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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파란편지 모음 154

아이들이 자존감을 갖게 해줍시다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아이들이 자존감을 갖게 해줍시다 - 여름방학을 앞두고 생각하는 것들 - 여름방학이 다가왔습니다. 방학, 하니까 수많은 일들이 생각나면서 저도 교원으로서 여러 번 방학을 보냈지만, 그동안 과연 어떤 일을 했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행정기관에서 방학도 없이 일할 때는 '내게도 방학이 있다면 무엇이든 큰일을 하나씩 이루어내겠는데……' 싶었는데, 막상 학교로 돌아와서 세 번의 방학을 보내고 보니 역시 이루어낸 일은 아무것도 없고, 다만 잘 깨닫게 된 것은 사람은 게을러지기가 가장 쉬운 것 같다는 점뿐입니다. 그래서 생각나는 것은, 만약 우리 아이들에게 방학 동안 각자 어떤 한 가지 일에 매진하게 하면 대체로 그 부문에서 뛰어난 성장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읽기가 부.. 2007. 8. 29.
우리가 느끼는 열정과 희열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우리가 느끼는 열정과 희열 - 교육과정정책 연구학교 운영 보고를 앞두고 - 출근하자마자 선생님 한 분이 서류를 내밀었습니다. 무언가 하고 들여다보았더니 '수학여행추진계획서'였습니다. 우리 학교 교육과정 계획에 의하면 아직도 3개월이나 남은 10월 중순에 실시될 예정인데 벌써 무슨 계획인가 하기가 쉬울 것입니다. 보통은 그렇습니다. 잠잠히 있다가 - 며칠 전부터 아이들이 들뜨면 그걸 억눌러가며 지내다가 - 그때가 되면 훌쩍 떠나는 것입니다. 그런 교육활동을 하면, 대체로 계획은 계획에만 머물러 실제 교육활동은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지기 마련이며, 게다가 평가의 관심은 학생들의 시험 문제에만 기울어져 '우리가 이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적용해주었는가'에는 아무 관심이 .. 2007. 8. 29.
"정말 아름다운 오드리 헵번은…"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정말 아름다운 오드리 헵번은…" - 우리 아이들의 불우이웃을 돕자는 포스터를 보고 - 혹 오드리 헵번 Audrey Hepburn(1929-1993)이 출연한「로마의 휴일 Roman Holiday」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아니면, 앙상한 나뭇가지처럼 뼈만 남은 아프리카 어린이를 안고 서 있는 그의 사진을 보신 적은 있습니까? 이 사진은 유니세프(國際聯合兒童基金, United Nations Children's Fund) 홍보물로도 알려졌지만, 요즘 아는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메일에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 메일은 흔히 젊은 시절의 그가 출연한 영화에서의 예쁜 얼굴의 사진과 유니세프 홍보대사가 되어 주로 아프리카 어린이들과 함께 한 모습을 담은 사진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취향에.. 2007. 8. 29.
무서운 곳, 학교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무서운 곳, 학교 - 우리 교사들 앞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과시하고싶은 분들께 - 세상에 부끄러운 일 없이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시고 가족을 보살피며 조그만 범법 행위조차 저지를 줄 모르고 착하게만 살아가시는 여러분은, 경찰서 앞을 지날 때, 어떤 느낌을 받습니까? 그냥 동사무소나 우체국 앞을 지날 때와 같습니까? 거울처럼 말짱한데도 내가 지금 제대로 가고 있나,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의식이 아닐까요? 학교에 오시면 어떻습니까? 따뜻하고 정겹고 아늑합니까? 아니면, 때로는 왠지 호통을 치거나 '버르장머리'를 좀 고쳐놓고 돌아가야겠다 싶습니까? 학교는 가정과 많이 다릅니다. 이곳은, 아이들에게는 난생 처음 대하는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요즘은 한 가정에 아.. 2007. 8. 29.
아데바요르의 눈물 - 우리 아이들에게 지는 방법을 가르칩시다 - 성복초등학교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아데바요르의 눈물 - 우리 아이들에게 지는 방법을 가르칩시다 - 지난 6월 19일 새벽, 한국과 프랑스간의 축구 경기는 참 대단했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6시가 되기 전에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는 저도 그 날은 좀 일찍 일어났습니다. 그 여운은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20일의 한 신문 1면에는 「지단 위에 지성」이라는 기사가 실렸는데, '프랑스 기절시킨 오른발 동점골, 스위스전 24일도 행복 예약'이라는 부제副題가 보이고, 그 기사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2006년 6월 19일. 대한민국은 행복했다. 스위스전이 열리는 24일, 그날도 행복하기를, 박지성이 있기에.' 다른 한 신문의 1면에는 「아드보카트 마법의 비밀은… 상대가 지칠 때를 기다려라」라는 박스.. 2007. 8. 29.
국가경쟁력의 순위와 교육 성복초등학교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국가경쟁력의 순위와 교육 지난 5월 11일, IMD 국가경쟁력 보고에서 우리나라는 9단계가 내려 61국 중 38위가 되었고, 중국은 12단계나 뛰어 19위를 차지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IMD 국가경쟁력 보고는, 스위스 로잔에 있는 IMD(국제경영개발원) 산하 세계경쟁력센터가 매년 60여 국가의 순위를 매겨 발표하는 대표적인 국가경쟁력 지표 중 하나인데, IMD에서는 국가경쟁력의 개념을 '기업의 경쟁력을 지속시킬 수 있는 여건들을 창출하고 유지할 수 있는 국가의 능력'으로 정의하고, 경제운영 성과와 정부행정 효율, 기업경영 효율, 발전 인프라 등 4개 분야 20개 부문을 종합 평가하여 국가별 순위를 정한다고 합니다. 이 기관에서는 경제 운영 성과와 인프라 분야는 .. 2007. 8. 29.
