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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아버지, 꽃이 피었어요

by 답설재 2024. 10. 4.

 

 

 

아버지와 함께 누워 있었다. 어머니 산소 앞이었다.

거기 한 길쯤 자란 덩굴에 대여섯 송이 탐스러운 꽃이 피어 있는 걸 보고 내가 말했다. "꽃이 피었어요."

"그러네."

꽃을 살펴보고 아는 척했다. "장미꽃이네요."

"응."

10월 1일 밤 자정 조금 넘은 시각, 그새 꿈을 꾸었다.

어머니가 떠난 지 52년, 아버지도 23년이나 되었다.

 

며칠 전까지 무더웠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단 하루도 어렵지 않은 날이 없었던 지난여름이 자꾸 떠오른다.

그리운 거지? 떠날 때가 가까워져서 그런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