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분류 전체보기3085

‘오리아빠’와 풍물패 ‘노름마치’ 오리아빠는 오남 친구입니다. 생각납니까? 학교신문『양지소식』39호(2008년 가을) 표지사진. 운동회 날 2학년 남자애들이 점심시간을 알리는 바구니를 터뜨리고 한 꼴 넣은 우리 축구선수들처럼 두 팔을 높이 쳐들고 함성을 지르며 달려오는 모습. 그게 오리아빠 작품입니다. 오리 유통업체를 운영하고 있는데 멀쩡한 아들을 두고 ‘오리아빠’란 닉네임을 쓰고 있고 -하기야 그 오리장사가 ‘아들농사’에 직결되니까 그게 그거일 것 같기는 합니다. 그 아들에게 행운이 있기를! - 그의 블로그 이름도 ‘오리아빠의 사진이야기’입니다. 사진 수준은 전문성 문제니까 알 바 아니지만, 그 블로그를 들여다보면 철철 열정이 넘칩니다. 그러다보니 허구한 날 오리 팔 생각을 접고 카메라를 들고 전국 방방곡곡은 물론 외국에까지 나가 돌아.. 2009. 6. 7.
E. 데 아미치스 『사랑의 학교』 E. 데 아미치스 지음 《사랑의 학교》 이현경 옮김/김환영 그림, 창비아동문고 1998. 평생 마음속에 간직해둔 책을 소개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문화일보』 기자가 전화를 해서 「Readers are Leaders」라는 특별기획 코너에 교육자 한 명을 소개하기로 했고, 그 첫 번째 인터뷰가 하필이면 블로그 『파란편지』 주인에게 돌아가게 되었다고 하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이 책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그럴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전혀 없기 때문에 기자가 오면 인터뷰를 어디서 어떻게 하고, 그 기자와 식사를 할 식당 같은 건 전혀 생각해두지 않았습니다. 평생에 책을 그렇게 많이 읽은 사람도 아니고, 앞으로도 '이제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하고 걸신들린 듯 읽어댈 자신도 없지만, 그동안 읽.. 2009. 6. 4.
처서處暑 처서處暑 정 양 냇물이 한결 차갑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들이 뒤돌아보는 일 없이 어제도 이렇게 흘러갔었다 흘러가서 아주아주 소식 없는 것들아 흘러가는 게 영영 사라지는 몸부림인 걸 흘러오는 냇물은 미처 모르나 보다 ..................................................................... 정 양 1942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나 1968년『대한일보』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까마귀떼』『수수깡을 씹으며』『빈집의 꿈』『살아 있는 것들의 무게』『눈 내리는 마을』『길을 잃고 싶을 때가 많았다』『나그네는 지금도』등이 있으며, 을 수상한 바 있다. 『현대문학』2008년 11월호 죽어서 무덤을 남기는 경우 말고는 다 되풀이되는 것인 줄 알고 있었습니다. 오죽하면.. 2009. 6. 2.
사교육대책이 조롱받는 이유 (2009년 6월 2일) 사교육대책이 조롱받는 이유 교육과 학습이 이루어지는 시간, 장소, 비용 같은 조건들은 규제되는 것이 마땅한가? 또 규제될 수 있는 일인가? 사교육대책이 논의될 때마다 갖게 되는 의문이다. 그런 의문은 달리 표현될 수도 있다. 가령 학교교육이 허다한 비판을 받으면서도 국가․사회적으로 보호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단순히 사교육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만으로 누구에게나 그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는가? 사교육을 억제하고 공교육을 강화하자면, 교육목적에 비추어 학교교육이 그만큼 차별화되는 가치를 지닌 것이어야 당연하지 않을까? 사교육대책이 나올 때마다 국민들의 반응은 늘 시원치 않고 심지어 조롱을 받는 모습을 보면, 왜 정부가 바뀔 때마다 이 과정이 반복돼야 하는지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미래기획위원.. 2009. 6. 2.
마이클 티어노 『스토리텔링의 비밀』(발췌) 마이클 티어노* 지음|김윤철 옮김 『스토리텔링의 비밀; 아리스토텔레스와 영화』 아우라, 2008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했을 때, 그분에 관한 여러 가지 일화들이 '한꺼번에'라고 할 만큼 많이 소개되었다. "민가에서 피어오르는 저녁연기를 보며 눈물지은 적이 있다." 그 말씀이 참으로 인상 깊었고, '훌륭한 분이구나' 싶었다. 그때까지는 송구스럽긴 하지만 '사회적 직위가 높은 분'에 지나지 않았다(이 블로그의「기억하고 싶은 기사」2009.2.20. 참조). 주제넘은 얘기 말고도 많다. 무슨 글자가 찍힌 티셔츠, 결코 실용적이지는 않은 고운 양초들, 요즘은 쓰는 이도 없는 열쇠고리들, 포스트잇이 얼마든지 편리한데도 선물 받을 때의 기쁨이 생각나는 책갈피……. 스토리를 지니고 있어서 의미롭고, 세월이 가도 버려지.. 2009. 5. 30.
