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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파란편지 모음 247

언제, 책 사러 가시지 않겠습니까?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76 언제, 책 사러 가시지 않겠습니까? 디지털도서관의 내용이 날로 풍부해지는 세상입니다. 또 그 뜻이 모호한 단어가 보이면 사전을 찾기보다 얼른 컴퓨터 화면의 '사전'을 '클릭'합니다. 여가에 책을 읽기보다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도 많습니다. '이거 참…' 싶어도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우리 홈페이지에서 '2006년을 빛낸 독서왕' 발표를 발견했습니다. 학교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한 실적을 집계했더니 어느 아이는 무려 226권을 읽었고 10위가 65권을 대출해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65권만 해도 대단합니다. 제 독서록에는 50권이 안 되는 해가 대부분입니다. 많이 읽는 것만 좋은 것이 아니고 잘 읽는 것 또한 중요하며 같은 책이라도 사람에 따라 감흥이 다르므로 무.. 2007. 8. 29.
체벌과 아이의 자존심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75 체벌과 아이의 자존심 초등학교 4학년 때였습니다. 장마가 계속되던 어느 여름날, 매를 맞을 네댓 명에 들고 말았습니다. 이유는 지금도 모릅니다. 담임은 다짜고짜 각자 몽둥이를 만들어 오라고 했습니다. 너무 가느다란 건 불리할 게 뻔했습니다. 주룩주룩 내리는 그 비를 맞으며 학교 뒤 아카시아 숲을 향해 뛰었습니다. 우산도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빗물 때문에 눈물이 흐르는지는 몰랐습니다. 제 자존심도 빗물과 함께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렇게 뛰었지만 칼을 가진 아이가 단 한 명이어서 그 빗속에서 순서를 기다렸습니다. 그 기억이 강하여 그날 얼마를 맞았는지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이유만 알면 좀 맞는 것쯤은 괜찮습니다. 5·6학년 때는 다시 늘 상장, 표창장을 받았고 아무도 저.. 2007. 8. 29.
가르치고 배우는 길에 王道가 있을까요?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74 가르치고 배우는 길에 王道가 있을까요? 모 신문사에서 거실을 서재로 바꾸어주는 운동을 전개하자 신청하는 가정이 속출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텔레비전이 거실과 가정을 점령해버려서 가족들이 책을 읽기는커녕 대화조차 사라진 현실을 인정한다면 독서를 하자는 그 캠페인의 기본취지 이전에 '가정복구운동'이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 기사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우리 국민의 독서 수준이 오죽해서 그런 아이디어가 나왔겠습니까만, 그렇게 하여 가족들이 모였다 하면 각자 한 권씩 책을 들고 묵묵히 독서에 빠져 있으면 그 모습은 괜찮겠습니까? 쓴웃음을 지은 개인적인 이야기도 하고 싶습니다. 장서라고 할 것도 없이 겨우 몇 천 권의 책도 보관할 수 없어 애써 모은 책.. 2007. 8. 29.
아주 특별한 시작에 대하여 - 우리는 이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요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73 아주 특별한 시작에 대하여 - 우리는 이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요 - '노동의 터전이 논밭과 가정에서 공장으로 옮겨짐에 따라 아이들은 공장노동에 적응하는 교육을 받을 필요가 생기게 되었다. ……. 그래서 나타난 것이 모든 제2의 물결의 사회에 공통된 또 하나의 주요한 구조인 대중교육(Mass-education)이다.' 금방 눈이 내리고 찬바람이 몰아치기도 하지만 그 틈틈이 창 너머 봄 햇살이 수줍고도 화사한 봄날, 이 기막히게 아름답고 사랑스런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생각하다가 저 유명한 『제3의 물결』(앨빈 토플러, 유재천 역, 주우, 1983, 24판, 49)에서 찾은 구절입니다.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채 폼으로라도 들고 다니던, 당대를 풍미한 .. 2007. 8. 29.
