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복초등학교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특기·적성 발표회 보고(報告)
올해의 '특기 적성발표회'는 네 가지로 개최되었습니다. 우선, 그 실적을 전시할 수 있는 부서에서는 '성복샛별축제' 때 여러 가지 종류의 작품(혹은 사진)으로 축제의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수업을 공개하거나 대회를 개최한 부서도 있었으며, 몇몇 부서는 강당에서 이틀 간 연합으로 발표회를 가졌습니다.
작품 전시 : 회화, 디자인, 종이접기, 독서토론, 속독, 만화, 컴퓨터, 과학탐구, 축구
수업 공개 : 한자, 인라인스케이트, 수영
대회 개최 : 로봇조립, 연설, 영어, 바둑, 농구, 탁구
발표회 개최 : 가야금, 단소, 발레, 스포츠댄스, 연극, 바이올린, 플루트, 요가, 중국어
이처럼 네 가지로 나누어 발표하게 된 경위를 보면, 여러 선생님께서 먼저 각 부서 강사의 의견을 듣고 회의를 열었습니다. 그 회의에서 '성복샛별잔치'와 별도로 발표하고 모든 부서가 발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각 부서의 특성에 맞추어 그 방법을 결정하기로 했던 것입니다.
아이들이 특기 적성교육에 참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떤 생각으로 자신의 부서를 찾아가 꾸준히 그 기능을 익히고 있을까요? 아마도, 부모님께서 그 활동에 참여하기를 권유하여 부모님의 그 기대를 충족시키려는 아이도 있겠고, 무엇에나 성취의욕이 강하여 잘 한다는 말을 들어야 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활동하는 아이도 있으며, 자신의 특기나 적성, 취미 활동이 바로 이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참여하는 아이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또 다른 이유를 가진 아이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나, 어떠한 경우에도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단일 종목의 기능을 단계적으로 익히면서 그것을 지속적으로 연습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매우 의미 있는 일일 것입니다. 그러기에 "모차르트는 신동이었지만 만약 아버지가 아들이 기저귀를 떼자마자 강제로 음악 연습을 시키지 않았더라면 그의 재능이 꽃을 피웠을지 의심스럽다"는 평가가 있으며(미하이 칙센트 미하이·이희재 옮김, 『몰입의 즐거움』, 해냄, 1999, 43쪽), "어떤 대상에 흥미를 가지면 당연히 관심도 더 쏟게 되고, 거꾸로 어떤 대상에 관심을 가지면 자연히 흥미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우리가 어떤 대상에 흥미를 느끼는 건 그만큼 거기에 공을 들였기 때문이지 저절로 그렇게 되는 건 아니다"라는 말도 있습니다(위의 책, 169∼170쪽).
저는 가끔 여러 부서에서 활동하는 아이들을 둘러보며 그처럼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이 참 신통하고 신기하다는 느낌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번 발표회 때만 해도 그렇습니다. 전시된 실적 하나하나는 분명히 평소에 이루어지는 일반 수업의 결과보다는 분명히 돋보이는 - 좀 고급스럽게 이야기하면 전문성이 보이는 - 작품들이 분명했고,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일반 교과수업 때보다는 무엇인가 더 흥미롭고 자유롭고 자신감에 찬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었으며, 발표회에 참여한 아이들은 어딘지 전문가들이 입장료를 받고 공연하는 그러한 분위기에서 각자 자랑스러운 모습들을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한가지만 이야기해보면, 그 어려운 단소나 가야금을 가지고 의도한 음을 낼 수 있는 것만 해도 신통했습니다.
저는 이번 특기·적성발표회를 끝내고, 정부에서는 바로 이러한 모습을 기대하며 '방과후 학교'라는 시책을 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소규모 학교로서 27개 부서를 운영하고 있는 우리 학교 특기·적성 교육은 지금은 경기도교육청 지정 시범학교라는 제도적 지원을 벗어나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므로, 이제 무엇인가 새로운 계기(Turning Point)를 마련함으로써 전국적으로 자랑할 만한 우리 학교만의 전통으로 자리잡게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번 행사의 평가회에서 우리 선생님들이 나눈 이야기들도 이러한 제 생각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성복샛별축제와 특기 적성 발표회의 시기를 조정하여 특기 적성 발표회는 송년행사로 개최합시다."
"이번 발표회는 발표하는 측만 구경한 경향이었지만, '매우 수준 높은 발표여서 우리만 보는 것이 안타깝다'고 한 학부모님도 계셨습니다. 지역사회의 문화 시설을 이용하여 여러 학생과 학부모들이 편안하게 관람하는 기회를 갖도록 합시다."
"작품을 전시한 부서나 수업을 공개한 부서는 내년에도 올해처럼 발표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가까운 다른 초·중학교와 연합으로 발표할 만한 종목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올해의 발표회는 좀 복잡하고 질서가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대신 새로운 모습의 축제를 창출해냈고, 여러 선생님께서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갖고 있으므로 함께 2006년을 기대해봅시다.
2005년 1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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