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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편지111

유치환 「古代龍市圖」 시인은 왜 시를 쓸까요. 대체로 “쓰지 않고는 공허하여 살 수가 없다.”지만, 그럼 우리는 왜 시를 찾는 것일까요. 좀 이기적인 생각일지 모르겠으나, ‘아, 정말 그래!’ 싶은 한 편의 시를 발견하는 순간 때문에 시를 찾아 읽는 것 아닐까요? 시인에게는 참 미안한 일이지만, 이렇게 앉아서 돈도 내지 않고 그 시인의 정신세계, 정서세계에 들어갈 수 있는 순간의 희열을 위해 시를 읽습니다. 더구나 그 순간의 놀라움으로 나를 돌아보게 하고, 그 놀라움으로 나의 갈 길을 다시 설정하여 새로운 정신세계, 새로운 정서세계로 진입할 수 있는 그 전환점이 그리워서 시를 읽습니다. ‘詩’ 하면 바로 떠오르는 시입니다. 古代龍市圖 아득한 옛날 三神山 山麓 萬里ㅅ벌에는 한 해에 한 번 나라의 龍市가 섰었나니. 이 날이면 안.. 2009. 9. 5.
비(非)자율학교를 위한 변명 (2009. 8. 26) 비(非)자율학교를 위한 변명 우리나라에는 가령 고등학교 1학년의 경우 국어 136시간, 도덕 34시간, 사회․국사 170시간, 수학 136시간, 과학 102시간, 기술․가정 102시간, 체육 68시간, 음악 34시간, 미술 34시간, 영어 136시간, 재량활동 204시간, 특별활동 68시간의 시간배당기준을 철저히 준수해야 하는 학교도 있고, 지키지 않아도 좋은 이른바 ‘자율학교’도 있다. 자율학교는 이 기준을 정한 교육과학기술부와 교육청이 지키지 않아도 좋다고 허락해준 학교이다. 교육청에서는 그 외의 학교에 대해서는 이 기준을 철저히 지키고 있는지 장학지도와 행정감사를 통해 일일이 감독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각 학교에서 학년별․교과별로 이 기준을 잘 지켜야 국가가 정한 교육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 2009. 8. 27.
빛이 보이는 입학사정관제 (2009년 7월 23일) “학생의 적성과 소질에 맞는 진로개척능력과 세계시민으로서의 자질 함양에 중점을 두고, ∘심신이 건강한 조화로운 인격을 형성하고 성숙한 자아의식을 가진다. ∘학문과 생활에 필요한 논리적,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과 태도를 익힌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기능을 익혀 적성과 소질에 맞게 진로를 개척하는 능력을 기른다.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세계 속에서 발전시키려는 태도를 가진다. ∘국가공동체의 형성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며 세계시민으로서의 의식과 태도를 가진다.”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고등학교 교육목표다. 수능준비로 새벽에 잠들고 새벽에 일어나는 고교생이나 그 부모에게 이 목표를 보여준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또 대입준비를 지도․안내하는 교사들은 어떤 반응을 나타낼까. 한가하고 꿈같은 .. 2009. 7. 23.
‘미래형 교육과정’으로 그려보는 우리의 미래(한국교육신문 2009.7.13) ‘미래형 교육과정’으로 그려보는 우리 교육의 미래 “교육과정은 미래 세대를 위한 미국의 희망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우리 미국인들이 우리의 가치관을 실현하려는 시도(試圖)는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우리 미국 교육의 어떤 영역에서도 학교 교육과정처럼 어렵고 복합적이고 드라마틱한 역사를 보여주는 것은 없다.” 매사추세츠 주 교육과정 서문에 등장한 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조직에서부터 교육과정정책 관련 행정에 대한 비중이 날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지만 교육과정은 이처럼 학교교육의 핵심․본질․기준이 되는 것으로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이에 소홀한 나라를 찾을 수가 없다. 지난 1월에 설치된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교육과정특별위원회가 마련 중인 ‘미래형 교육과정’의 내용에 우리가 관심을 가질 수밖에.. 2009. 7. 13.
