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파란편지 모음 1

독서교육에 대하여 (1)

by 답설재 2007. 8. 29.

성복초등학교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독서교육에 대하여 ⑴

 

 

 

'한자교육, 환경교육, 향토이해교육, 독서지도, 합창지도, 동시낭송, ……, 수많은 교육내용 중에서 어느 것 한 가지를 열심히 하여 빛을 내는 학교는 제대로 된 학교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저는 평소에 이런 생각을 자주 하고 있습니다.


가령, 한자교육만 집중적으로 하는 학교는 다른 영역에는 소홀하여 그야말로 전인교육에 소홀하기가 십상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매일 아침 한자교육만 죽자고 한다면 줄넘기는 언제 하고 피리는 언제 불고 독서는 언제 하겠습니까. 또 다른 수많은 활동은 또 어떻게 합니까. 학교교육은 기본적으로 한정된 시간에 가장 훌륭한 목표아래 그 목표에 맞는 지도내용을 선정하고 그 내용에 적절한 방법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이러한 생각이 합리적이지 않습니까? 또, 입시위주교육으로 찌들어 가는 우리의 교육현장에서 그래도 초등교육만이라도 전인교육(요즘은 이것조차 강조하는 사람이 잘 보이지 않지만)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더욱 그렇지 않습니까? 아직 진로가 결정되지 않은 우리 아이들에게 '다른 건 다 집어치우고 장차 모두 한문학자가 되라'는 식으로 가르치면 되겠습니까? 혹 한자야말로 기본교양교육의 첫걸음이라고 한다면 오늘날에는 컴퓨터, 영어, 정보윤리 등 기본교양교육의 요소를 얼마든지 더 열거할 수가 있겠지요. 물론 저희 학교는 한자교육도 더욱 열심히 하려고 하므로 오해하진 마십시오. 어쨌든 어느 것 한 가지를 너무 강조하게 되면 절름발이 교육이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정리하여 말씀드리면, 우리 성복 아이들은 아직 초등학생이므로 그 가슴과 머리에 모든 가능성을 다 간직한 상태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늘 '인성과 창의성 함양을 위한 초등교육을 균형적으로 다양하게 실천하여 모든 어린이와 학부모가 만족하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저의 사명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어떤 학교에서 독서를 많이 한다는 소식이 들리면 그 학교에 대해서는 부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독서보다 더 기본적이고 종합적인 교육은 없을 테니까요.


며칠 전 신문에는 일본의 초·중·고 '아침 10분 독서운동' 열풍에 대한 기사가 났습니다. 10분 동안 전교생이 일제히 책을 읽는데, 1학년 교실에서는 자원봉사자로 나선 학부모 4명이 아이들에게 그림동화책을 읽어준답니다. 이 운동의 결과, 아이들은 수업에 집중하게 되었으며 - 그건 당연할 것입니다. 막무가내로 뛰어놀다가 바로 공부를 시작하면 제대로 되겠습니까 - 책을 좋아하지 않던 아이도 책을 좋아하게 되었고, 특히 양서(良書)를 접한 것을 계기로 책에 흥미를 갖게 된 아이들이 늘고 있으며, 늦게 등교하는 학생도 줄었고, 아이들의 활자 이탈현상에도 제동을 걸었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는 우리나라 어느 고등학교에서 하루를 택하여 밤새워 책을 읽는 행사를 열었다는 기사도 보았습니다. 저는 그 기사를 스크랩하며, 언젠가 우리도 신청을 받아 어머니나 아버지와 함께 학교에 오게 해서 꼭 이러한 행사를 가져보겠다는 생각을 해두었습니다. 멋지지 않습니까? 한번 졸음을 참고 밤새워 책을 읽어본다는 것! 그때는 저도 함께 할 것입니다.


저는 책에 대한 욕심이 많습니다. 어느 책에서 저의 독서에 대한 생각을 많이 써두었지만, 사실은 저는 그 욕심이 지나쳐 오히려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이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고 싶다'는 것이 그 욕심입니다. 그러므로 어디에 가서 책이 없으면 하다 못해 전화번호부라도 들여다보고 앉아 있어야 직성이 풀립니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비정상이겠지요. 다만, 오래전에 읽은 어느 판사의 이런 이야기는 평생 잊히지 않고 있습니다. 두 명의 판사가 유사한 죄인에 대한 판결을 했는데, 어머니가 콩나물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사이에 대체로 법률만 공부한 판사에 비해 비교적 넉넉한 생활을 하며 책을 많이 읽은 판사는 절반의 형량을 정했다는 실제 사례입니다. 물론 가난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책을 많이 읽으면 인간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가능하다는 이야기겠지요.


저는 우리 선생님들의 적극적인 호응으로 우리 학교 교육활동을 이것저것 좀 바꾸어보고 있습니다. 다만, 독서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시책을 내지 않고 있었는데, 그것은 독서교육은 그만큼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덥석 손을 대기보다는 신중하고 폭넓게 접근해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선생님이나 부모님들은 책을 읽지 않으시면서 아이들에게는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가르치면 그것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도 깊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옆에서 텔레비전을 보면서 "너는 이쪽을 보지 말고 책이나 읽어라." 하면 글자가 눈에 보이겠습니까. 책을 읽는 것은 머리와 가슴을 한꺼번에 동원해야 하는 일이므로 아무래도 조용하고 아늑한 곳에서 이루어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므로 우선 이렇게 합시다. 이제 우리의 사고가 내면으로 향하는 겨울이 다가왔으므로 우리들부터 한번 손에 책을 들고 아이들을 바라봅시다.

 

 

2005년 11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