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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합창이란 묘한 것, 신기하고 아름다운 것

by 답설재 2024. 9. 28.

주말에는 일을 하며 주로 라디오를 듣는다. 라디오 아니면 외로워서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을 때가 있다. 자주 그렇다. 에리히 프롬이 어느 책에선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수 있어야 한다고 한 걸 심각한 태도로 읽었는데도 나는 그런 걸 '읽으나마나'다. (어쩌면 책 읽는 것 자체가 그런 것 같다. 책 읽은 것 다 치면 돈으로 쳐도 뭐가 되어도 되었을 것이다.)

 

오늘 들은 음악 중에선 베르디 오페라의 이중창이었는데 마치 "노래는 이렇게 하는 거야, 응?" 하는 것 같았다. 아, 정말이지... 선곡표까지 다 찾아봤다.

 

 

Verdi

//<La Forza del Destino > 중  Solenne in quest'ora 

//ten/Jose Carreras,  bar/Renato Bruson, cond/Giuseppe Sinopoli,  Philharmonia Orchestra   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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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에는 내 불친 '코리아 찰스 디킨스' 님 블로그에서 "주 안에 있는 나에게(The Trusting Heart To Jesus Clings)"라는 제목의 합창을 들었다.

 

나는 그 합창이 묘하다고 생각했다. 묘하다? 글쎄, 이상야릇하고 낯설다는 건 아니다. 신기하다. 뭐가? 보면 안다. 가령 남성 열두 명이 합창을 하는 부분에서 그들의 표정이 너무나 진지한 사람도 있고, 아주 밝은 표정인 사람, 다른 무슨 생각에 빠진 듯한 사람, 정면을 바라보는 사람, 고개를 숙인 사람... 누군가 코리아 찰스 디킨스 님 블로그에 가서 확인할까 봐 여기서 그대로 다 표현하기는 난감하고 어쨌든 그 표정들이 제각각임은 물론이고 심지어 사진상으로는 입 모양도 다양한데(여성과 혼성으로 노래할 때도 당연히 그렇다), 놀라운 것은 그 합창이 참 좋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더라는 것이었다.

찬송가여서 내 입장에서는 더 이야기하기는 난처하다. 어쨌든 합창은 좋다! 덧붙이면 노래를 듣는 건 좋다!!

음악은 좋다!!!

 

그 합창  ☞ https://blog.naver.com/mangmangskfk/223597057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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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가르치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아이들이 문제풀이에서 모두 좋은 성적을 받도록 해주는 일이 아니라 제각기 자신의 개성을 잘 발휘하여 꽃 피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교육이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나는 내가 맡은 학생들을 가르칠 책임이 있다기보다는 그들 자신에 대해 가르칠 수 있기에 교육에 애착을 갖게 되었다. 나의 성공은 거기에 있다고 믿었다!"

 

알베르 카뮈에게 철학을 가르친 르 클레지오의 말마따나 교사는 아이들 자신에 대해 가르치는 일에 애착을 느낄 때 진정한 교육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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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만도 아니다. 사실은 국가사회적으로도 그렇다. 각자가 마음 놓고 자유롭게, 그러니까 서로 간에 괴롭히지 말고, 정치가들 같으면 사람들을 귀찮게, 짜증 나게 하지 말고, 안정적으로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며, 뭐랄까 개성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어야 '좋은 정치가'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개별성을 짓밟는 체제는 그 이름이 무엇이든, 그리고 그것이 신의 뜻을 따른다거나 인간이 만든 율법을 집행한다거나 하는 등 어떤 명분을 내세우든, 최악의 독재 체제라고 할 수 있다."

 

존 스튜어트 밀이 "자유론"이라는 책에서 강조한 것도 그것이다. 그런데도 힘을 가지면 그 힘이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사람들을 묶으려고 하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