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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파란편지 모음 154

아이들의 눈, 아이들을 보는 눈 성복초등학교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아이들의 눈, 아이들을 보는 눈 고속도로가 한산한 날은 좀 일찍 출근하게 되고 그런 날 아침에 몇몇 교실에 가보면 참 좋습니다. 한가하게 아이들의 눈동자를 살펴볼 수 있어서 제가 살아가는 의미가 분명해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모습을 실컷 보면서 지낼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이 아니라면 세상에 또 무엇이 행운이겠습니까. 지난 겨울은 참 쓸쓸했습니다. 학교에 와봐도 아이들은 보이지 않고, 이곳저곳 잔설(殘雪)이 을씨년스럽고, 우리 학교가 위치한 환경 때문인지 새삼스레 자꾸 제 어린 시절의 구차했던 그 시골 일들도 생각나고 그랬습니다. 그러다가 개학이 되자마자 정든 6학년 아이들이 졸업을 하고 교문을 나서더니 재학생들마저 봄방학이 되어 집으로 돌아가고 나니까 학교는 또 정적에.. 2007. 8. 29.
겨울방학이 다가왔습니다 성복초등학교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겨울방학이 다가왔습니다 12월인가 싶더니 곧 연말이 다가오고 방학도 다가왔습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우리의 어린 시절 그 방학이 생각납니다. 겨울이면 바람만 불어가고 눈이 많이 내리는 일 외에는 이루어지는 일 없었던 시골에서, 그래도 방학이 다가올 때마다 아련한 꿈에 젖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여름·겨울 방학을 합치면 그 기간은 3개월이나 되고, 그러므로 결코 짧지 않은 기간입니다. 누구나 몰라보게 변할 수 있는 기간입니다. 그러므로 그 기간에 대한 계획과 실천이 그만큼 절실합니다. 그 계획은 '충분히' 느슨하여, '충분히' 실천할 수 있는 계획이어야 합니다. 6시 정각에 일어나 10분에 세수하고 20분에 체조하고 30분에 식사하는 식의 치밀함보다는 이루고 싶은 과업을.. 2007. 8. 29.
아이들의 생각, 어른들의 생각 성복초등학교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아이들의 생각, 어른들의 생각 우리 아이들이 겨울철에 들어 불조심을 하자는 포스터 그린 걸 구경해 보셨습니까? 지금도 복도나 현관 이곳저곳에 붙어 있습니다. 제가 이 편지를 통하여 그대로 다 보여드릴 수는 없고, 그 중 몇 장의 포스터들이 담고 있는 생각(표어 ; 경구)이라도 옮겨 보겠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입니다. 저 유명한 "자나깨나 불조심", "꺼진 불도 다시 보자" 같은 것들과 비교하면서 보십시오. ·우리들의 소중한 재산이 타고 있어요 ·미정이 집 정미네 집 불조심! ·라이터로 장난하지 맙시다 ·약한 ♧(불꽃 모양 그림)도 꼭 끄자 ·꺅! 지구가 불났다 ·서로서로 불조심 ·작은 불씨 지옥 만든다 ·자고 있는 순간도 생명 위협한다 ·불, 번지는 데 5분,.. 2007. 8. 29.
특기·적성 발표회 보고(報告) 성복초등학교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특기·적성 발표회 보고(報告) 올해의 '특기 적성발표회'는 네 가지로 개최되었습니다. 우선, 그 실적을 전시할 수 있는 부서에서는 '성복샛별축제' 때 여러 가지 종류의 작품(혹은 사진)으로 축제의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수업을 공개하거나 대회를 개최한 부서도 있었으며, 몇몇 부서는 강당에서 이틀 간 연합으로 발표회를 가졌습니다. 작품 전시 : 회화, 디자인, 종이접기, 독서토론, 속독, 만화, 컴퓨터, 과학탐구, 축구 수업 공개 : 한자, 인라인스케이트, 수영 대회 개최 : 로봇조립, 연설, 영어, 바둑, 농구, 탁구 발표회 개최 : 가야금, 단소, 발레, 스포츠댄스, 연극, 바이올린, 플루트, 요가, 중국어 이처럼 네 가지로 나누어 발표하게 된 경위를 보면, 여러 .. 2007. 8. 29.
