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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파란편지 모음 2

학생들에 의한, 학생들을 위한 성복축제 - 「2007 성복교육과정」을 위한

by 답설재 2007. 8. 29.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69

 

 


학생들에 의한, 학생들을 위한 성복축제
- 「2007 성복교육과정」을 위한 구상 -

 

 


학부모나 학생들이 학교교육활동에 대해 이것저것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지적을 하면 교장이나 교사들이나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은 당연합니다. 잘못한다는데도 좋아한다면 제정신이겠습니까.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 사정이 달라집니다. 당장은 비판을 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결국 좋지 않은 결과가 드러나고 말 것이 뻔하다면, 오히려 눈앞의 칭찬이나 묵인에 좋아하거나 안심하는 사람이 제정신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 교원들은 흔히 그 '장기적인 관점'을 교육의 본질적인 성격에 따라 수십 년 혹은 그 이상의 기간으로 보아 설정하고 있으며, 그런 경우에는 우리들 각자가 교원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고 학교를 떠난 뒤 이 아이들이 세상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그날 우리가 수행한 교육의 결과가 드러나게 된다는 입장이 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이제는 우리 학교 교육에 대한 학부모 여러분의 비판을 '쉬쉬' 하고 감추는 행동은 우리들 자신과 우리 학교가 함께 망하게 하자는, 이른바 '실패의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저는, 이 편지를 통해서는 한번도 '교육혁신'이니 이른바 '고객(교육수요자) 감동을 위한 학교교육혁신' 같은 이야기를 한 적은 없으나, 사실은 요즘 교육인적자원부나 전국의 각 교육청에서는 교육혁신을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경기도교육청, 용인교육청도 물론입니다. 우리가 책이나 방송, 신문 등에서 보는 이 세상의 갖가지 변화는 이러한 교육혁신의 당위성을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세상이 변하므로 교육도 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각 기관에서는 교육혁신을 위한 여러 가지 시책을 내고 그 결과를 평가하고 있으며, 방학중에는 전국적으로 교육혁신에 관한 연수를 받고 있습니다.


일전에 이 연수를 받은 우리 학교 선생님 한 분이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교장선생님, 평소의 그 말씀들과 연수 내용이 똑같아요." 그래서 저는 교육혁신을 위한 그 연수의 내용이 더 궁금했습니다. 하기야, 우리 학교에서는 지난해에 한번도 교육혁신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용인교육혁신경진대회'에서는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우리 학교 교육의 모든 면에 대하여 일일이 '이렇게 해도 좋은가, 교육적인가?' 의문을 제기하면서 계획·실천·평가하고, 이것저것 자랑하고 내세우기보다는 조용히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교육혁신의 핵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자랑할 것은 이 아이들 외에는 아무것도 없게 됩니다. 아이들말고 다른 것을 자랑한다면 그것은 교육이 아닐 것입니다. 그렇게 실천하면서 중앙의 시책대로 따르면 그만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대로, 오늘날 이 나라 이 시대의 요청인 그 시책의 틀 안에서 우리 학부모들이 바라는 '성복 어린이상'을 정립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저는 그 어린이상을 홈페이지 등에서 '이런 사람'이라는 글로 나타내고 있으며, 그것을 '생각이 깊은 성복 어린이'로 요약하고 있습니다.


이제 '성복샛별축제'를 예로 들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교사의 철저한 감시, 감독 하에 일사불란하게 개최되는 운동회, 학예회, 그리고 그렇게 진행되는 수업을 고급의 교육으로 보십니까, 아니면 좀 어설퍼도 아이들이 주인인 운동회, 학예회, 그러한 수업을 고급의 교육으로 보십니까. 우리는 가능하면 아이들이 요청하는(혹은 요청해야 하는, 요청할 만한) 내용을 교육적인 프로그램으로 선정·조직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교육활동을 '고급'이라고 간주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요청하는'이라고 했지만, 아이들은 그 축제를 매일, 혹은 매주, 매달 개최하자고 합니다. 그것은 정당한 요청이라고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이들 중 몇 명, 학부모님 중 몇 분이 요청한 내용 중에서 "발표회와 바자회, 체험활동을 따로 실시하자" "아이들의 참여도가 더 높은 활동이 되게 하자" "관람이 편리한 발표회가 되게 하자"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보다 수준 높은 축제를 개최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미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이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평가한 결과를 보고 올해는 수업은 수업대로 진행하면서 하루 한 가지씩 그 1주일이 축제기간이 되게 해보자는 의견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축제에 대해서는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의견이 표출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연습 때문에 수업에 지장이 있으므로 발표회는 하지 말자" "불편을 주는 행사는 하지 말자"는 의견은 수용하기가 어렵고, 딱 한 명이 지적했지만 "사진은 옆에서 찍게 하자" "교장이 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은 꼭 수용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하루하루의 수업은 물론, 토요휴업일 운영이나 학업성취도평가 등 다른 교육활동에 대한 의견들도 이와 같이 분석하여 늘 개선해 나갈 것입니다. 좀 주제넘은 생각인지 모르겠으나 우리는 우리 학교의 교육수준을 높이면 높일수록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의 의견은 그만큼 더 정교해지고 수준이 높아진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러한 관점에서 학부모 여러분의 의견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늘 여러 가지 의견을 주시는 학부모님 여러분께 깊이 감사 드립니다.

 

 

2007년 2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