교과서 대여제의 가능성 (2009년 7월 9일) 한때 우리나라도 교과서를 회수하여 상태가 좋은 책은 이듬해 학생들에게 다시 배부했었다. 자원절약이나 교육적 측면에서 바람직한 조치였다. 그러나 해마다 책의 내용이 수정되기도 하고, “내 아이가 왜 헌책으로 공부해야 하느냐?”며 당장 새 책을 구입해주는 학부모가 대부분이어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교과서는 의무교육의 적용에 따라 공급 형태가 유상과 무상으로 결정된다. 또 의무교육이 적용되는 초․중학교라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한해만 쓰고 폐기하는 일회용 교과서를 ‘무상지급’하지만, 미국은 여러 해 사용하는 교과서를 ‘무상대여’하고 있다. 교과서에 사용자 기록표를 붙여 책임을 지도록 하고, 학년말에 교과서를 반납 받을 때 그 상태를 보고 ‘New, Good, Fair, Poor, Bad’로 나누어 훼손이 심하거나.. 2009. 7. 9.
미래형 교육과정과 우리 교육의 미래 (2009년 6월 24일) 미래형 교육과정과 우리 교육의 미래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산하 교육과정특별위원회가 마련하고 있는 ‘미래형 교육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안에 따르면 국민공통 기본교육과정은 현행 10년에서 9년으로 단축되는 대신, 선택중심 교육과정은 3년으로 늘어난다. 즉 초등 1학년에서 중 3까지의 교육과정은 국민공통으로 운영되고, 고교 3개 학년은 선택 교육과정만 운영해 학교별 자율적 수업이 가능해진다. 또 학기당 이수 교과목수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현행 10개 교과군을 국어, 수학, 사회, 과학기술, 외국어, 체육, 예술 등 7개군으로 축소하는 한편, 고교 내신평가를 현행 상대평가에서 ‘성적 부풀리기’ 논란으로 점철된 적이 있는 절대평가로 다시 환원하는 방안도 포함하고 있다. 현재 4교시인 초등 1․2학.. 2009. 6. 24.
윤재철 「갈 때는 그냥 살짝 가면 돼」 갈 때는 그냥 살짝 가면 돼 갈 때는 그냥 살짝 가면 돼 술값은 쟤들이 낼 거야 옆 자리 앉은 친구가 귀에 대고 소곤거린다 그때 나는 무슨 계시처럼 죽음을 떠올리고 빙긋이 웃는다 그래 죽을 때도 그러자 화장실 가는 것처럼 슬그머니 화장실 가서 안 오는 것처럼 슬그머니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할 것도 없이 빗돌을 세우지 말라고 할 것도 없이 왁자지껄한 잡담 속을 치기배처럼 한 건 하고 흔적 없이 사라지면 돼 아무렴 외로워지는 거야 외로워지는 연습 술집을 빠져나와 낯선 사람들로 가득한 거리 걸으며 마음이 비로소 환해진다 정말이지 “화장실 가는 것처럼 슬그머니” 오고 갈 수는 없을까. 그렇게 가서는 “화장실 가서는 안 오는 것처럼 슬그머니” 잊혀지는 것. “죽음을 알리지 말라”느니, “빗돌을 세우지 말라”.. 2009. 6. 14.
사교육대책이 조롱받는 이유 (2009년 6월 2일) 사교육대책이 조롱받는 이유 교육과 학습이 이루어지는 시간, 장소, 비용 같은 조건들은 규제되는 것이 마땅한가? 또 규제될 수 있는 일인가? 사교육대책이 논의될 때마다 갖게 되는 의문이다. 그런 의문은 달리 표현될 수도 있다. 가령 학교교육이 허다한 비판을 받으면서도 국가․사회적으로 보호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단순히 사교육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만으로 누구에게나 그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는가? 사교육을 억제하고 공교육을 강화하자면, 교육목적에 비추어 학교교육이 그만큼 차별화되는 가치를 지닌 것이어야 당연하지 않을까? 사교육대책이 나올 때마다 국민들의 반응은 늘 시원치 않고 심지어 조롱을 받는 모습을 보면, 왜 정부가 바뀔 때마다 이 과정이 반복돼야 하는지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미래기획위원.. 2009. 6. 2.
