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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편지111

어느 독자 누가 이 블로그에 다녀가시는지 파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댓글’이나 ‘방명록’에 메시지를 남겨주시는 분도 더러 있지만 흔한 일도 아닙니다. ‘관리’란을 보면 ‘어제’에 한해 어느 시간대에 몇 명이 다녀갔고, 등록자에 한해서 성별, 연령별, 지역별로 몇 사람이 다녀갔으며, 어떤 글을 몇 명이 읽었고, 어떤 경로로 들어왔는지 알 수 있을 뿐입니다. ‘카페’는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시시각각 다녀가는 사람들을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나는 블로그가 뭔지 카페가 뭔지도 몰랐고, 지금도 그 특성을 잘 모릅니다. 오늘 처음으로 독자 한 분을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저와 딱 6개월을 함께 근무했습니다. 그 짧은 기간에 그분에게서 배운 점도 많지만, 그분에게는 교육의 방향 같은 것만 얘기해 주어야지 하나하나 다 .. 2008. 8. 28.
「새싹」조차 짓밟히는 사회(경기신문시론20080812) 「새싹」조차 짓밟히는 사회 신문지상의 인물소개를 보면 이 사회, 이 나라 지도자들의 학력에는 한번도 그들이 다닌 초등학교는 소개되지 않고 고등학교와 대학, 해외 유명 대학 박사학위만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일생 동안 삶의 굽이굽이에서 곧잘 천진난만하던 어린 시절 철없이 뛰어놀던 때의 꿈을 꾸고 일어나 미소짓기도 하고, 그런 추억을 되살리며 온갖 힘든 일을 극복해가는 삶을 영위한다. 어린 시절을 어떻게 보냈는가는 그가 삶을 이어가는 한 총체적으로 그 영향력을 행사한다. 심지어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에서 4년간 교육학강의를 듣는 것으로 세월을 보내고 처음 학교에 발령받은 교사들은, 그렇게 익히고 연습한 수업방법을 다 팽개치고 결국 자신의 초등학교 시절 그 담임교사의 수업방법부터 답습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2008. 8. 12.
범행에 무방비상태인「교문」(경기신문시론20080729) 범행에 무방비 상태인 「교문」 입학서류는 행정실에서 접수한다. 업무처리를 독려하거나 지시사항 전달회의를 주로 하는 교무실이 없다. 행정실에서는 ‘학부모편람(Parent Handbook)’을 내준다. 각종 규칙과 벌칙은 물론 학교의 이모저모를 소개한 자료다. 학생들은 그 규칙들을 꼭 지켜야 한다. 지키지 않으면 교장은 당장 학부모를 부른다. 교장은 권위적이지 않다. 훈시나 인사말을 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다만 36가지 교칙에 따른 벌칙 적용에는 단호하다. 두 학생이 싸우면 대질신문 후 사건보고서 작성을 통해 징계 수위를 결정하고 학부모에게 통보한다. 사안에 따라 경고장 혹은 사건경위서 발부와 학부모 면담, 제적․퇴교 조치가 이루어진다. 사건경위서가 발부되면 예를 들어 일정기간 학생의 쉬는 시간을 박탈해 .. 2008. 7. 29.
어이없는 독도문제(경기신문시론080717) 어이없는 독도문제 일본정부는 ‘우리 독도(獨島)’의 영유권이 일본에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중학교 사회과 새 학습지도요령(學習指導要領) 해설을 공표했다. 당초 2012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가 내년부터 당장 적용할 것으로 알려진 이 학습지도요령(국가교육과정기준) 해설은, 마치무라 노부타카 관방장관과 도카이 기사부로 문부과학상이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고,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도 “우리나라(일본) 역사, 영토에 대한 사고방식을 가져야 함은 당연하고 필요한 것”이라고 했으며, 이튿날에는 한국의 반발은 시간이 가면 가라앉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표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와 한국 사이에 다케시마를 둘러싸고 주장에 차이가 있다는 점 등을 가르쳐, 북방영토(쿠릴열도)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영토․영역에 관해 이해.. 2008. 7. 17.
