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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파란편지 모음 2

우리 학교에 다른 나라 아이들이 유학 오기를 기다립니다 - 조기교육 열풍을 보며

by 답설재 2007. 8. 29.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70

 

 

 

우리 학교에 다른 나라 아이들이 유학 오기를 기다립니다

- 우리나라의 '조기유학 열풍'을 보며 -

 

 

 

최근 어떤 신문에서는 '조기유학 엑소더스(exodus)'라는 제목으로 기획기사를 실었습니다. 그런 내용의 기사나 사설을 여러 번 보셨지요? 올 봄에 우리 학교에 취학해야 할 아이들을 조사해보았더니 그 중 열 몇 명이 이미 다른 나라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그 비율이 유학을 떠난 재학생 수보다 높으므로 좀 주제넘지만 우리 학교 교육을 알아보았다면 그 수가 더 적어졌을 것이라는 가정도 해보았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로서는 조기유학을 떠나는 것이 좋을지, 그냥 우리 학교에 다니는 것이 좋을지 명쾌하게 대답하기가 어렵습니다. 자칫하면 "뭐 그리 잘한다고…" 하실 것 같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어느 경우가 그 아이에게 더 효과적인가를 교육적으로 판단하기가 참으로 어렵고 어쩌면 개별 사례로서 판단하기는 영 불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무모한 판단을 하기보다는 그런 현상을 지켜보는 교육자로서의 느낌을 이야기한다면, 우리는 다른 나라, 예를 들어 일본 사람들과 비교하여 다른 일에 대해서는 이웃이 하는 일에 전혀 상관하지 않고 심지어 일부러 무관심하지만, 유독 교육문제만큼은 이웃이 하는 일을 그냥 지켜보지 못하고 일단 따라잡아야 속이 시원한 사람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기유학도 그렇습니다. 아이가 그 먼 나라에 가고 없는데 부모는 어떻게 이곳에 남아 있을 수 있는지 저로서는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는 일인데도, "누가 간다, 누구도 간다 하니 불안해지고 우리 애도 보내야하는 것 아니냐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에요." 하니 도대체 교육에 대한 판단기준을 어디에 두는지 모를 일입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한 가지 더 이야기하면 가령 교육비가 모자라면 무슨 '도우미'라도 한다는데, 그렇게 해서 그 아이가 공부를 실컷 한 다음 그 부모가 무엇에서 보람을 찾았는지에 대해서는 한번도 속 시원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습니다.


이제 왜 조기유학을 보내는지 생각해보겠습니다. 신문을 보면 그 이유라는 것을 조목조목 밝히고 있는데, 우리나라 교육은 입시위주, 지식주입 위주의 획일적 교육일 뿐만 아니라 영어교육 하나 제대로 받을 수 없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비판에 대해서는 우리 교육자들도 할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가령 초등학교 교육은 어느 나라 못지않은 수준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있는데도 왜 초등학교 때부터 조기유학을 떠나느냐는 것입니다. 또 교육의 본질적인 면에서 이야기한다면, 한국교육개발원의 학부모 의식조사로도 몇 차례 밝혀진 사실이지만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총체적으로는 "이 아이를 바른 인성을 지닌 인간으로 자라게 해 달라"고 요구하다가도 정작 교육 장면에서는 당장 "저렇게 해서 대학에 들어가겠느냐"는 비판을 하기 마련이므로 학교에서는 분명한 교육목표를 설정하기가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학교교육에 대한 최종적인 기대가 '인간교육'과 '대학진학'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어서 교육목표는 그럴듯하게 설정해놓지만, 정작 하루하루의 교육은 대학입시에만 치중하는 수준에 매몰되고 만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러한 현상에 대해 '조기유학생이 생각하는 한국 학교의 나쁜 점과 현지 학교의 좋은 점'에 대한 기사를 보면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조선일보, 2007. 1. 29, 6면). 2006년에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조사한 결과라는 그 내용을 인용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복수응답).

 

한국 학교의 나쁜 점 : 암기위주의 주입식 교육(21.4%), 너무 공부만 시킨다(20.5%), 많은 학생수로 인한 개인능력 무시(19.6%), 교사 체벌(11.0%), 학생들의 교사 무시(6.8%), 깊이 있는 인간관계 불가능(6.2%), 질서가 없다(5.4%), 과다한 숙제(4.8%), 낙후한 학교시설(4.2%)

 

자, 우리 학교가 이와 같은 학교입니까. 우리가 암기위주로 너무 공부만 시키고 개인의 능력을 무시하고 체벌을 해대는 그런 학교입니까? ……. 이번에는 미국에 가 있는 조기유학생들이 이야기하는 현지 학교의 좋은 점을 보십시오.

 

개인의 개성 존중(17.4%), 하고 싶은 공부, 필요한 공부를 한다(16.5%), 자유롭고 자율적인 분위기(14.1%), 발표 및 대화 중심의 재미있는 수업(12.0%), 원하는 과외활동 가능(12.0%), 교사가 학생을 존중(11.7%), 친구간의 유대관계가 좋다(5.1%), 학교폭력이 없다(4.8%),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3.9%), 교사를 존중한다(2.4%)

 

미국에 가 있는 아이들이 대답한 것이므로 제 관점과 다르겠지만, 저로서는 미국 학교의 그 좋은 점이라는 것에 대해 우리 학교는 그렇지 않다고 인정할 수 없으며, 이 내용을 본 느낌을 이야기하라면 가령 우리가 한달에 한번 현장체험학습을 가면 "놀러간다"고 비판할 것도 미국에서 그렇게 하면 "참 잘하네." 하고 높이 평가하는, 우리로서는 대단히 억울한 의식이 잠재해 있는 평가라는 점입니다.


두고 보십시오. 우리 교육의 허점이 좀 고쳐지고, 우리 대한민국 교육의 힘이 세상에 알려지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유학을 오는 학생들을 이곳 성복동에서도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무엇이든 가야하면 가고 와야하면 오는 것이 당연하므로 조기유학도 우리 아이들이 나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가기만 하고 다른 나라에서는 오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2007년 2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