자신의 전문성을 고급으로 발휘하는 매력적인 사람을 위하여 성복초등학교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자신의 전문성을 고급으로 발휘하는 매력적인 사람을 위하여 지난 일요일에는 그 추위 속에 돌아다니며 "황우석 교수님, 힘내십시오. 당신은 온 국민의 희망입니다"라고 쓴 현수막이 차가운 바람에 휘날리는 것도 보았고, 점심을 먹으러 들어간 칼국수 식당에서 '전국노래자랑', 화순군 편도 좀 보았습니다. 화순은, 워낙, 마이크만 갖다대면 그대로 수준 높은 창이 흘러나온다는 남도이기도 하지만, 그 날 아마추어 가수들은 초대가수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할 만큼이었습니다. 식당을 나오면서 생각했습니다. '나도 우리 아이들을 특기와 취미도 갖춘 사람이 되도록 가르치고싶다.' 물론, '우리 민족은 노래와 춤을 저처럼 좋아한다'는 생각도 했고, 노래방 문화는 우리가 최고일 것이라는 생각.. 2007. 8. 29.
독서교육에 대하여 (2) 성복초등학교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독서교육에 대하여 ⑵ 지난 여름방학 때의 우리 학교 도서실은 분위기가 참 좋았습니다. '여름독서교실' 운영계획을 참하게 만들어 제출했더니 우리 용인교육청 관내 114개 초·중학교 중 우수학교 3개교의 하나로 뽑혀 45만원의 지원금도 받았고, 어머님들께서 자녀와 함께 찾아오셔서 함께 책을 읽는 모습이 한가롭고 정겨웠습니다. 그래서 방학이 끝났을 때, 수료증과 우수상(몇 명만 해당)을 주고 어머님 몇 분에게도 감사장을 드렸습니다. 책은 많이 읽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엔 '평생교육'이라는 용어가 낯설지 않은데, 지식사회가 되어서인지 어떤 직장에 근무하든 나날이 새로운 지식·정보를 얻지 않고 그냥 살아가면 재미도 없지만 우선 그 직장에서 배겨낼 재주가 없게 된 것 같습니다.. 2007. 8. 29.
독서교육에 대하여 (1) 성복초등학교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독서교육에 대하여 ⑴ '한자교육, 환경교육, 향토이해교육, 독서지도, 합창지도, 동시낭송, ……, 수많은 교육내용 중에서 어느 것 한 가지를 열심히 하여 빛을 내는 학교는 제대로 된 학교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저는 평소에 이런 생각을 자주 하고 있습니다. 가령, 한자교육만 집중적으로 하는 학교는 다른 영역에는 소홀하여 그야말로 전인교육에 소홀하기가 십상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매일 아침 한자교육만 죽자고 한다면 줄넘기는 언제 하고 피리는 언제 불고 독서는 언제 하겠습니까. 또 다른 수많은 활동은 또 어떻게 합니까. 학교교육은 기본적으로 한정된 시간에 가장 훌륭한 목표아래 그 목표에 맞는 지도내용을 선정하고 그 내용에 적절한 방법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이.. 2007. 8. 29.
어머님의 그 따님은 도대체 무얼 그리 잘못했습니까? 성복초등학교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어머님의 그 따님은 도대체 무얼 그리 잘못했습니까? 그때가 아마 초가을이었지요? 그때 그 자리에서 말씀드리지 못하고 이제와서 그 일을 따지고 싶어 하는 제가 좀 비굴하다고 생각되십니까? 그건 아닙니다. 저는 그동안 그 일을 한시도 잊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어머님께서는 그 예쁜 따님을 막무가내로 꾸중하고 있었습니다. 따님은 줄곧 아무말도 못하고 어머니의 짜증 섞인 고함을 맨몸으로 소나기 맞듯 듣기만 하고 있었습니다. 듣기만 한 건 아니었군요. 교실에서 방금 내려온 듯 신발주머니에 실내화를 넣고 신발을 갈아신고 있었습니다. 마침 저는 후관 어느 곳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바라보기가 정말 난처하여 못 본 척 지나가고 말았습니다. 혹 제 모습을 보셨는지요? .. 2007. 8. 29.
