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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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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학교」와 「흐리멍덩한 학교」 …(전략)… ○○초 학생들은 우리 음악에 푹 빠진다. 아침마다 교정에 울려 퍼지는 국악창작동요를 들으며 등교하고 건강달리기를 한다. 또 20분씩 국악동요를 부르는 시간도 갖는다. 분기마다 열리는 국악동요부르기대회에도 참가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업 시작과 끝을 알리는 종소리도 국악, 현관에도 화장실에도 하루 종일 국악이 흐른다. 격주로 실시하는 음악조회도 빼놓을 수 없다. 아이들은 독보력과 악기 연주 실력을 쌓고, 우리음악과 서양음악을 비교하는 시간을 갖는다. …(중략)… “먹을거리는 우리 것이 좋은 줄 알고, 우리 것을 찾습니다. 우리 몸에 맞기 때문이지요. 우리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이 태어나 자라면서 모국어를 배우듯 우리의 정서, 느낌, 감성이 담긴 우리 음악을 통해 음악의 모국어를 찾아주.. 2009. 10. 17.
가을엽서 Ⅸ <이것 없으면 안 되는 줄 알고 갖고 다니는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 가을엽서 Ⅸ 잘 지냅니까? 편안하게 안부를 물을 만한 사람이 얼마든지 있을 것 같아도 ‘정리’해보면 그렇지 않고 궁금한 사람은 거기에 없습니다. “저것 좀 봐” 하고 싶은 채 지나갑니다. 제가 없어도 “저 가을하늘 좀 보라.. 2009. 10. 16.
아이들이 적은 나라 마침내 우리나라도 아이들이 적은 나라가 되고 있습니다. 한때 너무 많아서 지천이어서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돼지새끼 다루듯(요즘은 거의 쓰지 않는 '가돈家豚'이라는 낱말이 있긴 하지요? 그렇게) 구박하고 강압적으로 다루고 가만히 앉아서 오는 아이들 받으며 “너희들 아니어도 얼마든지 있다”는 식으로 가르치던 것이 어제 같은데 이렇게 되었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아이들이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우리를 피곤하게 하고 어렵게 하고 귀찮게 해도 이것들이 없으면 우리끼리 뭘 하겠습니까? 그런데 그 아이들이 턱없이 줄어들고 있다니 큰일 아닙니까? 돈이야 국회의원들에게 조르면 되고 우리의 전문성은 책을 더 읽으면 되고 되지도 않는 지시·명령·감독을 해대는 저 교장은 물러갈 때를 기다리면 되지만, 우리가 나서서 여성들에게.. 2009. 10. 14.
4학년 교내 체험학습-조상들의 지혜와 우리 문화 신종 인플루엔자만 아니면 우리 학교 4학년은 시월에 민속촌 견학을 갈 예정이었습니다. 그들은 할 수 없이 교내 체험학습으로 대체하는 구상을 했고 지난 9일 오전 내내 한복입기, 박물관 꾸미기, 떡 만들기, 민속놀이하기 학습을 했습니다. 민속놀이는 제기차기, 투호, 줄다리기, 공기놀이, 딱지치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으로 다양했습니다. 교장인 내가 보기에도 여러 가지 중에서 기가 막히게 좋았던 점은, 아무도 보는 이 없는 교실이나 운동장에서 벌어진 활동들이었고, 이런 활동들의 시간이 '군대식'으로 딱딱 잘라 40분 단위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30분짜리도 있고, 60분짜리도 있었다는 점입니다. 흡사 연간계획에 넣어서 오랫동안 준비한 교육활동 같았습니다. 교장도 좀 경망스러울 때가 있어도 좋다면 ".. 2009. 10. 13.
교장실 연가(戀歌) Ⅰ 가을 독서축제 때 잘한 아이들에게 상을 주었습니다. 몇 명만 조회 때 주고 쉬는 시간마다 학년별로 수십 명씩 교장실에서 주었습니다. 공연히 힘들인다고, 힘들게 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기분 좋고, 재미도 있습니다. 내가 상장을 준다는 것이 자랑스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장을 주고 꼭 악수까지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상장 끝에 내 이름이 있으니까 내가 직접 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입니다. 참 볼품 없는 교장이지만, 내 방을 다녀간 그 아이들 중에 혹 자부심을 갖게 되고, 혹 내 방에 와서 상장 받은 일을 오래 기억하고, 혹 다음에 또 내 방에 올 일을 만드는 아이가 있다면 그건 참 좋은 일이 될 것입니다. 사진은 L 선생님이 찍었습니다. 사진을 참 잘.. 2009. 10. 12.
일본 가르치기 우리 정부와 하토야마 일본 총리간의 유화적인 기사가 연일 신문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주말의 한 신문 1면 기사 제목은 「한․중․일, 오늘 北核 중대 논의 -어제 한․일 정상회담… 하토야마 “북핵 일괄타결에 동의”」였고, 그 기사 위에는 이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하토야마 일본 총리 부인 미유키 여사가 특유의 미소를 짓고 있는 대형 천연색 사진 아래에 ‘김치 먹은 日총리 부인, 한국말로 “밥도 주세요”라는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3면에는 이 대통령과 하토야마 총리가 태극기와 일장기를 배경으로 웃으며 악수하는 사진도 있었습니다. 기사 제목은「“막걸리 주세요”…와인 물리친 日 총리」였습니다. 이만하면 분위기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이래저래 어차피 가까이 지내야 하는 나라이므로 이처럼 유화적인.. 2009. 10. 11.