축전 (Ⅱ) 지난해 가을에 ‘전근 축하 전보와 편지’라는 제목으로 쓴 글은 요즘도 더러 읽히고 있는 걸로 보아 ‘축전’은 블로그 독자들의 눈길을 끌 만한 소재인 것 같아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지난 3월에 고려대학교 최광식 교수를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임명했습니다. 그는 신라사를 전공한 사학자로, 중국의 동북공정(東北邊疆歷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한 고구려연구재단 상임이사로 활동했기 때문에 재단 설립·운영의 담당관이었던 나는 그와 자주 만나야 했습니다. 그는 매우 소탈하고 선이 굵은 학자입니다. 동북공정 때문에 나라가 시끄러워지고 여러 곳에서 강의나 회의 요청이 늘어나자 더욱 바빠져서 잠잘 시간이 부족하다며 승용차를 두고 주로 택시를 타고 다니며 잠깐씩이라도 눈을 붙인다고 했습니.. 2008. 7. 2.
비만(肥滿)에 관하여 ■ 비장하고도 우스꽝스러운 비만관리형 걷기 모습 비만에 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누구나 할 말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니 다 이야기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이 얘기를 우리 학교 홈페이지의「학교장 칼럼」에 써보려고 했는데, 워낙 조심스러워서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이 블로그에만 쓰기로 했고, 이렇게 결정하고 나자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지난번에는 보건소에서 고학년을 대상으로 체지방검사를 해주겠다고 해서 ‘얼씨구나’ 하고 당장 승낙하고 제가 나서서 비디오 인터뷰까지 해주는 등으로 온갖 친절을 베풀다가, 검사가 거의 끝날 때쯤 “비만인 아이 하나를 골라 인터뷰 좀 하자”고 해서 제 표정을 싹 바꾸었습니다. “안 됩니다. 그건 안 됩니다!” 냉정하게 자르고 나니 좀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누구를 촌놈쯤으로.. 2008. 6. 27.
왜 재미없는 공부를 시키나(경기신문시론080617) 왜 재미없는 공부를 시키나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의 수업흥미도와 질서의식, 교사나 친구에 대한 이해․존중 실천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이러한 사실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한 연구팀이 영국, 프랑스, 일본과 우리나라 4~5학년 234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로 밝혀졌다. ‘수업이 재미있다’고 한 비율은 프랑스 55%, 영국 48%, 일본 42.6%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35.2%로 가장 낮았고, ‘수업시간에 배우는 학습내용을 잘 이해한다’는 비율은 일본 41.7%, 프랑스 34%, 영국 32.3%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겨우 19.9%였다. 또 ‘공부하는 것이 좋다’는 비율도 영국 48%, 프랑스 42%인데 비해 일본은 19.1%, 우리나라는 18.3%였다. 이러한 응답률.. 2008. 6. 17.
학교자율화의 본질과 방안(경기신문080521) ‘광수생각’이라는 연재만화 중에 벼룩 이야기가 있었다. 제 몸의 몇 백 배인 60센티미터 이상을 뛰는 벼룩을 30센티미터 높이의 유리컵에 가둬놓았더니 처음엔 막무가내로 뛰어올라 수없이 부딪치다가 곧 안전한 높이로 뛰는데 익숙해져서, 드디어 유리컵을 치운 멀쩡한 땅에서도 28센티미터 정도만 뛰더라는 이야기였다. 그 만화의 ‘광수생각’은 “당신은 공부라는 유리컵 안에 아이를 가두고 있지는 않습니까?”였다. 그 벼룩처럼, 유리컵 안의 아이처럼 그동안 규제에 잘 길들여진 교원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교육행정이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여 그만큼 정교해졌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지침이 있으므로 그런 교원은 지침대로 하고 싶고, 지침이 없으면 기다려지고, 불분명하면 불편할 것이다. 지침을 주는 쪽이나 받는 쪽.. 2008. 5. 20.
