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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파란편지 모음 1

겨울방학이 다가왔습니다

by 답설재 2007. 8. 29.

성복초등학교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겨울방학이 다가왔습니다

 

 

 

12월인가 싶더니 곧 연말이 다가오고 방학도 다가왔습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우리의 어린 시절 그 방학이 생각납니다. 겨울이면 바람만 불어가고 눈이 많이 내리는 일 외에는 이루어지는 일 없었던 시골에서, 그래도 방학이 다가올 때마다 아련한 꿈에 젖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여름·겨울 방학을 합치면 그 기간은 3개월이나 되고, 그러므로 결코 짧지 않은 기간입니다. 누구나 몰라보게 변할 수 있는 기간입니다. 그러므로 그 기간에 대한 계획과 실천이 그만큼 절실합니다.


그 계획은 '충분히' 느슨하여, '충분히' 실천할 수 있는 계획이어야 합니다. 6시 정각에 일어나 10분에 세수하고 20분에 체조하고 30분에 식사하는 식의 치밀함보다는 이루고 싶은 과업을 수행하는 데 치밀한 계획이어야 합니다. 평소에도 그렇게 생활하지 않았는데, 좀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방학 때 몇 시 몇 분에 뭐 하는 식으로 오히려 더욱 치밀한 시간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애초에 실천하기 어려운 계획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시간을 분명하게 나눈 계획보다는 할 일이 분명한 계획이 실천하기에 좋을 것입니다. 며칠 실천해보고 곧 포기하는 계획보다는 방학 내내 실천되는 '만만한 계획'이 더 좋을 것입니다.


방학이므로 부모님께서 직접적으로 도와주셔야 할 기간이기도 합니다. 이번 겨울방학에는 자녀가 어떤 생활을 하게 되는지, 함께 구상해보셨습니까? 어떤 부모님께서는 방학만 되면 무조건 예체능 학원에 보내시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무계획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 각 교과의 기본학습 상황부터 챙겨보아야 하며, 특히 국어와 수학의 기초·기본 실력은 더욱 중요합니다. 지금 읽기와 쓰기, 수학의 기초가 부족한데도 그냥 넘어가면 그 부담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커지고, 상급 학교로 가면 마침내 심각한 상태에 이르고 말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학교에서는 여러 아이들의 기본학습 상황을 파악하고 있고, 선생님들은 이번 겨울방학에 이 아이들에 대해서는 어떤 지도가 필요한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런 자녀를 둔 학부모님께서는 담임이 연락했을 때 깊이 있게 논의하시면 분명한 효과를 거두게 될 것입니다.


이른바 다음 학년을 위한 '선행학습'을 시키고 싶은 부모님도 계시겠지요. 그러나 학원에서 이루어지는 선행학습은 권장하고 싶지 않은 공부입니다. 그러한 학습은 흔히 개념 이해와 학습과정을 소홀히 하는 공부이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문제풀이에서는 표가 잘 나지 않지만,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학습과정에서 자세히 살펴보면 학습에 대한 흥미만 떨어지고 잘못된 개념을 갖고 있거나 문제 해결의 과정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남들은 정규과정만으로도 충분히 익힐 수 있는 것을 미리 배워야 제대로 한다면 그만큼 미흡한 아이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 모든 공부를 그렇게 할 수도 없으므로 결코 권장할 만한 공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참으로 가치 있는 선행학습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독서와 현장체험학습입니다. 몇몇 교과를 중심으로, 다음 학년에서 배울 내용과 관련 있는 독서를 해둔다면 그 내용을 배울 때 폭넓고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될 것입니다. 또 더욱 활기차게 배울 수 있는 기본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저학년 아이들은, 예를 들어 고학년 아이들이 과학이나 역사에 관한 독서를 할 동안, 그렇게 치밀한 분석이 필요 없고 자녀가 흥미와 관심을 나타내는 분야의 책, 혹은 서점에 갔을 때 호기심을 보이는 책 등 폭넓은 분야의 재미있는 독서가 좋을 것입니다. 현장체험도 좋습니다. 우리 용인은 전국에서 박물관이 제일 많은 도시라고 합니다. 그만큼 현장학습에 유리한 지역입니다. 용인을 벗어나 경기도에도 박물관이 참 많으며,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지만 몇 번을 가보아도, 많이 가보면 가볼수록 좋은 박물관일 것입니다. 겨울방학이라서 박물관 이야기를 했지만 박물관말고도 가 볼만한 곳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요즘은 방학을 맞이하는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곳이 많은데, 그런 프로그램 중에서 그럴 듯한 것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학년과 고학년은 달라야 합니다. 저학년의 경우에는 주변 정리를 잘 하는 습관을 기르게 할 수도 있고, 계획과 실천을 습관화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집중력이 없는 아이에게는 한 가지 일을 마치는 습관을 길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며, 자신감이 없는 아이에게도 어떤 과제를 주어, 과제 해결에는 항상 어느 정도의 자신감이 필요하며, 사실은 누구나 자신감을 가지고 과제를 해결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번 겨울방학에는 귀 자녀가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한꺼번에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되겠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욕심일 것입니다.

 

 

2005년 12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