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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편지111

「학교 종교교육 바꾸라는 대법 판결」 어느 신문의 사설입니다. 종교가 없던 강의석(24·서울대 법대) 씨는 고교평준화에 따른 강제 배정으로 기독교 학교인 대광고에 입학했다. 강 씨는 매일 아침 찬송과 기도를 하고, 매주 수요 예배에 참석해야 했다. 기독교 교리를 가르치는 종교 수업에도 들어가야 했다. 대체 수업은 없었다. 매년 3박 4일 동안 기도와 성경 읽기를 하는 생활관 교육도 받았다. 2004년 강 씨는 학내 종교 자유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하다 퇴학당했고 이후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2심 판단은 엇갈렸지만 대법원은 어제 강 씨의 손을 들어 줬다. 학교가 특정 종교 교육을 하더라도 학생이 대체 과목을 듣거나 종교 수업 참여를 거부할 수 있게 하는 등 헌법상 기본권인 종교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고교평준화 정책으로.. 2010. 5. 3.
이 얼굴 Ⅲ(어느 교육자) 이 얼굴 Ⅲ(어느 교육자)1 신문에서, 수갑을 차고 영장실질심사라는 걸 받으러 가는 전 서울특별시교육감 사진을 봤습니다. 그는 그 시간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밤중에 하이힐로 머리를 내려치는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어야 한다.' '국장, 장학관, 교장들이라는 것들은 도대체 …….' '현장 선생님들이나 아이들이 나의 이 모습을 보고 뭐라고 생각할까?' '내가 결백하다는 쪽으로 밝혀질 수 있을까?' ……. ……. 지켜보는 것만 해도 괴롭습니다. 저이도 우리와 같은 교육자이므로 - 존경하는 사람이 많았던, 혹은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았던, 그래서 교육감이었으므로 -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나, "교육계의 리더로서, 수도 서울의 교육감으로서, 내 명예가 이렇게 회복되지 않았느냐!" 큰소리치는 것 좀 봤으면 좋겠습.. 2010. 4. 12.
「어린 소녀 샤틀렌느」에 관한 추억 (Ⅰ) 2005년 봄 『보고 읽고 생각하는 아이로 키워야 한다』(아침나라)는 책을 냈습니다. '신변잡기'에 지나지 않는 책이지만, 제목을 『가르쳐보고 알게 된 것들』이라고 하고 싶었는데, 출판사 사장의 주장이 강해서 부득이 그렇게 붙이고 말았습니다. 이래저래 팔리지 않을 책이었다면 책 이름이라도 제 마음대로 붙여볼 걸 싶기도 합니다. 그 책에 실린 글입니다. 좀 긴 듯해서 두 부분으로 나누어 싣겠습니다. 블로그에 들어와 오랫동안 글만 읽는 것도 어려울 것입니다. 하긴 그게 제 블로그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어린 소녀 샤틀렌느」에 관한 추억 (Ⅰ) 요즘 누드 열풍이 한창이다. …(중략)…. 여자들의 몸매의 서양화와 용감성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젊은 여자들의 몸매가 서양화해 서양 여자들의 벗은 사진.. 2010. 3. 18.
한 졸업생의 편지 아이들의 편지는 가볍게 여겼습니다. 담임교사가 편지쓰기 공부를 시킬 때 '교장에게 써볼까?' 생각한 아이들 몇 명이 쓴, 그래서 대부분 핵심도 없는 그저 그런 인사편지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편지엔 자신이 결혼할 때 주례를 봐 달라는 내용도 적혀 있습니다. 그렇게 써놓고도 잊을까요, 이 아이도? 일부러 잊은 척할 수도 있습니다. 알고 봤더니 세상에는 이런 꾀죄죄한 사람이 아닌 '멋있는' 혹은 '고명한' 인물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입니다. '이 아이가 결혼할 때 내게 주례를 봐달라고 했지? 언제 연락이 오려나?' 어느 좋은 날, 이 아이가 결혼할 줄도 모르고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며 세월만 갈지도 모릅니다. 헛물만 켜며 늙어가겠지요. 하하하~ 이 편지에는 그것 말고 내가 명심해야 할 사항도 들어 있었.. 2010. 2. 24.