우리 학교 시험문제가 쉽다는 비판에 대하여 성복초등학교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우리 학교 시험문제가 쉽다는 비판에 대하여 11월 하순으로 접어들고 있으므로 학부모님들께서는 아이들보다 먼저 올해의 마지막 학업성취도평가를 걱정하실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지난 가을에 실시한 학업성취도평가 후에는 제가 당혹감을 느낀 일이 있습니다. 어떤 학부모님께서는 "우리 학교 시험문제가 너무 쉽다"고 하신다는 이야기가 들렸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매번 전학년 시험문제를 미리 모두 풀어보고 선생님들께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문제는 왜 이렇게 까다롭게 냈습니까? 더 쉽게 내실 수 없을까요?" 그런데 학부모님들께서는 저와 반대되는 말씀을 하신다고 하니까 제가 당혹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도대체 무얼 기준으로 "쉽다, 어렵다" 하시는 걸까요.. 2007. 8. 29.
훈장과 '으뜸상'의 새로운 문화를 위하여 성복초등학교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훈장과 '으뜸상'의 새로운 문화를 위하여 상(혹은 표창 : 상賞은 잘한 일을 칭찬하기 위하여 주는 표적. 표창表彰은 공로, 선행 등을 칭찬하여 세상에 널리 알리는 것)을 받고 싶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성복샛별잔칫날 어떤 분은, 자녀가 상을 받으며 저와 악수를 나눈 것에 대하여 커다란 자부심을 느끼더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저는 새삼스레 놀라웠습니다. '아, 나는 참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구나, 그러므로 절대로 신중해야겠구나.' 그런 생각도 했고, '다음부터는 상을 줄 때 대표만 앞에 부를 것이 아니라 해당 학생을 모두 부르도록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사실은 제가 아이들과 악수를 나누는 것은 우리끼리의 신.. 2007. 8. 29.
성복, 만세! 만세! 만세! 성복초등학교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성복, 만세! 만세! 만세! 오는 월요일, '성복샛별잔치'를 열겠다고, 여러 선생님이 일하시는 모습들을 보고 퇴근하는 길이었습니다. 내일이 벌써 토요일이므로 마음이 급하겠지요. '해오름길'( '해오름길이라니……' 하셨지요? 지난봄, 어느 학모님께 우리 학교 환경 조성 문제에 대해 자문을 구했는데, 그분은 학교 이곳저곳과 학교 오는 길에 대하여 아름다운 이름들까지 지어오셨습니다. 언제 그 이름들을 한꺼번에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우선 '해오름길'만 말씀드리면, 우리 성복 아이들이 학교로 오는 그 오르막길은 희망을 향해 오르는, 그런 성격의 길이므로 당연히 '해오름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답니다) 저 아래쯤에서 웬 여성 한 분이 - 아주머니인지 할머니인지 자세히 파악하지는 못.. 2007. 8. 29.
클레어 릴리엔탈Claire Lilienthal 초등학교에 대하여 성복초등학교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클레어 릴리엔탈Claire Lilienthal School 초등학교에 대하여 미국 아이들은 아침에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이륙했는데, 이곳 시간으로는 다시 아침에 인천국제공항에 내려 버스를 타고 우리 학교 교문에 닿았습니다. "클레어 릴리엔탈의 우리 학교 방문을 환영합니다." 이런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그 아이들은 인천공항을 보고 이미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좀 바꾸었지만, 우리 성복동 골짜기에 웬 아파트가 이렇게 많은지 호기심을 가졌고, 그들의 부모에게 저 아파트에도 가보는지 묻기도 했습니다. 우리 학교 아이들과 교직원, 학부모들은 버스에서 내린 그들이, 마음속에 그렸던 미국인과는 다른 모습들을 보며 당혹스럽기는 했지만(한국계가 반이고 그 나머지가 유럽계, 라틴계, 아.. 2007. 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