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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여름과 가을 사이

by 답설재 2024. 9. 22.

 

 

 

9월 20일(금요일)까지는 여름이었지만 21일(토요일, 어제) 아침에 돌연 가을이 시작되었다. 계절이 이렇게 구분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사람의 일이라면 결코 잘하는 일이 아니다. 전에는 이렇게 하지 않았다. 아직 여름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그럼 여름으로 치고, 이미 가을이라고 생각하고 싶은 이는 그럼 가을로 치는 기간이 있었고, 어떤 해에는 그 기간이 꽤나 길었다. 그렇게 해야 준비도 하고 미련도 버리고 어처구니없지도 않고 섭섭하거나 하지도 않았다. 일은 그렇게 해야 원만하지 이렇게 두부 자라듯 하는 건 아니다. 경우에 없는 짓이다.

나는 20일 저녁까지는 아주 얇은 반팔 옷을 입었고 21일에는 얼른 좀 두꺼운 긴팔 옷을 꺼내 입었는데 그래도 저녁에는 미열이 느껴져서 얼른 '물약' 한 병을 마셨고 자기 전에 또 한 병을 마셨다.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살다가 별일을 다 겪는구나 생각했다. 세상 일 돌아가는 것이 꼴 사나워서 섭섭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이렇게 하는 건 정말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