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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마이클 티어노 『스토리텔링의 비밀』(발췌)

by 답설재 2009. 5. 30.

마이클 티어노* 지음|김윤철 옮김

『스토리텔링의 비밀; 아리스토텔레스와 영화』

아우라, 2008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했을 때, 그분에 관한 여러 가지 일화들이 '한꺼번에'라고 할 만큼 많이 소개되었다.

"민가에서 피어오르는 저녁연기를 보며 눈물지은 적이 있다."

그 말씀이 참으로 인상 깊었고, '훌륭한 분이구나' 싶었다. 그때까지는 송구스럽긴 하지만 '사회적 직위가 높은 분'에 지나지 않았다(이 블로그의「기억하고 싶은 기사」2009.2.20. 참조).

 

주제넘은 얘기 말고도 많다.

무슨 글자가 찍힌 티셔츠, 결코 실용적이지는 않은 고운 양초들, 요즘은 쓰는 이도 없는 열쇠고리들, 포스트잇이 얼마든지 편리한데도 선물 받을 때의 기쁨이 생각나는 책갈피……. 스토리를 지니고 있어서 의미롭고, 세월이 가도 버려지지 않는 잡동사니들도 많다. 더구나 혼자서만 간직한 의미는 시시한 것이거나 비밀스런 것에 지나지 않을 뿐이라고 폄하할 수도 있지만 여럿에게 의미로운 것은 유행이 되기도 하고 유명해지기도 하고 돈을 왕창 안겨주는 상품이 되기도 한다.

 

『스토리텔링의 비밀』은 저 유명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그리고 감명 깊은 영화들을 사례로 들며 설명한 책이다. 그러나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드디어' 이 책을 보며 무릎을 칠까 싶은 반면, 세상의 어떤 일을 하든 이런 '비밀'(글쎄, 비밀인지는 모르겠지만)을 알고 있으면 참 재미있겠구나, 조금 더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머리말

 

『시학』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단어가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비극’tragedy이라고 할 때 그 말의 의미는 ‘진지한 드라마’serious drama라는 뜻이며, …….

 

시작하는 말: 액션 아이디어

 

오레스테스는 이야기가 원하는 것이 아닌, 시인이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한다.(16장)

“이야기가 원하는 것을 말하라”Say what the story demands는 모든 시나리오 작가들이 벽에 반드시 붙여놓아야 하는 표어다. 이것이야말로『시학』에서 생겨난 지혜의 진주이며, 인용한 구절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요체이기도 하다.(21)

초보자들은 이야기의 구성보다 대사나 성격묘사에 더 능하다.(6장)

훌륭한 작가는 이야기를 위해 일하고, 시원찮은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위해 일한다.(22)

 

1. 시작과 중간과 결말부터 시작하자

 

전체는 시작과 중간과 결말을 가지고 있다.(제7장)

 

2. 왜 당신의 영화는 시한폭탄이 되어야 하는가!

 

3. 이야기의 재료는 사람이 아니라 행동이다

 

(플롯의) 여러 사건은 긴밀하게 짜여 그중 어느 하나라도 옮기거나 바꾸면 전체가 일그러지거나 망가져야 한다. 어떤 사건이 들어 있든 들어 있지 않든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그 사건은 전체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은 아니다.(8장)

시인이 해야 하는 일은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니라,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 다시 말해 일어날 법하거나 일어날 수밖에 없는, (우리 삶처럼) 가능한 일 같은 것을 그리는 데 있다.(9장)

 

4. 서브플롯은 잊어라-최고의 플롯은 한가지 길로만 간다

 

플롯 가운데 최악의 것은 에피소드 플롯이다. 이야기 속에서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서로 개연성 또는 필연성(인과관계) 없이 존재할 때 나는 이것을 에피소드 플롯이라 부른다.(9장)

 

5. 플롯이 생명이다

 

6. 극의 목표는 플롯을 통해 이루어진다

 

7. 왜 멋진 플롯은 따로따로 놀면 안되는가?

 

(이야기는 반드시) 살아 있는 생물체와 같은 유기적 통일성을 지녀야 한다.(23장)

생물이든 여러 부분으로 구성된 사물이든, 아름다운 것은 여러 부분을 배열할 때 그 속에 일정한 질서가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정해진 크기도 있어야 한다.(7장)

쓸데없이 불필요한 외부기관 곧 장면을 더한다면, 당신의 플롯에서는 머리에서 손이 자라나는, 반드시 없애버려야 하는, 쓸모없는 시나리오의 촉수가 잔뜩 자라날 것이다. 그러면 당신의 시나리오는 반드시 망한다!(77)

 

8. 네 가지 플롯

 

9. 『시학』은 <반지의 제왕>과 같은 서사시에 대해 뭐라고 말하나?

