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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파란편지 모음 2

자녀는 이렇게 가르쳐야합니다 - 어느 부모의 자녀교육 사례 보기 -

by 답설재 2007. 8. 29.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65

 

 

 

자녀는 이렇게 가르쳐야합니다

- 어느 부모의 자녀교육 사례 보기 -

 

 

 

① '안 된다'는 말은 하지 마십시오. 그 아이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십시오. 창의력과 자립심을 길러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안 된다' 하고 제지하고 싶은 그 행동 속에 창의력이나 자립심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영주는 어릴 때 화장지 통에서 화장지를 쏙쏙 뽑아내며 놀았습니다. 그래도 그 아이의 어머니는 화장지 통을 빼앗지 않았습니다. 두 통쯤 더 갖고 놀다가 더 이상 화장지 뽑기 놀이는 하지 않았습니다.

 

② 음악교육은 두뇌개발에 도움이 됩니다. 영주는 세계적인 음악가입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음악가로 키울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 애에게 처음 바이올린을 가르친 것은 음악을 통해 수리력·사고력·언어능력을 골고루 키워주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한 의도로 가르칠 수 있는 것을 음악에 한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③ 조기교육은 필수적입니다. 뒤늦게 음악적 재능을 발견하면 몇 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테니스 선수 마르티나 힝기스도 겨우 두 살 때 라켓을 잡기 시작했고, 네 살 때 대회에 출전했습니다. 영주에게는 만 4세 생일 선물로 16분의 1 사이즈 바이올린을 사줬습니다. 그렇다고 여러 방면에 소질이나 적성, 혹은 취미를 보이는 아이의 재능을 속단하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유의하십시오.

 

④ 음악을 하는 아이라고 해서 특별대우는 하지 마십시오. 일상의 소중함을 아는 평범한 아이로 키우십시오. 영주에게는 침대 정리는 물론 방 청소와 화장실 청소도 시켰습니다. 일상생활에서 평범하다는 것은 언제나 편리할 뿐만 아니라, 그 아이가 자라서 훌륭한 재능을 발휘하게 될 즈음에는 미덕이 될 수도 있습니다.

 

⑤ 최소의 연습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도록 하십시오. 무턱대고 많이 한다고 좋은 것은 아닙니다. 하루 3시간이면 충분합니다. 기계적인 연습을 강요하지 마십시오. 연습량을 늘리기보다 짧은 시간 집중하는 게 중요합니다. 오늘날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믿고 그 자녀를 맡겨둔 수많은 학원 중에는 기계적인 연습과 훈련을 시켜서 아이들로 하여금 오히려 그들의 소중한 재능을 썩혀버리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⑥ 불필요한 경쟁심을 자극하지 마십시오. 누구는 어떤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누구는 어느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는데 너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식으로 아이를 나무라지 마십시오. 아이들은 비교하여 꾸중하는 것을 싫어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꾸중은 비정상적인 방법을 생각하게 하는 지름길이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⑦ 체력을 길러주십시오. 영주는 만능 스포츠맨입니다. 체조·자전거·롤러스케이트·수상스키 등 안 해본 운동이 없습니다. 빡빡한 연주 일정을 소화해내려면 체력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⑧ 콩쿠르 입상 결과에 연연하지 마십시오. 영주는 한 번도 콩쿠르에 출전해본 일이 없습니다. 콩쿠르보다 오디션이 더 중요합니다. 콩쿠르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해내고 무대 공포증을 극복해내는 기회일 뿐입니다. 메달의 양이 다른 아이보다 더 많은 대회 출전 기회를 말해주는지 아니면 재능을 말해주는지는 의심스러울 뿐입니다.

 

⑨ 원대한 목표를 세우게 하십시오. 어떠한 일에도 목표 설정만큼은 중요하고 필요합니다. 영주는 15세가 되기 전에 전 세계의 유명한 오케스트라와 빼놓지 않고 협연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물론 목표 달성은 훨씬 앞당겨졌습니다.

 

 

제가 나열한 아홉 가지 내용을 어떻게 보셨습니까? 어떤 분은 모든 항목에 대해, 어떤 분은 일부에만 공감하셨을 것입니다. 또 어떤 분은 '아, 교장의 딸이 외국에 나가 있다더니 그새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가가 되었구나' 하실 분도 계시겠군요. 아닙니다. 제 딸은 다른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위의 내용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사라 장, 26세)를 키워낸 그의 부모가 책을 지어 이야기한 것을 신문에서 보고 옮긴 것이며, 제 생각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속았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잠시 다른 사람의 자녀교육에 대한 생각을 엿보았다고 생각하시면 도움이 되겠지요.

 

그러면, 이번에는 이 아홉 가지에 대해 '지금 내 자녀에게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한번 체크해보십시오. 물론 공감할 수 없는 항목에 대해서는 비워두셔도 좋습니다. 가정교육에 대해서도 최선의 방향이나 방도를 이야기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위의 아홉 가지 항목 중에서 꼭 실천해보시겠다고 생각하신 내용이 있는지 체크해 보십시오. 있습니까? 그렇다면 제가 잠시 여러분을 어리둥절하게 해드린 것도 영 엉터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아울러, 여기까지 제 생각을 따라와 주신 데 대해 감사 드립니다.

 

 

2006년 12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