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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213

숨 막히도록 끈질긴 교과서 중심 교육 (경기신문 시론 20081021) 지난달 26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최 국제학술세미나에서 호주 커틴대학교 교수 콜린 마쉬는 수많은 나라에서 교육개혁에 열정을 보이고 있으나, 교육정책가들은 여전히 표준교육 및 필수학습을 우려하고 있으며, 교사들의 전문지식이 강화되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학교교육 선진.. 2008. 10. 21.
교육적인 돈, 도덕적인 돈 (경기신문 시론 20081007) 10월초, 학교에는 매우 이례적인 공문이 접수되었다. 교육청에서 시청의 공문을 이첩해서 보낸 문서였다. 최근 멜라민 파동에 따라 국민건강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는 멜라민 의심 제품 428개 품목에 대해 판매금지 조치를 하고 있다는 사항과 함께, (주)해태의 ‘미사랑 .. 2008. 10. 7.
방치․유폐된 듯 지내는 비만 어린이들(경기신문시론20080923) 거의 아무도 보는 이 없는『경기신문』「시론」란에 실린 32번 째의 제 원고입니다. "경기신문에 한 달에 두 번씩 제 시론이 실리고 있습니다." 하면 상대방은 금방 들어놓고도『경기신문』이 아니라 "경기일보요?" 합니다. 그가 기억력이 형편없어서 그렇게 되물었을까요? 당연히 아니겠지요. 어쨌든 .. 2008. 9. 23.
교육평가, 기본원리에 충실한 정책인가(경기신문시론20080909)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학교정보 투명화로 공교육을 지원하고, 각 학교 학부모와 국민들의 관심사항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국 초․중․고교 학업성취도 평가결과는 오는 2010년부터 전면 공시되며, 그 이전이라도 학부모들이 궁금해 하는 사항들은 올 12월부터 각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할 것이라는 소식도 있다. 학업성취도 평가결과 공시방안을 보면, ‘보통 학력 이상’ ‘기초학력’ ‘기초학력 미달’로 구분하여 전년대비 향상도와 함께 발표하고, 수업일수와 수업시수, 학생지원시설, 경력별․연령별․교과별 교원현황, 교원연수 참여, 동아리 활동, 특색교육계획, 학교도서관 현황, 방과후학교 현황, 학생․학부모 상담실적, 직원현황도 함께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평가활동을 제도화하려는 정부의 시책추진은 이에 그.. 2008. 9. 9.
우리 교육의 기준, 누가 정하나(경기신문시론20080826) 지난 7월 중순, 일본 문부과학상과 관방장관은 함께 “우리나라(일본)와 한국 사이에 다케시마(독도)를 둘러싸고 주장에 차이가 있다는 점 등을 가르쳐, 북방영토(쿠릴열도)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영토․영역에 관해 이해를 심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침이 포함된 새 ‘학습지도요령해설’을 발표했다. “한국의 반발은 시간이 가면 가라앉을 것”이라고 한 후쿠다 야스오 총리의 장담, 혹은 “독도문제만 나오면 벌떼같이 요란 떨다 갑자기 사라지는 패턴이 반복된다”는 어느 신문의 비판기사 그대로 우리는 또 조용해졌다. 한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정부 지명위원회(BGN)가 돌연 독도를 ‘주권미지정지역’으로 바꾸어 표기했다가 방한을 앞둔 부시가 한국의 섬으로 환원하도록 조치했다. 그러자 ‘부시효과’라고나 할까, 우리는.. 2008. 8. 26.
「새싹」조차 짓밟히는 사회(경기신문시론20080812) 「새싹」조차 짓밟히는 사회 신문지상의 인물소개를 보면 이 사회, 이 나라 지도자들의 학력에는 한번도 그들이 다닌 초등학교는 소개되지 않고 고등학교와 대학, 해외 유명 대학 박사학위만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일생 동안 삶의 굽이굽이에서 곧잘 천진난만하던 어린 시절 철없이 뛰어놀던 때의 꿈을 꾸고 일어나 미소짓기도 하고, 그런 추억을 되살리며 온갖 힘든 일을 극복해가는 삶을 영위한다. 어린 시절을 어떻게 보냈는가는 그가 삶을 이어가는 한 총체적으로 그 영향력을 행사한다. 심지어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에서 4년간 교육학강의를 듣는 것으로 세월을 보내고 처음 학교에 발령받은 교사들은, 그렇게 익히고 연습한 수업방법을 다 팽개치고 결국 자신의 초등학교 시절 그 담임교사의 수업방법부터 답습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2008. 8. 12.