 

스토리는 시작과 중간과 결말을 가진 하나의 전체적이고 완결된 행동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그래야만 작품은 살아 있는 생물과 같은 유기적인 통일을 이룬 채 작품이 지닌 즐거움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다.(23장)

어떤 사람이 오랫동안 외국에 나가 있었다. 포세이돈이 그를 죽 감시하고 있었으며, 그는 늘 혼자였다. 집에서는 그의 아내에게 구혼하는 자들이 그의 재산을 탕진하고 그의 아들을 죽이려 하고 있었다. 그는 갖은 고난을 겪은 끝에 집으로 돌아와 자신이 누구인지를 밝히고 적을 공격한다. 마침내 적은 죽고 그는 살아남는다.(17장)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에게 바로 이러한 ‘액션 아이디어’야말로 거대 서사시인『오뒤세이아』를 지탱하고 있으며, 스토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액션 아이디어’이고 나머지는 다 곁가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93)

 

10. 운명이란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사건일 뿐

 

11. 가장 비극적인 일은 가족 사이에 생겨난다

 

12. 빌어먹을! 겪지 않아도 되는 일을 내가 또 불러들이다니!

 

(비극은) 완결된 행동의 모방일 뿐만 아니라, 연민과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사건의 모방이며(9장) … 연민은 부당하게 불행에 빠지는 것을 볼 때 일어나고, 공포는 우리와 비슷한 사람이 불행에 빠지는 것을 볼 때 일어난다.(13장) … 주인공의 운명의 변화에서 (그 원인은) … 악행에 있는 것이 아니라, 중대한 과실(착오나 실수)에 있어야 한다.(13장)

우리는 검투장에서 싸우지도 않고, 악마와 사귀지도 않으며, 죽음의 행성에 있는 악의 제국과 전투를 벌이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영화의 주인공들과 교감할 수 있을까? …(중략)… 선택이란 행위를 하기 때문이다.(104)

‘판단오류’라는 매력적인 장치는 전체 스토리의 이야기 단위 하나하나에 영향을 주기 위해 쓰이거나, 아니면 플롯을 처음 구성할 때 단 한번 쓰일 수도 있다.(105)

주인공이 삶에서 어떤 판단을 할 때 저지르는 실수는, 주인공을 불행으로 몰아가 스토리의 행동을 구축하며 관객들에게 삶의 심오한 진리를 전달하는 위대한 도구이다.(111)

 

13. 검투사들이 벌이는 피의 축제가‘최고의 영화’로 뽑힌 이유는?

 

비극은 인간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행동과 삶을 모방한다.(6장)

주인공이 ‘도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어떤 영화를 보든 간에 그 영화와 우리 자신이 이어져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116) 당신의 시나리오 스토리에 재미를 더하고 싶다면 도덕적 갈등을 사용하라. 관객들은 정당한 것과 정당하지 않은 것 둘 다 보고 싶어 한다. 왜냐하면 그것이야말로 우리 인간이 처해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116)

 

14. 영화는 해피엔딩이든 아니든 이야기를 갈무리할 만큼 길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비극의 길이는) 주인공의 운명이 연달아 이어지는 개연적 또는 필연적 경로를 거쳐 불행에서 행복으로, 또는 행복에서 불행으로 바뀔 수 있을 만큼 길어야 한다.(7장)

고대 그리스인들은 제일 먼저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인간의 도덕적 의무이며, 다만 그것을 윤리적으로 올바르게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바로 미덕이다.(120)

 

15. 당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그 순간이야말로 바로 반전과 발견의 때

 

(운명의 반전과 발견은) 반드시 플롯의 구성 그 자체(주요 행동)에서 일어나야 하며, 앞서 일어난 사건의 필연적이거나 개연적인 결과라야 한다.(10장)

 

16.“그 일이 언제 닥칠지 몰라요, 어떡하죠?”-복합플롯의 최고 동력

 

발견 가운데 제일 훌륭한 것은…개연성 있는 사건을 통하여 뜻밖의 일이 벌어질 때이다.(16장)

 

17. 악마야말로 <엔젤 하트>의 플롯을 구성하는 진짜 디테일

 

우리가 해리가 인터뷰한 사람들을 떠날 때마다 그 사람들을 죽인다는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짐작하면서 은밀하게 두려움을 느끼지만, 동시에 그가 발각되지 않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그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엔젤 하트>는 이야기의 매 단계마다 스펙터클보다는 이야기 구조를 사용하여 우리에게 마법을 건다.(138)

 

18. 행동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반드시 스크린 위로 드러나야 한다

 

비극의 쾌감은 연민과 공포에서 오며, 시인은 이 쾌감을 모방에 의해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므로 이야기 속 사건에는 반드시 연민과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행동의 원인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14장)

 

19. 영화가 연민과 공포를 주지 못했다면? 해답은 카타르시스

 

연민과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사건으로 이러한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만들어낸다.(6장)

영화가 끝날 무렵 관객들은 플롯구조를 통해 구축되어온 연민과 공포를 배설하는 순간을 만끽한다. 관객들은 이러한 ‘카타르시스’catharsis를 통하여 영화가 휘저어놓은 감정뿐만이 아니라, 살면서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쓰레기도 함께 배출한다. 카타르시스를 통하여 관객들은 다시 마음이 맑아지고 살아가면서 사람노릇을 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가진다.(143)

 

20. 행동은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둘이 함께라면 더 좋고!

