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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어디 갔다 이제 오니?"

by 답설재 2015. 6. 30.

그 식당에는 정자 같은 좌석들도 있었습니다. 거기에 앉아서 바라보는 한낮의 유월 하늘이 너무나 맑고 시원해서 농사를 짓는 친구가 떠오르고 무척 미안했습니다.

얼마나 덥겠습니까? 가뭄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겠지요.

 

요즘은 전화도 오지 않습니다. 추석이 오거나 가을걷이를 해놓아야 여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것도 미안한 일입니다. 전화를 받기만 했습니다. 일하는데 전화를 하면 방해가 될 것이라는 건 핑계입니다.

 

 

 

 

 

 

 

'아! 소 먹일 시간이 아닌가?'

 

며칠 전에는 시내에 나가서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전철역에서 난데없이 그런 느낌을 가졌었습니다.

'늦지 않을까?', '뭐라고 꾸중을 듣지 않을까?'……

그러다가 이곳은 서울이고, 지금은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려서 돌아갈 수도 없는, 21세기의 어느 날, 2015년 6월이라는 걸 상기하고 고개를 저었습니다.

 

'내가 얼마나 그런 일을 했다고, 무슨 강박 관념처럼 이런 느낌을 가지나?'

이미 옛일일 뿐이고, 더구나 무엇 하나 남아 있지도 않습니다.

 

"얘야, 어디 갔다 이제 오니?"

엄마가 그러면 더 좋고, 실제라면 아버지라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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