범행에 무방비상태인「교문」(경기신문시론20080729) 범행에 무방비 상태인 「교문」 입학서류는 행정실에서 접수한다. 업무처리를 독려하거나 지시사항 전달회의를 주로 하는 교무실이 없다. 행정실에서는 ‘학부모편람(Parent Handbook)’을 내준다. 각종 규칙과 벌칙은 물론 학교의 이모저모를 소개한 자료다. 학생들은 그 규칙들을 꼭 지켜야 한다. 지키지 않으면 교장은 당장 학부모를 부른다. 교장은 권위적이지 않다. 훈시나 인사말을 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다만 36가지 교칙에 따른 벌칙 적용에는 단호하다. 두 학생이 싸우면 대질신문 후 사건보고서 작성을 통해 징계 수위를 결정하고 학부모에게 통보한다. 사안에 따라 경고장 혹은 사건경위서 발부와 학부모 면담, 제적․퇴교 조치가 이루어진다. 사건경위서가 발부되면 예를 들어 일정기간 학생의 쉬는 시간을 박탈해 .. 2008. 7. 29.
어이없는 독도문제(경기신문시론080717) 어이없는 독도문제 일본정부는 ‘우리 독도(獨島)’의 영유권이 일본에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중학교 사회과 새 학습지도요령(學習指導要領) 해설을 공표했다. 당초 2012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가 내년부터 당장 적용할 것으로 알려진 이 학습지도요령(국가교육과정기준) 해설은, 마치무라 노부타카 관방장관과 도카이 기사부로 문부과학상이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고,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도 “우리나라(일본) 역사, 영토에 대한 사고방식을 가져야 함은 당연하고 필요한 것”이라고 했으며, 이튿날에는 한국의 반발은 시간이 가면 가라앉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표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와 한국 사이에 다케시마를 둘러싸고 주장에 차이가 있다는 점 등을 가르쳐, 북방영토(쿠릴열도)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영토․영역에 관해 이해.. 2008. 7. 17.
왜 재미없는 공부를 시키나(경기신문시론080617) 왜 재미없는 공부를 시키나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의 수업흥미도와 질서의식, 교사나 친구에 대한 이해․존중 실천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이러한 사실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한 연구팀이 영국, 프랑스, 일본과 우리나라 4~5학년 234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로 밝혀졌다. ‘수업이 재미있다’고 한 비율은 프랑스 55%, 영국 48%, 일본 42.6%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35.2%로 가장 낮았고, ‘수업시간에 배우는 학습내용을 잘 이해한다’는 비율은 일본 41.7%, 프랑스 34%, 영국 32.3%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겨우 19.9%였다. 또 ‘공부하는 것이 좋다’는 비율도 영국 48%, 프랑스 42%인데 비해 일본은 19.1%, 우리나라는 18.3%였다. 이러한 응답률.. 2008. 6. 17.
국가학업성취도시험의 조건(경기신문080603) 국가학업성취도시험의 조건 지능과 교양의 기준을 암기에 두고 구시대적 교육을 일삼는 오늘날의 학교교육에 대해 이제는 ‘대답하는 방법’보다 ‘질문하는 방법’을 중시해야 한다고 주장한 인공지능학자 로저 샨크는, 우리가 교사와 교실, 교과서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50년 뒤에는 .. 2008. 6. 3.
학교자율화의 본질과 방안(경기신문080521) ‘광수생각’이라는 연재만화 중에 벼룩 이야기가 있었다. 제 몸의 몇 백 배인 60센티미터 이상을 뛰는 벼룩을 30센티미터 높이의 유리컵에 가둬놓았더니 처음엔 막무가내로 뛰어올라 수없이 부딪치다가 곧 안전한 높이로 뛰는데 익숙해져서, 드디어 유리컵을 치운 멀쩡한 땅에서도 28센티미터 정도만 뛰더라는 이야기였다. 그 만화의 ‘광수생각’은 “당신은 공부라는 유리컵 안에 아이를 가두고 있지는 않습니까?”였다. 그 벼룩처럼, 유리컵 안의 아이처럼 그동안 규제에 잘 길들여진 교원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교육행정이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여 그만큼 정교해졌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지침이 있으므로 그런 교원은 지침대로 하고 싶고, 지침이 없으면 기다려지고, 불분명하면 불편할 것이다. 지침을 주는 쪽이나 받는 쪽.. 2008. 5. 20.
학교폭력, 누가 해결해야 하나(경기신문080506) 학교폭력, 누가 해결해야 하나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따뜻한 마음을 지닌, 그리고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 자신의 교육관이라고 했다. ‘따뜻한 마음을 지닌 인간’은 인성교육,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인간’은 지식교육에 의해 길러진다면 우리 교육이 가야할 길은 그 교육관에 잘 함축돼 있다. 그러나 새 정부 교육정책의 초점은 누가 뭐래도 공교육에 의한 실력향상에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언론은 ‘교사의 경쟁력강화 시급하다’ ‘교사와 학생, 무한경쟁 시작됐다’고 날을 세운다. 그 ’경쟁‘이 인성교육을 위한 것이 아니냐고 한다면 우리의 교육현실을 전혀 모르는 질문에 틀림없다. 지난 3월말, 대구교육감은 이러한 교육정책에 어깃장을 놓듯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성.. 2008. 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