학교자율화 방안, 낙관적인가 (2009년 5월 20일) 학교자율화방안, 낙관적인가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달 30일 학교교육을 다양화하고 특색있는 교육과정 운영과 학교간 경쟁을 통하여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학교자율화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과정, 교원인사 등 학교운영 관련 핵심권한을 교장에게 직접적으로 부여하고 자율학교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교과부는 이 방안에 대해 지난해 4.15 학교자율화 조치로 29개 지침을 폐지하고 장관의 일부 권한(13개 업무 관련)을 교육감에게 위임한데 따른 후속조치라고 설명했다. 4.15 학교자율화의 취지는 이름 그대로 그동안 학교현장의 자율성을 제한해온 불합리한 지침을 폐지함으로써 학교교육을 자율화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학교는 여전히 ‘불조심’, ‘학교폭력 자진신고기간’ 같은 간단한 현.. 2009. 5. 21.
사교육과의 전쟁 그 승부처 (2009년 5월 7일) ‘사교육과의 전쟁’, 그 승부처 2001년 8조117억원, 2002년 9조3258억원, 2003년 11조6918억원, 2004년 12조8559억원, 2005년 13조7517억원, 2006년 15조6571억원, 사교육비의 이 가파른 증가추세를 능가할 만한 것은 거의 없다. ‘학교만족 두배, 사교육비 절반’, 이명박 대통령의 교육공약이다. 그러나 통계청에 따르면 사교육비는 2008년에도 18조7230억원으로 2007년보다 1조3295억원이 늘었다. 대통령 공약이 아니어도 교육과학기술부와 전국 교육청에선 사교육대책을 비중 높게 다루어왔지만, 한 번도 효과를 나타낸 적은 없었다. 심정으로는 ‘포기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데,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나섰다. “올 여름방학부터 밤 10시 이후엔 학원교습을 못하도.. 2009. 5. 7.
교사수 확대보다 자질향상을 (2009년 4월 23일) 교사 수 확대보다 자질 향상을 19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한 교실에 60~70명을 ‘수용’해서 가르쳤다. 한 가정의 자녀수가 어림잡아 6,7명은 됐으므로 열 가구의 자녀만 모아도 교실 하나가 넘쳐나던 시기였다. 교실이 지금보다 너른 것도 아니어서 교사나 아이들이나 옴짝달싹하기도 어려운 ‘콩나물교실’로 불렸다. “얘들아, 똑바로 앉아라. 내 설명을 정신 차려서 들어라!” 그것이 유일한 수업방법이었다. 일제식 수업, 획일적 설명, 그 방법 외의 신통한 방법은 이론에 그쳤고, 실천을 기대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열심히 가르치고 배우는 최선의 방법이 잘 설명하고 잘 듣는 것이었다. ‘수준별 학습’ ‘개별학습’ ‘자기주도적 학습’ ‘맞춤형 지도’는 사치스러웠으므로 아예 얘기도 없던 시절이었고, OE.. 2009. 4. 23.
공부시간 총량보다 중요한 것 (2009년 4월 7일) 공부시간 총량보다 중요한 것 학교에서 밤 10시까지 학생들을 붙잡고 있으면 -우리 교육에 대한 앨빈 토플러의 계산대로라면 하루 15시간 동안 ‘사생결단’으로 가르치면- 우리 교육은 성공하는 걸까? 학생들은 빛나는 지식을 갖추게 되고, 우리나라 장래는 그만큼 굳건해질까? 열심히 가르치는 일은 칭찬받아 마땅하고 그런 학교, 그런 선생님들을 탓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온 나라가 그렇게 돼야 할 것처럼 얘기하거나 그런 사례에서 공교육의 답을 찾으려는 견해는 아무래도 바람직하지 않다. 밤낮없이 많이 가르치는 학교에서 성공사례를 찾으려는 시각으로는 우리 교육의 기본방향을 정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야간학습까지 챙기는 선생님은 ‘캡틴’」 「내 제자를 학원에 보낼 순 없었어요」 같은 기사가 그런 사례다... 2009. 4.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