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세월47

하루 또 하루... 나는 아침 6시가 되기 전에 일어난다. 이후의 시간은 나 몰래 흘러서 금세 저녁이 되고 서성거리다 보면 깊은 밤이다. 하루하루가 이렇게 가는 걸 나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다만 지켜볼 수밖에 없다. 포기 상태가 되었다. 2023. 10. 13.
"안단테 안단테 Andante Andante" 저물어 석양이 붉고 내일이 휴일이어서 차는 끝없이 밀리고 몸이 굳어버린 건 이미 한참 되었어도 주차해서 굳은 몸을 펴줄 만한 장소는 보이지도 않는데 "세상의 모든 음악"(93.1) DJ가 아바의 노래를 들려줍니다. 나는 그 시절에 듣던 노래들의 가사를 번역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냥 흥얼거렸습니다. 다행인 것은 아무도 무슨 노래냐고 묻지 않았습니다. ('뭘 알겠나?') 나는 세월도 그렇게 흘려보냈습니까? 아이들도 그렇게 가르쳤습니까? 다 망쳐놓았습니까? 생각만 해도 기가 막힙니다. 노래를 들으며 E대학교 영문과 교수를 지낸 P를 생각합니다. Take it easy with me please Touch me gently like a summer evening breeze Take your time mak.. 2023. 8. 15.
세월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텔레비전에서 오십 대 중반의 연예인들을 보며 살아갑니다. 그들 중 단 한 명도 나를 모르지만, 나는 자주 그들을 의식하며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느낌일 때도 있습니다. 어제는 더 젊은 연예인들이 그들 오십 대 앞에서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문득 저 오십 대 중반 연예인들은 활발하게 활동하는 지금을 시작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그렇게 여기고 싶어 할 수도 있지만 곧,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흐른다는 걸 느끼게 되고 내일, 그새 시간이 이렇게나 흘러갔구나, 뒤돌아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세월은 일흔에도 자식을 가져 세상을 놀라게 하는 한둘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여든아흔에도 열정으로 살아가는 몇몇 유능한 사람들을 위한 것도 아닐 것입니다. 세월은 성근 체에 담긴 고운 모래처럼 혹은 결국 긴 시간을.. 2023. 8. 3.
봄은 어김없이 오네 온갖 사정을 막론하고 봄은 오고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봄은 오고 생각은 사람마다 다 달라도 봄은 오네 2023. 3. 24.
겨울밤 벽시계 사륵사륵…… 사각사각…… 눈 내리나? ... 아니네? ... 좀벌레가 벽을 갉아먹고 있나? 아, 벽시계 소리! 갉아먹는 소리 같은, 눈 오는 소리 같은 갉아 먹히고 내려서 사라지는 나의 겨울밤 나의 시간 2023. 2. 17.
그새 또 입춘 마음대로 시간이 가서 그리 차갑진 않은 바람이 붑니다. 야단스레 또 한 해의 겨울이 오더니 맥없이 사라지려 합니다. 나는 마음뿐이어서 말도 꺼내보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자꾸 멀어집니다. 2023. 2. 3.
구월과 시월의 사이·차이 낮에 돌아와 점심을 먹으며 아내가 거실 달력을 넘겨놓은 걸 봤다. 내가 9월 30일에 떠나서 오늘 돌아왔으니까 그 생각을 못했던 거지. 달력 넘기고 메모해 놓는 건 으레 내가 해온 일이었는데... 아, 이제 보니 내 방 탁상달력은 아직 구월이네? 지난 금요일엔 구월이었지. 그새 달라지다니... 구월 달력을 그대로 둘 순 없겠지? 구월엔 아쉽지만 여름의 끝자락을 잡고 있었는데... 그대로 두어도 좋다면 나는 늦여름에 사는 것이고 구월 속에 살아가는 것인데... 일기예보를 들어보면 곧잘 늦더위로 기온이 29℃까지 오르는 곳도 있다고 했는데... 그런 현상을 기대하긴 다 틀린 일이지?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었지? 어쩔 수 없는 일이어서 아무도 그 얘기를 꺼내지도 않겠지? 비까지 내리네. 추적추적... 기온이 .. 2022. 10. 2.
잘도 오는 가을 뭘 어떻게 하려고 이러는지 알 수가 없다. 단 한 번도 제때 오지 않고 난데없이 나타나곤 했다. 기온이 아직은 30도를 오르내리는데 시골 구석구석까지 찾아가 물들여버렸다. 결국 올해도 이렇게 되고 말았다. 이런 식이면 누가 어디에 대고 어떻게 불만을 표시하거나 항의를 할 수 있겠는가.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라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나는 정말 따르기가 싫다. 2022. 9. 18.
지난 3월의 눈 TV에선 오늘 상춘객이 넘쳐났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3월 19일, 저 산에 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2022. 4. 3.
W. G. 제발트 《토성의 고리》 W. G. 제발트 장편소설 《토성의 고리》 이재영 옮김, 창비 2011 한여름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던 1992년 8월, 다소 방대한 작업을 끝낸 뒤 나는 내 안에 번져가던 공허감에서 벗어나고자 영국 동부의 써픽 카운티로 도보여행을 떠났다.(10) 이렇게 시작된다. 파괴와 고통, 희생 같은 것들로 점철되어온 역사를 슬픔으로 바라본 기록이다. 무자비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모든 것은 죽어갔고 폐허, 파괴의 흔적만 남아 있다. 보이는 것마다 공포와 공허, 덧없음, 우울을 보여준다. 슬픔은 끝이 없다. '토성의 고리'? 우리 모두는 우리의 유래와 희망이 미리 그려놓은 똑같은 길을 따라 차례차례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우연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일어난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할수록 나는 점점 더 자주 나를 엄.. 2022. 3. 25.
이 세월 '세월'이라는 제목으로 달랑 "설명할 길도 없고 설명해봤자 별 수 없는 세월…"이라고 쓴 적이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가 다가옵니다. 베이징에서는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고 적지 않은 나이에 기저질환이 있는 나에게 코로나는 여전히 위협적인 나날입니다. 순조로운 건 이야기하기가 쑥스럽긴 하지만 나의 이 세상에서는 단지 시간의 흐름뿐입니다. 일주일 후면 '우수'니까 봄이 완연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수(雨水)가 걸핏하면 우수(憂愁)가 되어 떠오릅니다. 문득 내가 국민학교 1학년인가 2학년 때 네 시간을 마치고 우리 교실이 있는 건물 뒤편 공민학교에 다니는 이웃집 성완(誠完)이 형을 찾아간 그 시간이 떠오릅니다. 칠십 년 가까이 지나가버린 그 시간은, 봄이 오면 꼭 한두 번씩 떠올려본 장면입니다. "봄비가 내립니.. 2022. 2. 12.
하루 또 하루...... 어제저녁이 잠시 전이었는데 오늘 또 날이 저물었습니다. 2021. 1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