사쿙 미팜 『내가 누구인가라는 가장 깊고 오랜, 질문에 관하여』 지나온 나날을 떠올려보고,더러 누군가를 떠올리며,혹은 누군가와 얽혀서 일어났던 일을 기억해내며 읽다.곧 잊어버리고 말 구절들을 언제 다시 펴볼까 싶어서 밑줄을 그으며 읽다.언젠가 밑줄 그은 부분만 읽어서 그때 그 뜻을 알 수 없다면,지금 비록 밑줄까지 그으며 읽는다 해도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한 채 읽고 있는 것이므로,그러면 이 책을 다시 읽어야 한다는 생각도 하다. 『내가 누구인가라는 가장 깊고 오랜 질문에 관하여』 사쿙 미팜 지음/안희경 옮김, 판미동, 2008 1부 ∣ 삶을 다스리는 비밀 •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 스스로의 삶을 지배할 줄 아는 당당한 사람이 되는 방법도 이와 비슷하다. 가장 효과적이며 실용적인 방법은 하루에 아주 조금씩만 마음가짐을 바꾸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단 10퍼센트만 말이다.. 2009. 5. 26.
학교자율화 방안, 낙관적인가 (2009년 5월 20일) 학교자율화방안, 낙관적인가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달 30일 학교교육을 다양화하고 특색있는 교육과정 운영과 학교간 경쟁을 통하여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학교자율화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과정, 교원인사 등 학교운영 관련 핵심권한을 교장에게 직접적으로 부여하고 자율학교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교과부는 이 방안에 대해 지난해 4.15 학교자율화 조치로 29개 지침을 폐지하고 장관의 일부 권한(13개 업무 관련)을 교육감에게 위임한데 따른 후속조치라고 설명했다. 4.15 학교자율화의 취지는 이름 그대로 그동안 학교현장의 자율성을 제한해온 불합리한 지침을 폐지함으로써 학교교육을 자율화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학교는 여전히 ‘불조심’, ‘학교폭력 자진신고기간’ 같은 간단한 현.. 2009. 5. 21.
교육과정 자율화 Ⅱ (교육과학기술부 보도자료) 교육과학기술부(교육분권화추진팀)에서는 지난 5월 1일, ‘학교자율화 추진방안(시안)’을 발표했습니다. 교과부 보도자료의 ‘학교자율화 추진방안’(요약) 및 학교자율화 정책자문위원회의 발표자료 중 ‘교육과정의 자율화’ 부분을 옮겨보았습니다. <학교자율화 추진방안 요약> □ 추진 배경.. 2009. 5. 21.
교육과정의 자율화 Ⅰ - 4년 만에 현실화된 제안 - 교육과정의 자율화 Ⅰ - 내 제안을 비웃던 사람들 중 누가 안을 냈을까 -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지난 5월 1일, 학교교육을 다양화하고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학교자율화 추진방안(시안)'을 발표했습니다. 추진과제는 국민공통기본교과별로 연간 총 수업시수의 20% 범위 내에서 증감 편성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교육과정의 자율화'와 함께 교원인사의 자율화, 자율학교 확대, 학교현장 지원체제 구축 등 네 가지였습니다. Ⅰ 내가 ‘2007년 개정 교육과정’의 개정 과정에 참여한 것은 공식적으로는 주제발표에 대한 토론자로 참여한 세 번이 고작이었습니다. 교육과정 개정 이후 초등학교와 중학교『교육과정 해설』총론 집필에도 참여했지만 그건 개정 작업에 참여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 2005. 6. 10(.. 2009. 5. 19.
돌아가는 길 1 당시 이 사진을 받아보고는 '어쩌다가 내 모습이 이렇게 변했나' 했습니다. 변하기 시작하니까 금방입니다. 할 수 없는 일이지요. 이제 '돌아가는 길'이나까요. 다시는 되돌아갈 수는 없는 이 길……. 그나저나 또 세월이 가서 다시 들여다본 이 사진은 내 모습이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의 내 몰골에 비하면 뭐랄까 새 신랑 같습니다. 십육 년? 아득한 날들입니다. 2009. 5. 18.
프로필 이 블로그의 <프로필>을 정리했습니다.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일을 하며 지내는지를 간단히 쓰는 난이겠지만, 그곳에 온갖 것을 다 정리해 넣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제 더 써넣을 것이 없겠지, 내 이력서에는. 학력이나 경력이나 잡문(雜文)들이나 졸저(拙著)나….. 2009. 5. 18.
스승의 날 Ⅱ (살아 있을 때라도 사랑해주자) "여보! 이제는 기나긴 34일보다 더 힘들지도 모를 이별 연습을 해야겠지? …(중략)… 아버님 묘소가 있는 고령군 기산면 선산으로 갈 생각이야. 전동차 안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두개골과 한 줌의 뼈 조각밖에 남지 않아 집안 어른들이 화장을 권유했지만 당신에게 같은 아픔을 두 번 겪게 할 수는 없잖아." 대구 지하철 방화 사건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의 장례식에 즈음하여, 한 남성이 애끓는 심정을 나타낸 독백의 일부이다.1 지하철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그저 '대구에서는 또 지하철 사고가 났구나.' 체념 비슷한 느낌을 가졌다. 그러다가 수많은 사람이 불에 타죽은 장면이 텔레비전으로 방송되는 것을 보면서 '아, 이건 전쟁에 못지않은 참사구나' 하였고, 그들이 죽음을 앞둔 순간에 핸드폰으로 사랑하는 가.. 2009. 5.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