우리 학교 신입생 학부모님께 - 우리가 그 마음 가까이 가지 않거든 -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72 우리 학교 신입생 학부모님께 - 우리가 그 마음 가까이 가지 않거든 - 귀엽고 예쁘기만 한 자녀가 이만큼 자라서 드디어 우리 성복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것을 축하합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결혼하고 아이를 둔 보람을 새삼스레 느끼고 계실지도 모르겠군요. 또한 즐겁고 기쁜 한편 '이 아이가 선생님 말씀에 잘 따르고 제대로 적응해 나갈지' 불안하고 초조하여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하겠지요. 지난 2월 9일, 학교에서 '신입생 학부모 오리엔테이션'을 했지만 그 초조함이나 의구심이 일소된 것은 아니겠지요. 요즘은 집집이 자녀를 거의 한둘만 두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학교에 들어와 '나 같은 아이들이 많구나!' 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어울려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도 깨달아가고,.. 2007. 8. 29.
졸업생들의 부모님께 - 제대로 공부할 수 있게 도와줍시다 -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71 졸업생들의 부모님께 - 제대로 공부할 수 있게 도와줍시다 - 졸업식을 마친 아이들이 다 돌아간 조용한 이 교정에 늦겨울 햇빛이 찬란합니다. 그 아이들의 앞날이 이 햇빛처럼 찬란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지금쯤 초등학교 시절의 갖가지 추억이 담긴 앨범을 넘겨보기도 하겠지요. 우리 학교 졸업생들의 앨범은 다른 학교와 달리 한 페이지 가득한 교장 사진이 없는 대신 아이들 사진은 풍부한, 선생님들이 디카로 찍어 직접 편집한 앨범입니다. 오늘의 졸업식 촌평을 들어보았더니 '색다르고 뜻깊어 지켜볼 만' 했답니다. 지난 초겨울, 우리 선생님들께 2006학년도 10대 뉴스가 될만한 일을 열거해보라고 했더니 입학식, 성복샛별축제, 특기적성발표회, 교육과정운영보고, 현장체험학습,.. 2007. 8. 29.
우리 학교에 다른 나라 아이들이 유학 오기를 기다립니다 - 조기교육 열풍을 보며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70 우리 학교에 다른 나라 아이들이 유학 오기를 기다립니다 - 우리나라의 '조기유학 열풍'을 보며 - 최근 어떤 신문에서는 '조기유학 엑소더스(exodus)'라는 제목으로 기획기사를 실었습니다. 그런 내용의 기사나 사설을 여러 번 보셨지요? 올 봄에 우리 학교에 취학해야 할 아이들을 조사해보았더니 그 중 열 몇 명이 이미 다른 나라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그 비율이 유학을 떠난 재학생 수보다 높으므로 좀 주제넘지만 우리 학교 교육을 알아보았다면 그 수가 더 적어졌을 것이라는 가정도 해보았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로서는 조기유학을 떠나는 것이 좋을지, 그냥 우리 학교에 다니는 것이 좋을지 명쾌하게 대답하기가 어렵습니다. 자칫하면 "뭐 그리 잘한.. 2007. 8. 29.
어떻게 해야 논술을 잘 하게 할 수 있을까요 ⑶ - 논술을 잘 가르치는 비법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59 어떻게 해야 논술을 잘 하게 할 수 있을까요 ⑶ - 논술을 잘 가르치는 비법 - 요즘 태권도 학원에서도 논술을 가르친답니다. 그래야 학원이 유지되겠지요. 논술학원이 번창하게 된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한때 한글, 영어 쓰기를 가르치지 않는 유치원은 견디기 어려웠는데 지금쯤 어느 유치원에서는 새로 논술을 가르치기 시작했을 것 같고, 가령 속셈학원도 옹알옹알 속셈만 가르치면 당장 문을 닫아야 할 운명에 처하는 때도 있었으므로 그런 곳에서도 논술을 가르치기 시작했을지도 모릅니다. 논술 관련 서적이 봇물 터진 듯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서둘러 준비중인 출판사도 수두룩하답니다. 학원과 출판사들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구체적으로는 할말이 많지만, 한마디로 말하면 그러한 경향.. 2007. 8. 29.