 

21. 완벽한 할리우드 희비극 플롯 vs 완벽한『시학』의 비극 플롯

 

(완벽한 플롯에서) 주인공의 운명은 불행에서 행복으로 바뀌어서는 안 되고 행복에서 불행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그 원인은 악행에 있는 것이 아니라 중대한 과실에 있어야 한다. 주인공 또한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은 인물이거나, 혹은 그보다 나은 인물이어야지 그보다 열등한 인물이면 안 된다.(13장)

 

22. 이미 알고 있는 것으로 관객을 움직여야 한다

 

미리 그 사물을 보지 못했을 경우 우리가 느끼는 쾌감은 모방하는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기교나 색채 또는 그와 유사한 것에서 온다.(4장)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극적인 이야기는 관객들이 그 이야기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과 동일시할 수 있는 실재를 반드시 드러내야 한다. 연민, 공포, 카타르시스는 새롭고 내밀한 것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이미’ 생각하고 느끼고 있는 것을 다시 알아보는 것에서 생겨난다.(157)

<멋진 인생IT'S A WONDERFUL LIFE>이 독창적인 이유는 그 영화가 그리고 있는 삶이 바로 우리들의 삶이라는 것을 설득력 있게 아주 잘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쾌감은 그림 그 자체의 ‘모방’에서 온다. 우리 모두 그래봤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다.(159)

 

23. 선한 주인공, 악한 주인공, 그리고 그 중간에 놓인 주인공

 

비극에서 인물은 자신의 도덕적 목적을 드러내야 한다. … 첫째로 성격이 선해야 한다.(15장)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인공은 반드시 선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주인공이 반드시 선해지려 해야 한다는 뜻이다. 관객들이 이러한 중간에 있는 주인공을 자신과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관객들 스스로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하며, 그런 모습이야말로 사람의 참모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162)

 

24. 중요한 것은 행동 뒤에 숨어 있는 당신의 사상이다-시나리오의 톤 만들기

 

극적 행동은 행위자에 의해 드러나며, 행위자는 반드시 성격과 사상의 차이로 구별할 수 있는 성질을 갖고 있다. 따라서 행동의 동기는 바로 이 성격과 사상에 있다.(6장)

 

25. 당신이 그리스 비극에 나오는 합창단을 쓸 수 없다면?

 

26. 진짜 진짜 진짜 살아 있는 인물을 만들려면

 

성격에는 목표로 삼아야 할 점으로 네 가지가 있다. 첫째, 성격은 선해야 한다. … 둘째, 성격은 적합해야 한다. 셋째, 성격은 실재와 같아야 하며, 이는 우리가 말한, 성격이 선하고 적합해야 한다는 것과는 다르다. 넷째, 성격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15장)

 

27. 대사는 행동의 일부분이다

 

시인은 작품 속에 있는 모방의 요소 때문에 시인이며, 또 그 모방은 행동을 모방하는 것이므로, 시인은 운율을 만드는 사람이라기보다도 플롯을 만드는 사람이다.(9장)

행동에서 효과는 설명 없이 나타나야 하나, 언어에서 효과는 화자의 언어로 나타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실제로 화자의 말없이도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다면, 화자가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19장)

 

28. 영화제안서를 들어도 두렵거나 안타깝지 않다면 영화도 마찬가지

 

플롯은 일어난 일을 눈으로 보지 않아도, 사건의 경과를 그저 듣기만 해도 연민과 공포를 느낄 수 있도록 짜여야 한다.(14장)

<블레어 윗치> … 사람들은 영화를 보기도 ‘전’에 이미 무서워했다.(190)

 

29. 쿠엔틴 타란티노의 비선형 플롯NON-LINEAR PLOT2

 

비선형 플롯이 지닌 연대기적인 시간 재배열(뒤섞음)은 반드시 ‘의미’를 창출해야 하고, 그 시간축 위에서 나타나는 단절과 불연속(덜컹거림)은 그 자체로 흥미를 유발해야 한다.(194)

 

30. 당신의 이야기가 뮤지컬이라면, 노래는?

