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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사랑터

by 답설재 2015. 7. 22.

 

 

 

 

사랑터

 

 

 

 

 

 

 

 

 

  이 예쁜 커피집 이름은 '사랑터'입니다.

  출입구 오른쪽의 우체통은 장식품일 것입니다. 문득 사랑하는 이가 생각나게 하는…….

 

  젊은 남녀 한 쌍이 창가 테이블에서 마주보고 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사랑터……

  나 같은 사람은 말고 지금 사랑을 나누어야 할, 사랑을 나누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들이 찾아가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나 같으면 저렇게 "사랑터"라고 써붙인 집에 들어갈 수 있었을까?'

  아무래도 아니었을 것 같았습니다. "우리 '사랑터'에서 만나요." 그렇게 말할 용기가 없었을 것 같았습니다.

 

 

 

 

  그때 우리는, 아내와 나는, 지나가는 사람이 거의 없는 한적한 고갯마루 같은 데서 만나 마음놓고 손도 잡고 이야기도 했습니다. 언제 시간이 그렇게 갔는지 밤이 깊어가면 무섭기도 했겠지만 아내는 나를 믿었을 것입니다.

  그게 우리의 사랑이었으니 '사랑터'라니요.

 

  아내와 결혼하기까지는 마음고생을 좀 했습니다. 다 얘기할 필요는 없고, 한마디로 내가 참 오죽했던지 아내쪽 사람들의 반대가 극심했습니다. 거기다가 나를 응원해야 할 내 친가쪽에도 훼방꾼이 있었습니다. 그 혼처에 탐을 내어 내가 물러서기만을 고대한 인척이 있었는데, 급기야 나를 찾아오더니 다짜고짜 이렇게 물었습니다.

  "너 오늘 나와 이야기 좀 하자."

  "……?"

  "그 처녀쪽에선 네가 싫단다. 넌 어떠냐?"

  내 자존심을 자극하자는 작전이었습니다.

 

 

 

 

  "전 좋습니다."

  겨우 그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나마 이러다가 일을 그르치겠다는 판단에 따른 결연한 의사표시였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으면 결국은 나의 그 소극적인 태도, 묵묵부답이 저쪽에는 반대 의사로 전달될 것 같았습니다.

  "그럼, 그 처녀와 결혼을 할 작정이냐? 반대가 극심한데 무슨 수로?"

 

  그 순간, 나는 아예 용기를 더 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를 다그치는 그분은 설마 내가 "나는 그 처녀가 좋습니다." 하고 직설적 표현을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분명했습니다.

  "예! 저는 그 처녀와 꼭 결혼할 것입니다! 어떠한 반대가 있다 하더라도, 중간에서 누가 온갖 방해를 하더라도 저는 결국 그 처녀와 결혼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저를 좀 도와주셔야 하겠습니다."

  내가 그렇게 단호한 표현을 할 수 있는 용기를 낸 것은 그때 그 순간이 난생 처음이었고, 이후로도 나는 그런 용기를 내어 본 적은 없었습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저 '사랑터'에 한번 들어가보고 싶습니다.

  "여보, 우리 저 사랑터에 한번 들어가볼까?"

 

  며칠간 생각 좀 해보고, 그 말을 꺼낼 마음의 준비와 연습도 '충분히' 하고, 들어가서 할 일도 이것저것 '철저히' 준비한 다음 시도해 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보, 우리 저 사랑터에 한번 들어가볼까? 응?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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