왜 학부모님들을 자꾸 부르느냐 하시면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왜 학부모님들을 자꾸 부르느냐 하시면 - 어머니이자 아내·며느리·직장 여성이신 K 어린이의 어머님께 - 편지 받아보았습니다. 먼저, 저와 다른 생각을 갖고 계신 걸 모르고 지낸 데 대해 부끄러워하며 '그래도 나는 내 식대로 가겠다'기보다는 어느 쪽으로든 어머님과 저는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엄마이자 아내이고 며느리인 어머님께서 전업주부와 다른 점은 단 한가지 직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뿐인데도, 오늘날 직장을 가진 주부들이 어머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아이 키우고 일하는 보람과 재미를 느끼면서도' 스트레스가 그처럼 강한 대표적인 이유가 바로 자녀를 학교에 마음놓고 맡길 수가 없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즉, 학교에 자주 오시지는 못하시더라도 안심하고.. 2007. 8. 29.
논술지도는 누가 언제 해야 하는가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논술지도는 누가 언제 해야 하는가 「교수들이 고교 논술지도」, 이런 제목의 기사를 보셨습니까? 지난 5월 8일, 서울지역 대학교 입학처장들이 그렇게 결정했다고 합니다. 그들이 무슨 근거로 그런 결정을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대학이 아니면 아무나 교실에 들어가 가르쳐도 되는 건 아닙니다. 대학처럼 그 학교의 필요에 의한 요청과 일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기사를 읽어보면 전국 1200여 일반계 고등학교 논술 담당 교사들을 대상으로 논술 지도 연수를 시킨다는 내용만 보이지만, 기사 제목이나 "일선교사 상당수가 학원강사를 불러다 논술교육을 하는 실정"이라는 인터뷰 내용을 보면 교수들이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하려는 계획이 아닌지 걱정스러워서 .. 2007. 8. 29.
스승의 날에 받은 선물 - 아름다운 제자의 편지에 대한 답신 -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스승의 날에 받은 선물 - 아름다운 제자의 편지에 대한 답신 - 올해 스승의 날에는 전국적으로 태반의 학교에서 수업을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불편한 마음으로 가르치느니 차라리 쉬기로 했었지만 안타깝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예년에는 상투적으로 이른바 '촌지' 문제를 다루던 언론도 이번엔 '교문을 닫았다'는 강한 표현까지 쓰면서 못마땅해했습니다. 모른 체 수업을 했다면 또 어느 교사가 봉투를 받았네, 어느 학교 교장은 교문을 지키고 서서 출입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했네, 듣기 거북한 소식들이 전해져 자존심 상했을 것이 뻔하여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고 묻고싶기도 했고, 우리를 공깃돌 다루듯 가볍게 그러지 말고 '좀 가만두면 좋겠다'는 심정이기도 했습니다. 스승의 날.. 2007. 8. 29.
스쿨존(schoolzone)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스쿨존(schoolzone) 며칠 간 여름 날씨를 방불케 하더니 마침내 비가 내리던 어제 아침이었습니다. 성복동으로 들어서면서 '오늘도 교문 주변이 난장판이겠구나' 했는데 웬일인지 아이를 내려주고 돌아가려 하는 두어 대의 승용차만 보였습니다. 그 차도, 틀림없이, 운전석에서 남의 눈치를 보고 있을 거라는 느낌은 자동차의 미세한 움직임만 봐도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갑자기 학부모님들께 감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편지를 쓰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교내 차량 통행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데 이처럼 비가 내리는 아침에도 차량 등교가 거의 없으니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기야 학교에서 차량 등교를 자제해 달라고 부탁하고 있는 것은, 학교.. 2007. 8. 29.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출근하는 길입니다. 오늘도 세상의 모든 다른 것들은 잊고, 혹은 까짓 것 다 잊은 체하며 교문을 들어섭니다. 출근길이거나 출장을 다녀오는 길이거나 저는 건물 뒤편을 돌아 동쪽 주차장으로 갑니다. 앞쪽은 눈길이 자주 가기 마련이지만, 뒤쪽의 그 어수룩한 곳에서는 어떤 상황이 전개되어 있는지 살펴보는 눈길이 적기 마련이므로 들어올 때만이라도 그곳을 지나가고 싶기 때문입니다. 더러 학부모님들의 차가 그 좁은 길을 턱 막고 있을 때는 할 수 없이 후진하여 건물 앞길(향나무문길)로 지나갑니다. 유치원 놀이터 옆을 지나는데 그 소나무 가지 사이로 한 어머님께서 운동장 쪽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그 표정을 일별(一瞥)하는 순간 걱정스런 눈길임을 확인합니다. 가슴이 철.. 2007. 8. 29.
우리는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 좋아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 좋아하는 것일까요? 지난 4월 마지막 주에는 우리 학교 제1기 학부모 아카데미가 열렸는데 20명이 참여하여 사흘 간 진행되었습니다. 첫날에는 저의 인사말씀에 이어 아카데미 진행에 대한 협의를 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모두들 좀 얼떨떨했답니다. 이튿날에는 대상을 확대하여 우리 학교 전체 학부모 중 희망자들이 모여 강연을 들었습니다. 초빙강사의 강연 주제는 '에니어그램(자기발견을 위한 내면으로의 여행)'이었습니다. 그 내용을 간단히 설명하면, '인간은 무의식 속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집착을 갖고 있는데, 우리의 삶이 그것에 지배당하여 건강하지 못한 태도를 갖게 되고 자신과 남에게 피해를 주게 되므로 자신을 부정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이 집착을 찾아내어 극.. 2007. 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