옛 제자 학교 뒤로는 구릉이 펼쳐져 있고, 구릉의 대부분은 꽃밭과 풀밭, '사색의 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넓게 펼쳐진 그 구릉의 관리를 위해 아이들이 동원되는 일은 없습니다. 꽃밭과 풀밭은 웬만하면 그냥 두어도 해마다 꽃을 피우고 잘 어우러지기 때문입니다. 그 넓은 구릉을 교사 '파란편지'가 혼자서 다 관리합니다. '파란편지'가 특히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부분은 꽃밭이나 풀밭, '사색의 길'이 아니고 관목림과 자작나무숲, 저 아래 평지로 이어지는 코스모스꽃밭 같은 특별한 곳들입니다. 꽃밭이나 풀밭, '사색의 길'에는 관심이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색의 길'만 해도 그렇습니다. 교장 선생님께서 "아이들이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아니냐?"고 따졌을 때, '파란편지'는 그 비난에는 대꾸도 하지 않다가 ".. 2010. 2. 5.
2010년 교장으로 살아가기 (2010년 1월 1일) 옛 교육부는 초․중등교육을 각 교육청으로 넘기겠다고 했었지만,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오히려 초․중등교육에 바탕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과학기술부 새해 6대 주요업무 내용을 보면, 첫 번째가 교원능력개발평가제 전면적용이고, 대학입학사정관제를 통한 창의적이고 인성을 갖춘 인재개발이 두 번째다. 구체적으로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당장 올해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내용들을 한꺼번에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핵심적인 과제가 국가학업성취도평가 결과 및 관련 정보 공개다. 지난해에는 지역별로 공개한 성적을 올해는 학교별로 공개할 예정으로, 오랫동안 ‘학교는 학생을 가르치는 곳’이라는 사실을 잊고 지낸 것이나 아닌가 싶을 정도로 새삼스러워졌고, 이 공개에서 떳떳하지 못한 학교는 다른 어떤 것도 내세우지 못할 .. 2010. 1. 1.
불조심 포스터·표어 인쇄된 표어, 포스터는 경각심은커녕 '또 저걸 붙였구나' 오히려 무관심을 조장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오죽하면 '표어공화국'이라는 말도 있었을까요? 여러 기관에서는 그렇게 하면서 누구에게 잘 보일 일이라도 있는 것일까요? '표어공화국' 현상은 오늘날이라고 특별히 더 나아진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가령 아직도 엘리베이터를 타면 '금연' 'No Smorking'이 선명한 표지판을 쳐다봐야 합니다. 아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는 걸까요? 길거리에도 나가 돌아다녀보십시오. 우리나라가 '표어공화국'인지 아닌지. 아이들의 작품을 한번 보십시오. 얼마나 신선하고 충격적입니까. 어른들은 왜 아이들을 믿지 않고, 아이들에게 부탁하지 않고, 자기네들 맘대로 대회 열고, 상 주고, 그걸 전국적으로 보.. 2009. 12. 11.
노벨상을 염원하는 한국의 과학교육 (2009년 12월 2일) ‘수학․과학 교육에 미래가 달렸다’는 논의는 심각하다. 이공계 편들기가 아니다. 다른 교과교육도 다 중요하지만 우리나라 살림이 직접적으로 과학기술에 힘입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의를 제기하기가 어렵다. 지난 가을 올해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될 당시의 화제는, 특히 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해 우리가 새로 설정해야 할 지표에 집중되었다. KAIST 총장은 “연구의 목적을 노벨상 수상에 둔 사람보다는 자신이 하는 일에 애정과 열정을 갖고, 근본적이고 창조적인 생각을 가지고 지식을 추구하며 그들의 일생을 헌신한 사람들이 이 상을 받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어른들은 청소년들이 자신이 흥미를 갖고 있는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성장하여 스스로 원하는 일을 찾도록 해야” 하며, “어른들로부터 ‘이것 .. 2009. 12. 2.
