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돌아와 점심을 먹으며 아내가 거실 달력을 넘겨놓은 걸 봤다.
내가 9월 30일에 떠나서 오늘 돌아왔으니까 그 생각을 못했던 거지. 달력 넘기고 메모해 놓는 건 으레 내가 해온 일이었는데...
아, 이제 보니 내 방 탁상달력은 아직 구월이네?
지난 금요일엔 구월이었지. 그새 달라지다니...
구월 달력을 그대로 둘 순 없겠지?
구월엔 아쉽지만 여름의 끝자락을 잡고 있었는데...
그대로 두어도 좋다면 나는 늦여름에 사는 것이고 구월 속에 살아가는 것인데...
일기예보를 들어보면 곧잘 늦더위로 기온이 29℃까지 오르는 곳도 있다고 했는데...
그런 현상을 기대하긴 다 틀린 일이지?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었지?
어쩔 수 없는 일이어서 아무도 그 얘기를 꺼내지도 않겠지?
비까지 내리네. 추적추적...
기온이 뚝 뚝 떨어지겠지.
남겨놓은 것들은 어떻게 하지?
왜 이렇게 되는 거지? 왜 이렇게 되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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