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동기생 모임을 하면 매번 대여섯 명 정도가 모여 식사를 한다.
한때 교육자였고 피끓는 열정을 토로할 줄도 알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그럴 일도 없고 아니 아무런 일도 없고 있을 것도 없고 그래서 아무 일도 아닌 이야기를 나 혼자라도 저렇게 진지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대부분 건강해서 나보다 십여 년씩은 더 살겠지만 저들도 후줄근하고 추레하긴 마찬가지다. 정장을 할 필요가 거의 없게 된 것만 해도 그렇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를 더 정성들여 들어 주고 싶은 것이다.
우리는 280명인가가 함께 졸업했다. 우울했으나 지금보다는 찬란했던 시절의 친구들은 지금은 어디 있는지조차 잘 모르는 사이가 되었다. 학교 다닐 땐 저 자리에 모인 저들과 친하게 지낸 것은 아니었다. 그건 저 사람들 모두가 마찬가지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만나자고 하면 좋아하는 사이가 되었고 누가 혹 좀 싫은 소리를 해도 아무 말 않고도 양해해 주게 되었고 아프거나 안타까운 일이 있다고 하면 마음아파하고 다음에 또 만나자면서 헤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