던 그 동네 그 골목 찹쌀 도너츠 가게 앞에서 그 도너츠 하나가 먹고 싶어 손가락으로 눌러보고는 ‘벌써 굳었구나’ 하고 돌아섰고, 금방 구어 말랑말랑하면 이번에는 ‘다음에……’ 하고 돌아섰었다. 자식들은 유치원에 다니는 다른 아이들의 노란 가방과 노란 모자를 넋 놓고 바라보기만 했다. 그렇게 살면서, 나도 현실과 관념, 노력과 운명, 야망이나 신념, 긍지 같은 것들을 모두 생각하며 살아가는 한 사람이므로 나름대로 세상을 보며 생각도 하고, 웃기도 하고, 눈물겹기도 했다. 대화가 부족하여 가족들에게는 늘 미안했고, ‘나중에, 나중에, …….’ 하다가 돌이킬 수 없는 세월만 갔다. 정말로 여유가 없었으며, 남과 어울려 식사할 때조차 그 시간이 길어지면 이렇게 시간을 허비하면 안 되는데 하고 초조해질 지경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나는 내 직업이 좋고, 해 볼 만하며, 무엇보다 ‘나는 전문가(프로, 그러므로 죽을지도 모르고 뛰는 프로 축구 선수, 프로 권투 선수……)니까 이렇게 해야 한다. 어렵게 살아도 괜찮다. 울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지냈다. 전문가도 쓰러지면 끝장일 것이다. 실제로 동료들 중 어떤 사람은 그렇게 애쓰다가 자칫하면 건강을 잃는다, 죽는다고 경고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걸 누가 모르겠는가. 그렇지만 전문가란 어떤 사람인가 하면, 서부 활극으로 치면 ‘총잡이’, ‘살인 청부업자’와 같은 거 아닌가. 물론 전문성을 발휘하는 목적이야 다르지만 그만큼 노력해야 하는 사람이 아닌가. 총잡이는 결국 주인공의 총에 맞는다. 그러나 그 총잡이는 “내 돈! 내 돈!” 하거나 “이제 나는 총을 맞아 죽으니 약속대로 돈을 받는다 해도 다 헛일”이라고 하던 일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주인공이야 그 ‘총잡이’와 같은 전문가도 아니고 일생에 그런 고난을 한두 번밖에 겪지 않으니까 정말로 고통스럽거나 서글퍼지면 때로는 울기도 하지만, 전문가인 총잡이는 늘 그런 일을 하며, 오로지 한 가지 일에만 매진한다. 그러다가 총 한번 맞은 걸 가지고 야단스레 울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쓰러져 죽어가면서도 주인공을 향해 총을 겨누고 쏘다가 죽는다. 이것이 바로 ‘전문가’, ‘프로’의 태도이고 표본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후략)…

 

 

 

 

  지금은 어떤가 하면 저에겐 다 지나간 일입니다. 위의 글 첫머리 '나는 그렇게 지내온 교직 생활에 회한이 많다.' 그 말만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하면 될 지 모르겠습니다. 그 의지, 신념, 열정은 어떻게 했는가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요? 그런 애기는 앞으로 좀 더 해볼 작정입니다.

 

 

 

 

  1. 거듭 말하지만 이 제목은 출판사 사장이 정한 것이고, 애초에 제가 정한 책 제목은 『가르쳐보고 알게 된 것들』이었습니다. 인용하는 글을 그 책 중의 「선생님이란 이름」중 한 부분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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