외고문제와 공교육의 차별화 (2009년 11월 4일) 외고문제와 공교육의 차별화 외국어고등학교를 둘러싼 논란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전개됐다. 지난달 15일,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해 외고입시를 폐지하겠다고 밝힌데 따른 논란이었다. 그는 “장관에게만 맡겨서는 사교육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만큼 법안을 발의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 여파로 ‘사교육은 만악(萬惡)의 근원’ ‘외고는 사교육 과열 주범’이라는 논의가 가열되기도 했다. 이어 정부에서는 외고가 영어․구술면접․내신으로 학생을 선발해 사교육을 조장했으므로 내신과 ‘쉬운 영어’로 선발하는 국제고로 전환하겠다고 나섰다. 외고들은 ‘사교육 경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고 ‘이름을 바꾼다고 달라지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었다. 이에 정 의원이 추첨으로 선발하는 특성화고로 전환하자는 안.. 2009. 11. 4.
가을엽서 Ⅹ - 晩秋 校庭은 晩秋ㅂ니다. 이것은 生活도 아니고 學問도 人情도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냥 晩秋일 뿐 나는 이 자리에서 곧 일어서 집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당연히 황홀할 수는 없으므로 무겁지 않게 표표히 가겠습니다. 허전함 말고 초라하고 정겹던 정겨움 찾아 화해하며 머물다가 더 먼 곳으로 갈 것입니다. 그러므로 학교와 집을 오가는 길 말고도 정겹습니다. 잠들기 전에 떠오르는 사람들과도 정겹게 지내겠습니다. - 모처럼 학교에 나온, 한가한 일요일 오전에 2009. 10. 18.
교원평가, 이제 무엇이 문제인가 (2009. 9. 11) 교원평가, 이제 무엇이 문제인가 2004년 2월, 교육부에서 교원평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지 5년여의 논란 끝에 지난 8월 10일, 그동안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함께 이 시책에 줄곧 반대해오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전격적 수용으로 교원평가 문제는 이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교육부에서는 2005년 11월, 교원평가 정부시안 및 부적격 교원에 대한 대책을 발표하면서 전국적으로 48개 시범학교를 지정했고, 2008년 12월에는 의원입법안이 발의되었으며, 금년 3월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시범학교를 1570개교로 확대했다. 또 금년 4월에는 교원단체의 주장을 반영하여 인사연계 조항을 삭제한 추진방안이 발표됐고 이 방안에 따른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여 현재 계류 .. 2009. 9. 11.
이병초 「봄밤」 봄 밤 이 병 초 공장에서 일 끝낸 형들, 누님들이 둘씩 셋씩 짝을 지어 학산 뽕나무밭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창수 형이 느닷없이 앞에다 대고 “야 이년덜아, 내 고구마 좀 쪄도라!” 하고 고함을 질러댑니다 깔깔대던 누님들의 웃음소리가 딱 그칩니다 옥근이 형 민석이 형도 “내껏도 쪄도라, 내껏도 좀 쪄도라” 킬킬대고 그러거나 말거나 누님들은 다시 깔깔대기 시작합니다 “야 이 호박씨덜아, 내 고구마 좀 쪄도랑게!” 금방 쫓아갈 듯이 창수 형이 다시 목가래톳을 세우며 우두두두두 발걸음 빨라지는 소리를 냅니다 또동또동한 누님 하나가 홱 돌아서서 “니미 솥으다 쪄라, 니미 솥으다 쪄라” 이러고는 까르르 저만치 달아납니다 초저녁 별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반짝반짝 반짝이고만 있었습니다 싱겁고 개구지던 고향 형님들 옛 .. 2009. 9.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