학교폭력, 누가 해결해야 하나(경기신문080506) 학교폭력, 누가 해결해야 하나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따뜻한 마음을 지닌, 그리고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 자신의 교육관이라고 했다. ‘따뜻한 마음을 지닌 인간’은 인성교육,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인간’은 지식교육에 의해 길러진다면 우리 교육이 가야할 길은 그 교육관에 잘 함축돼 있다. 그러나 새 정부 교육정책의 초점은 누가 뭐래도 공교육에 의한 실력향상에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언론은 ‘교사의 경쟁력강화 시급하다’ ‘교사와 학생, 무한경쟁 시작됐다’고 날을 세운다. 그 ’경쟁‘이 인성교육을 위한 것이 아니냐고 한다면 우리의 교육현실을 전혀 모르는 질문에 틀림없다. 지난 3월말, 대구교육감은 이러한 교육정책에 어깃장을 놓듯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성.. 2008. 5. 6.
‘국제학력평가’에서 드러난 우리 교육의 허점(071228경기신문) 지난 12월 4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2006년 국제학력평가(PISA․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는, 결코 낮지는 않은 우리 교육의 수준과 함께 이대로는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근원적 한계와 그 허점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교과서와 문제집, 필기구에만 의존하는 단순 암기식 교육에 매몰되어 있다. 3년 주기로 실시되는 PISA는, 의무교육을 마친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실생활과 목적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기본적 소양을 파악하기 위해 읽기, 수학, 과학 분야로 나누어 평가하는 시험으로, 2000년, 2003년에 이어 세 번째로 실시되었다. 이번에 그 결과가 발표된 PISA 2006은, OECD 30개 회원국을.. 2007. 12. 28.
남양주양지초등학교 오시는 길 큰길을 좋아하는 사람은 지도에서 남양주시 오남읍 양지리를 찾아보고, 서울의 동쪽 포천․철원․화천 방향, 그러니까 여러분께서 이런저런 일로 가보시는 일동이나 광릉수목원, 산정호수로 나가는 47번 국도를 달리다가 진접읍 장현에서 오남이라는 이정표를 보시고 우회전하여 우리 학교를 찾아오시면 참 쉽습니다. 더구나 오남 초입의 왼쪽으로 읍사무소가 있고, 바로 그 뒤에 우리 학교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남양주 IC를 자주 드나들고 있으므로 제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십시오. 서울외곽순환도로 남양주 IC를 나오거나(우측으로 붙어야 좋고 삼거리에서 끼어들 때 버스를 조심하십시오.) 구리 시가지에서 춘천 가는 46번 국도를 달리면 전철 도농역 앞을 지나게 됩니다. 이어서 구리남양주교육청․남양주제2청사․경찰서 앞이고.. 2007. 10. 29.
재량활동 정상화를 위해(경기신문 071012) 이 글은 '만신창이가 되는 재량활동 교육'이라는 제목이었는데, '재량활동 정상화를 위해'로 바뀌었습니다. 신문 편집자는 보통은 '쎄게' 돋우는 게 습성인데, 만신창이 어떻고 하니까 '이건 너무 심하다'고 생각했겠지만, 실제로 만신창이가 되고 있으니 이번에도 집필자의 의도는 빗나갔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발표에 따르면 국회 교육위원회는 지난 9월 19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고등학교 선택교과에 보건과목이 추가되도록 학교보건법을 개정하기로 하고, 교과 내용, 수업시간수 등 세부적인 내용은 교육인적자원부에서 고시하도록 했다. 개정안이 10월 중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1963년에 체육과목에 흡수되면서 폐지된 보건과목이 부활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고교 2, 3학년 학생은 선택과목으로.. 2007. 10.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