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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세월42

가을구름 나를 두고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도무지 어떻게 할 수가 없는 나날들이 나를 두고 나를 빤히 쳐다보며 지나가버리네. 2016. 9. 24.
2016년 7월! 7월! 2016년 7월……. 또 한 해의 가을, 겨울이 오고 있다. 「4계」1열두 곡을 단숨에 듣는 것 같다. '휙!' '휙!' 지나가버린다. 심각한 일이지만 몸도 마음도 모른 체한다. 태연하다. 더는 매일 밤 〈뉴스아워〉를 시청하지 않을 것이다. 더는 정치나 지구온난화에 관련된 논쟁에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무관심이 아니라 초연이다. 나는 중동 문제, 지구온난화, 증대하는 불평등에 여전히 관심이 깊지만, 이런 것은 이제 내 몫이 아니다. 이런 것은 미래에 속한 일이다. 올리버 색스는 죽음 가까이 가서 이렇게 썼다.2 앨빈 토플러도 저승으로 갔다. 안 된다! 이제부터라도 배워야 할 것을 배워야 한다. ..................................................... .. 2016. 6. 30.
경춘선 철로변 경춘선 철로변 용산행 경춘선 철로변 풍경입니다. 오고 가며 눈여겨보는 풍경은 여러 가지입니다. 빌딩 숲, 만(灣)의 건너편에서 바라보는 해운대나 시드니항을 생각나게 하는 멋진 주택가, 동요 '기찻길 옆 오막살이'가 생각나게 하는 나지막한 집들, 먼 산, 한강, 철로와 교차하여 끝없.. 2016. 2. 7.
힘겨웠던 설득 힘겨웠던 설득 2015.1.1.14:02 Ⅰ 권력이나 지위, 돈, 지식 같은 걸 가지고 있으면 영향력 있는 말을 하기가 수월한 것 같습니다. 일부러 애쓰지 않아도 하는 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가게 되고, 특별히 다듬지 않은 말을 해도 듣는 쪽에서 스스로 좋은 뜻으로 해석하여 의미를 찾으려고 할 수도 .. 2015. 11. 8.
늙어가기 Ⅰ 일요일 새벽은 부지런한 이웃 주민이 폐품을 정리하는 소리로 시작됩니다. 그 순간에 부스스 잠을 깹니다. 이 아파트의 우리 동(棟)은 앞과 옆이 열려 있어서 이웃 주민들이 오르내리는 길이 훤히 보이고 그 길가에 재활용 분리수거함들이 놓여 있습니다. 빈 병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 일요일 새벽이구나. 그새 또 일주일이 지나가다니……' 그렇게 생각하는 일요일 새벽의 기억들은 쉽게 겹쳐지기 때문에 지난 일주일이 무슨 파노라마처럼 떠오르는 경우는 거의 없고 그저 텅 빈 시간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세월이 빨리 흐른다는 느낌은 그래서 더욱 절실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Ⅱ 순간(瞬間), 순식간(瞬息間).1 처음에 이 말을 만들어낸 사람도 나와 같은 경험으로써 이 말들을 .. 2015. 8. 19.
"어디 갔다 이제 오니?" 그 식당에는 정자 같은 좌석들도 있었습니다. 거기에 앉아서 바라보는 한낮의 유월 하늘이 너무나 맑고 시원해서 농사를 짓는 친구가 떠오르고 무척 미안했습니다. 얼마나 덥겠습니까? 가뭄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겠지요. 요즘은 전화도 오지 않습니다. 추석이 오거나 가을걷이를 해놓아야 여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것도 미안한 일입니다. 전화를 받기만 했습니다. 일하는데 전화를 하면 방해가 될 것이라는 건 핑계입니다. '아! 소 먹일 시간이 아닌가?' 며칠 전에는 시내에 나가서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전철역에서 난데없이 그런 느낌을 가졌었습니다. '늦지 않을까?', '뭐라고 꾸중을 듣지 않을까?'…… 그러다가 이곳은 서울이고, 지금은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려서 돌아갈 수도 없는, 21세기의 어느 날, 2015년 6월이라는.. 2015. 6. 30.
2013 가을엽서 2013 가을엽서 저 하늘 좀 보십시오, 내 참…… "내가 언제 그랬느냐?"는 실없는 사람처럼 저러면 되겠습니까? 아무리…… 사실대로 말하겠습니다. 며칠 전만 해도, 아니 며칠 전이라고 할 것도 없지요, 저 땀내 나는 옷 좀 보십시오. 그래 놓고는 시치미떼듯…… 나 참…… 어제저녁에는 '.. 2013. 9. 1.