학생들에 의한, 학생들을 위한 성복축제 - 「2007 성복교육과정」을 위한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69 학생들에 의한, 학생들을 위한 성복축제 - 「2007 성복교육과정」을 위한 구상 - 학부모나 학생들이 학교교육활동에 대해 이것저것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지적을 하면 교장이나 교사들이나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은 당연합니다. 잘못한다는데도 좋아한다면 제정신이겠습니까.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 사정이 달라집니다. 당장은 비판을 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결국 좋지 않은 결과가 드러나고 말 것이 뻔하다면, 오히려 눈앞의 칭찬이나 묵인에 좋아하거나 안심하는 사람이 제정신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 교원들은 흔히 그 '장기적인 관점'을 교육의 본질적인 성격에 따라 수십 년 혹은 그 이상의 기간으로 보아 설정하고 있으며, 그런 경우에는 우리들 각자가 교원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고 .. 2007. 8. 29.
지금 부모의 역할을 다하고 계십니까?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68 지금 부모의 역할을 다하고 계십니까? 방학이므로 모처럼 학교에 나온 한 선생님께 지나가는 말로 물었습니다. "뭐하며 지냈습니까?" 그분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습니다. "아이에게 매일 간식도 만들어주고 자주 안아주고 그랬습니다." 그리고 덧붙였습니다. "그랬더니 글쎄 요즘 그녀석이 제게 반말을 합니다." 몇 마디 더 주고받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업주부도 매일 간식 만들어주고 공연히 자주 안아주고 그러는 경우는 드물지 않을까요?" 그날 오후, '예술의전당'에서 모딜리아니, 피카소, 고흐 같은 화가들의 작품을 보다가 한 모녀를 만났습니다. 만났다기보다 아이가 저를 발견했습니다. 반가워서 꼭 껴안아주고 헤어졌습니다. 그 아이에게 미술관에서의 포옹은 그것으로 충분하기를.. 2007. 8. 29.
일본의 역사왜곡 - '요코 이야기'의 경우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67 일본의 역사왜곡 - '요코 이야기(So Far From The Bamboo Grove)'의 경우 - 한 일본인 여성이 쓴 글이 미국의 여러 중학교에서 교재로 사용되고 있는데, 그 글은 1945년 일제 패망 이후, 한국인들이 귀국하는 일본인 여성들을 성폭행하는 등 온갖 폭력을 자행한 것으로 그리고 있으며 주로 우리나라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크게 왜곡하면서 일제의 만행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어서 뉴욕과 보스턴, 로스앤젤레스의 한국계 학부모, 학생들이 분노하고 있답니다(조선일보 2007. 1. 18 및 1. 13 관련 기사 종합). 그 작품 '대나무 숲에서 너무나 멀리 멀리 떨어진'(So Far From The Bamboo Grove)은 일제 말기인 1945년 7월말, .. 2007. 8. 29.
‘왜 교장으로 살아가는가’ 물으시면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66 '왜 교장으로 살아가는가' 물으시면 방학을 한지 열흘쯤 지났으므로 아이들이 가정에서 지내는 것에 익숙해졌겠습니다. 계획대로 생활하는지, 혹 부모님을 짜증스럽게 하지는 않는지 궁금합니다. 계획대로 생활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으므로 부모님이나 아이들이나 어차피 좀 느긋해질 필요가 있고, '이번 방학에는 이것은 꼭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을 제대로 실천하면 좋을 것입니다. 선생님들도 여유로운 나날을 보내면서 2007학년도 학교교육을 구상하고 있을 것입니다. 저도 올해는 어떤 학교를 만들어나갈 것인지 생각에 잠기기도 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교사로 살아오면서 보아온 교장 중에는 ‘이건 이렇게 하고, 저건 저렇게 하라’는 지시․명령 일변도 교장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학교라는 곳.. 2007. 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