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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파란편지 모음 2

지금 부모의 역할을 다하고 계십니까?

by 답설재 2007. 8. 29.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68

 

 


지금 부모의 역할을 다하고 계십니까?

 

 


방학이므로 모처럼 학교에 나온 한 선생님께 지나가는 말로 물었습니다. "뭐하며 지냈습니까?" 그분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습니다. "아이에게 매일 간식도 만들어주고 자주 안아주고 그랬습니다." 그리고 덧붙였습니다. "그랬더니 글쎄 요즘 그녀석이 제게 반말을 합니다." 몇 마디 더 주고받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업주부도 매일 간식 만들어주고 공연히 자주 안아주고 그러는 경우는 드물지 않을까요?"


그날 오후, '예술의전당'에서 모딜리아니, 피카소, 고흐 같은 화가들의 작품을 보다가 한 모녀를 만났습니다. 만났다기보다 아이가 저를 발견했습니다. 반가워서 꼭 껴안아주고 헤어졌습니다. 그 아이에게 미술관에서의 포옹은 그것으로 충분하기를 바라고 싶었습니다.


방학 동안에 흔히 관찰할 수 있는 두 가지 사례를 보여드렸지만, 신문을 보면 여러분께서 '부모로서 나는 자식을 제대로 챙겨주고 있는지, 도대체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초조하고 불안하다'고 할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몇 가지 사례에서 제목과 개요만 보겠습니다.

 

'「성적 향상 찬스! 부모가 꼭 알아야 할 겨울방학 학습지도 노하우」 겨울방학이 한창이다. 방학은 공부 실력을 향상시키고 학기 중 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부모는 '자녀의 학습 매니저'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방학 동안 자녀의 학습목표와 진행상황을 꼼꼼히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방학 시작 때 세운 여러 계획을 중간 점검하고, 알찬 방학을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자녀 학습지도 요령을 살펴보자.'(2007. 1. 15, J일보 프리미엄). 궁금해 하실까봐 그 '요령'의 제목이라도 소개해드리면, '학년별로 학습방향 흐름 고려' '방학숙제는 자녀 스스로' '독서논술도 중요 학습영역' '자녀와 함께 여행도' 등입니다.


'「아이 성적도 엄마손 가야 빛이 나죠」 매일 직접 가르치고 입시 정보 고1때부터 수집, 책에 관해선 무조건… 읽어달라면 하던 청소도 미뤄 - 목동 엄마들의 자녀교육법 - 사교육 최소화하기, 엄마가 가르치기, 학교 공부에 충실하기…. 너무도 당연해 보이는 이 세 가지 원칙에 충실해 자녀들을 모두 특목고와 서울대·연세대에 보낸 엄마들이 있다. '우린 강남 엄마와는 다르다'고 선언하며 자신들의 자녀교육법을 '목동 엄마들의 파워 공부법'이란 제목의 책으로 펴낸 이들, 김남영·김원경·신인숙씨다. 이들 모두 교육열 높기로 소문난 목동에서 10년 이상 자녀들을 키워온 목동 토박이들이다.'(2007. 1. 15, C일보, 부록). 이것도 궁금해 하실까봐 그 내용의 제목만 열거하면, '사교육을 가지치기하라' '엄마가 가장 좋은 선생님' '학교 공부에 집중하라' '책에는 아낌없이 투자하라' '최고급 정보원이 되라'입니다.


'「과외 없이 6남매 키운 김종선씨 - 공부도 밥먹듯 습관들이도록 도와주세요」"부모는 멍석만 깔아주고 재주는 아이가 부리게 해야 합니다. 그 재주를 썩히지 않게 하는 게 엄마의 몫이고요." "공부는 한번에 끝나는 100m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라고 생각해요. 재미가 있으면 지치지 않고 스스로 하게 됩니다." "무조건 학원 '순례'를 시키는 것은 '낙락장송'으로 자라야 할 아이를 '분재'로 키우는 꼴임을 주변에서 종종 보게 돼요." 6남매를 수재로 길렀다는 얘길 듣고 방배동의 연립주택 자택으로 찾아가 만난 김종선(59)씨는 평범한 엄마의 모습이었다.'(2007. 1. 17, J일보 부록).

 

제목만 보면 무슨 비법이 소개되어 있을 것 같고 '나는 바보 같은, 미흡한 부모일 것' 같아도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 기사에도 이미 그렇게 표현되어 있지만 - 얼마나 당연하고 평범한 것들입니까. 그러므로 사실은 신문기사의 '포장'이 우리를 주눅 들게 하고 초조하고 불안하게 하고 걱정스럽게 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긴 방학 기간에 별로 한 일도 없고 우왕좌왕하는 경우라면 한두 가지 실천하면 좋은 것이 있을 것입니다.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고들 하지만, 실천해야 할 것을 실천하는 것이 바로 왕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지난 한 해 수험생활을 경험한 '고3 학생들이 후배들에게 추천하는 공부습관'(메가스터디 조사, 조선일보 2007. 1. 8, 부록 보도)은 바로 그 왕도를 제시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순위별로 제시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추천하는 공부습관 : 계획세우고 공부하기, 자투리 시간 잘 활용하기, 인터넷강의 미루지 않고 계획적으로 보기, 한눈팔지 말고 공부에 올인하기, 매일 꾸준히 공부하기, 적절한 휴식시간 갖기, 학교수업 잘 따라가기, 즐겁게 공부하기, 복습 철저히 하기, PMP로 인터넷강의 보기


추천하지 않는 공부습관 : 계획만 세워놓고 안 지키기, 특정 공부 방법에 올인하기, 인터넷강의 안 보고 PC로 딴 짓 하기, 오늘 할 공부를 내일로 미루기, 자고 싶을 때 실컷 자기, 음악 들으면서 공부하기, 밤새워 공부하기, 공부하다 중도 포기하기, 휴대폰 옆에 두고 공부하기,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공부하기.

 

 

2007년 1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