그렇게 더워요? 남양주시청에서 발간하는 『쾌한도시』 8월호 표지 뒷면입니다. 전철을 타고 오며 펼쳤습니다. 철썩 철썩 파도소리와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아빠, 엄마와 함께 쌓던 모래성, 혹시라도 파도에 쓸려 내려갈까 조심조심 토닥이며 한 단, 한 단 모래를 쌓으면 아슬아슬한 나만의 성이 맞이해 준다. 이 글과 그림을 보며 아무것도 없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던 나의 여름방학들을 생각했습니다. '모래성'은 무슨…… '아빠, 엄마'는 무슨…… 나는 방학만 되면, 방학숙제를 했다 하면, 커다란 수박과 넓고푸른 바다를 그렸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저 위의 저런 그림과 글들이 주는 막연한 '기대'를 생각하고 그리워했습니다. 내게도 무슨 일이 일어나든 일어나겠지 이번이 아니라면 언젠가는 일어나겠지 그렇게 여섯 번의 여름방학과 여.. 2013. 8. 14.
오며가며 Ⅱ 2012.10.23. Ⅰ 우연히 무대 장치들이 무너지는 수가 있다. 기상·전차·사무실 혹은 공장에서 네 시간, 식사·전차·네 시간의 일·식사·잠, 그리고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그리고 토요일, 똑같은 리듬에 따라, 이 길을 거의 내내 무심코 따라간다. 그러나 어느 날 라는 의문이 솟고, 그리하여 모든 것이 당혹감 서린 지겨움 속에서 시작된다.(알베르 까뮈, 민희식 옮김,『시지프스의 신화』육문사, 1993, 27). 『시지프의 신화』에서 이 부분을 읽으며 '그래, 맞아! 삶은 지겨움의 연속이야' 하고 생각한 것은, 1990년대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이 책은, 참 어쭙잖아서 공개하기조차 곤란한 어떤 이유로 그럭저럭 대여섯 번은 읽었는데, 그렇게 감탄한 그 몇 년 후 어느날에는 '뭐가 그리 지겨워.. 2012. 10. 30.
슈테판 츠바이크 『이별여행』 슈테판 츠바이크 『이별여행』 배정희·남기철 옮김, 이숲, 2011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나날』(로랑 세크직, 현대문학, 2011)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의 주인공인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 이야기다. 세계 3대 전기작가 중 한 명이라는 말도 있다. 표지부터 좀 재미있다. 웃기는구나 싶었다. 슈테판 츠바이크가 찍은 사진일 것 같진 않고, 2011년 그러니까 지난해에 유럽에서 영화로 제작 중이라고 했으니 제작 중인 그 영화의 선전물인가 싶기도 하지만 추측일 뿐이다. 이 표지 때문에 남들 보는 데서 읽기가 좀 난처했다. 남녀 간의 모습을 보여주려면 이보다는 좀 품위 있는, 혹은 차라리 더 선정적인 사진을 구했더라면 싶었다. 저게 도대체 뭐 하자는 건지, 원…… ♣ 루트비히는 굴욕적인 가난으로 얼룩졌던 어.. 2012. 7. 13.
사촌누나 사촌누나는 지금 문경에서 살고 있습니다. 웬만한 나이가 되면 흔히 그럴 것 같기는 하지만, 누나는 삶에 지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또 그런 생각이 들면 이 세상이 원망스러워집니다. 우리가 시골 살 때, 정말 아무것도 없이 그렇게 살 때, 명절이나 제사 때 찾아가던 우리 큰집은, 속리산 깊은 계곡의 '도황골'이라는 산골짜기에 있었습니다. 백부께서 정감록(鄭鑑錄)을 아주 좋아하셔서 장차 난을 피한다며 그 골짜기로 들어가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난(亂)이라면 그 판단 자체가 난(難)이었을 것입니다. 백부의 그 판단은 당연히 어려운 살림의 근본 원인이 되었고, 그 골짜기를 나와서도 한동안 지난함이 계속되었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교과서에 나오는 '의 좋은 형제'보다 더 우애로운 분이어서 농사가 끝나면 '형님댁'.. 2012. 5. 16.
옛 담임교사가 생각납니까? 연말에 망년회를 했다면서 어느 아이(?)가 핸드폰에 보내준 사진입니다. 1978년에 담임했던 '아이들'입니다. 함께 저 '참이슬'이나 '하이트'를 마실 수 있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 사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눈물겹습니다. 이제 조용하니까 그 동네가 자주 생각나고, 아직도 기억 속에는 그 마을의 어려운 모습들이 생생하게 남아 있지만, '나에게는'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이 '애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여기에 이 사진을 실어놓고 심심할 때, 외로울 때, 생각날 때 열어보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 여러분도 옛 담임교사가 더러 생각납니까? 그 담임교사가 어떻게 생각됩니까? 담임을 했던 그분은 여러분의 어린 시절을 얼마나 기억할 것 같습니까? 나는 그렇습니다. 이 '애들'의 그때 .. 2011. 12.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