 

31. 실제든 꾸며진 것이든 역사는 반복된다

 

가능한 것만이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다. 우리는 일어나지 않은 것의 가능성은 믿지 않지만 일어난 것은 분명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테니까.(9장)

그 이야기가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믿게 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209)

가능한 것은 언제나 우리에게 설득력이 있다.(210)

 

32.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드라마의 중요성

 

일반적으로 시는 인간 본성에 자리잡은 두 가지 동기에서 비롯한다. 모방은 인간이 어릴 때부터 가진 본성이며, 인간이 다른 하위동물보다 나은 장점들 가운데 하나는 인간이 모방을 가장 잘하며, 처음엔 모방으로 지식을 습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날 때부터 모방한 것을 보고 쾌락을 느낀다. 이러한 사실은 경험을 통하여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아주 보기 흉한 동물이나 시신을 직접 볼 때는 고통스러우나, 그것을 예술로써 매우 정확하게 그려놓은 작품을 볼 때는 즐거움을 느낀다. / 이러한 설명은 다름과 같은 사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곧 우리가 무엇을 배운다는 것-배우는 능력이 사람마다 다르다 하더라도-은 철학자들뿐만 아니라 그 밖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가장 큰 즐거움이며, 그림을 보고, 쾌감을 느끼는 것은 동시에 우리가 무엇인가-예를 들어 ‘저기 저 사람은 누구다’처럼 사물이 갖는 의미를 찾는 일 등등-를 배우기 때문이다.(4장)

 

33. 아리스토텔레스는 코미디를 진지하게 생각했다

 

희극은 보통사람보다 못한 열등한 사람의 모방이다. 여기서 열등하다는 것은 모든 결점을 다 갖추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우스꽝스러운 점을 갖고 있다는 뜻이며, 이것은 추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스꽝스러운 것은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거나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닌, 실수나 기형이다. 예를 들어 우리의 웃음을 자아내는 탈은 추하고 일그러졌지만 고통을 주진 않는다.(5장)

 

맺음말 :『시학』의 원칙으로 관객들의 기대를 끊임없이 배반하라

당신은 원칙을 깨기 위해 원칙을 알아야 한다. 당신은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하기도 하고 그 기대를 배반하기도 해야 한다. ‘규칙’rules을 파괴한 재미있는 시나리오를 읽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세상에 없다. 그것이 바로 규칙을 공부하는 이유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당신은 융통성을 갖게 된다.(226)

 

나는 침대에서 막 일어나 땀 한방울도 흘리지 않고 걸작을 썼다는 신화를 믿지 않는다. 나는 토머스 에디슨이 말한 “천재는 99%가 땀이다”라는 말을 믿는다. 위대한 시나리오 작가를 포함한 모든 예술가는 영화 공부를 할 때 자신만의 방식을 선택함과 동시에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는 두뇌 테크닉도 함께 찾아야 한다.(227)

 

기억하라. 시인은 ‘만드는 사람’maker이다. 시나리오 작가인 당신은 집을 짓는 건축업자와 마찬가지로 무엇인가를 만드는 사람이다. 시나리오 작가는 플롯을 구축하는 사람이다. 그 말은 위대한 플롯을 만들 수 없는 근사한 대사를 쓰기보다 이야기를 위한 강력한 구조를 생각해내는 데 몇 달의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얹을 집도 없으면서 지붕 널빤지를 아름답게 칠하는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228)

 

그들은 술을 마시고, 마약을 하고, 자신의 몸을 함부로 굴리는 것이 작가들의 삶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글을 쓴다는 것은 아주 엄청난 신체 에너지를 필요로 하며 당신의 몸과 마음과 영혼과 정서가 감당해야 할 몫이 너무나 큰 작업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작가는 시나리오를 쓸 때 낮에 일하며, 따라서 당신이 글쓰기라는 괴물을 처치하기 위해 신전을 성스럽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229)

 

당신의 영혼으로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시학』의 핵심이다. 당신은 당신의 영혼으로 관객과 교감해야 하고 관객과 하나 되어야 한다.(229)

 

내 생각에『시학』이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는 가장 본질적인 것은 행동을 통하여 인간의 존재조건을 어떻게 그려낼 수 있는가에 관한 것이며, 그것은 지금 내가 하는 것과 같이 수사학을 내뱉는 것이 아닌, 삶의 진리를 ‘이야기하는’ 강력한 방법에 관한 것이다.(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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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chael Tierno 시나리오 작가 겸 독립영화 '오디션'의 감독. 미라맥스 필름IDT 엔터테인먼트 등에서 스토리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다. 현재 이스트 캐롤라이나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 이야기 속의 시간을 순서대로 펼치는 선형 플롯과 대비되는 개념으로서, 이야기 속의 시간을 실제와 달리 재배열하고 재구성하여 이야기의 전개가 예측 불가능하도록 만든 플롯을 말한다.(역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