박재삼 「울음이 타는 가을江」 지금까지 시집은 12권을 냈다. 그 중에서 뽑은 것이지만, 어쩐지 그 수확이 변변찮다. 결국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잘 안 되는 것이 이 길의 허망함만 느낄 뿐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는 하지만 또다시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신들메를 고칠 수밖에는 없다. 그리하여 마지막에는 내 초라한 주머니가 조금은 넉넉해지기를 바란다. 이 이상 무슨 말을 하겠는가. 朴在森 시인은 시집 『울음이 타는 가을江』(미래사, 1996, 1판8쇄)에 그렇게 썼습니다. 그 시집은 1991년에 나왔습니다. 그러다가 1996년에 제15시집 『다시 그리움으로』를 냈고, 1997년 6월 8일, 삼천포가 고향이지만 사실은 1933년 일본 동경 변두리 어느 곳에서 태어난 그는 10여 년의 투병생활 끝에 저세상으로 갔습니다. .. 2009. 10. 9.
"대박이야!" 우리 학교에서는 30가지에 가까운 방과후 학교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곳 오남읍이 서울에 비해 문화적으로 볼 것 없는 지역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입장에서라면 당연히 학교에서 여러 가지 활동을 전개해야 합니다. 그러한 활동 중에는 수익자 부담으로 운영되는 종목이 많지만, 예를 들어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서 지원하는 영화부, 연극부, 만화에니메이션부, 합창부는 지난해부터 희망하는 아이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프로그램입니다. 담당 부장선생님(나영채)은 공짜로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신청하는 분이어서 그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더불어 행복한 거지요. 우리 양지초등학교 영화부(4~6학년, 12명)에서 만든 4분짜리 영화 한 편 보십시오. 교장이라서 그런지 이 작품 『대박이야!』가 텔레비전에서 본 『맘마미야』보.. 2009. 10. 8.
낭만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궂은비 내리는 날 /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 도라지 위스키 한 잔에다 /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 // 새빨간 립스틱에 / 나름대로 멋을 부린 마담에게 / 실없이 던지는 농담 사이로 /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 //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 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마는 / 왠지 한 곳이 비어 있는 / 내 가슴이 /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라는 제목을 붙이니까 당연하다는 듯 최백호의 그 노래가 들립니다. 사전에서 찾아보면 ‘현실적이 아니고 환상적이며 공상적인. 또는 그런 것’을 ‘낭만적(浪漫的)’이라고 한다는데, 그것만으로 ‘낭만적’이라는 낱말을 설명하기에는 왠지 좀 미흡한 느낌입니다. 지난 8월 28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에 있는 모하메드 빈 나예프(Nay.. 2009. 10. 8.
에듀파인, 서둘러 시행해야 하나 (2009년 10월 7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92개 초․중․고교에서 시범운영 중인 학교회계시스템(에듀파인)을 내년 3월부터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걸핏하면 크고작은 부조리로 비방을 받는 부끄러운 사례를 보면 당연히 이 제도를 환영해야 하지만, 그렇게 반갑지만은 않은 것 또한 우리 교육계의 현실이다. 이 제도는 2003년에 도입한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과 연동하여 실시되며, 사업별 예산제도와 발생주의․복식부기를 기반으로 한 투명한 재정지출과 전산화를 통해 행정기관이 각 학교의 예산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학교별 예산집행 성과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사들은 자신이 맡은 교육사업 예산을 직접 편성하고 재정성과에 대한 평가를 받게 되는 등 학교자치기능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2009. 10. 7.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국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국회 어제부터 국정감사가 시작되었다. 학교를 대상으로도 이것저것 많이 조사했으니까 그 자료들을 폐기하지 말고 잘 활용하기를 기대한다. 지난 9월 15일, 미국의 외교전문지『포린폴리시(FP)』는, “오바마 대통령의 의회 연설 도중 ‘거짓말’이라고 외쳤던 조 윌슨 공화당 .. 2009. 10. 6.
쓸쓸한 ‘교과서의 날’ 쓸쓸한 교과서의 날 - 최영복 선생님께 - 정말이지 지금부터라도 후회할 일을 하지 않아야 하는데, 또 했습니다. 지난 9월 28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서였습니다. 제4회 교과서의 날 심포지엄인가 뭔가가 끝나고 주차장으로 내려가다가 로비에서 선배들을 전송하고 가려고 한 게 잘못되었을까요. 내친 길에 마당에 나가 담배 한 대를 피고 가자고 생각한 것이 잘못되었을까요. 최영복 선생님께서 꾸부정한 모습으로 혼자 한길로 나서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분은 제1차 교육과정기에 문교부 수석편수관으로 근무한, 가물가물한 대선배입니다. 버스나 택시를 타시려는지 그렇게 한길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순간적으로 ‘초라하구나.’ 했습니다. 제가 승용차를 가지고 갔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었을까요? -사실은 저도 곧 승용차를 가지고 다니지.. 2009. 10.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