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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사쿙 미팜 『내가 누구인가라는 가장 깊고 오랜, 질문에 관하여』

by 답설재 2009. 5. 26.

 

 

 

 

 

지나온 나날을 떠올려보고,더러 누군가를 떠올리며,혹은 누군가와 얽혀서 일어났던 일을 기억해내며 읽다.곧 잊어버리고 말 구절들을 언제 다시 펴볼까 싶어서 밑줄을 그으며 읽다.언젠가 밑줄 그은 부분만 읽어서 그때 그 뜻을 알 수 없다면,지금 비록 밑줄까지 그으며 읽는다 해도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한 채 읽고 있는 것이므로,그러면 이 책을 다시 읽어야 한다는 생각도 하다.

 

 

 

『내가 누구인가라는 가장 깊고 오랜 질문에 관하여』

사쿙 미팜 지음/안희경 옮김, 판미동, 2008

 

 

 

    1부 ∣ 삶을 다스리는 비밀

 

•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

스스로의 삶을 지배할 줄 아는 당당한 사람이 되는 방법도 이와 비슷하다. 가장 효과적이며 실용적인 방법은 하루에 아주 조금씩만 마음가짐을 바꾸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단 10퍼센트만 말이다. 너무 지나칠 경우, 전체 과정을 망칠 수 있으니 유의하자. 이는 한꺼번에 너무 먼 거리를 속도를 내어 달리거나, 능력 이상의 역기를 드는 것과 같다.(48)

 

2부 ∣ 호랑이의 길

 

• 카르마를 이해하라

달빛은 그 자체만으로 수면에 반사되지 않는다. 그러나 물, 어둠 등 여러 원인과 조건이 모이면 마치 마술처럼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 낸다.(77)

우리가 카르마의 법칙에 대해 생각하건 그렇지 않건, 심지어 카르마의 존재를 알건 모르건, 카르마는 항상 존재하며 작용한다. 카르마는 우리의 모든 구석구석을 지배한다. 카르마는 결코 우리를 속이지 않으며, 감추지도 않는다. 또한 쓰라리게도 민주적이다. …(중략)… 이렇게 심어진 카르마의 씨앗은 의식의 흐름 가장 깊은 곳에서 100억 번의 삶 동안, 발아하기 좋은 조건을 기다리며 휴식을 취한다.(78)

☞ 카르마Karma - ‘나’와 ‘남’으로 구분하는 잘못된 믿음에 기본을 둔 혼돈스러운 행동이다. 원인과 결과가 서로 결합되어 만들어지는 의도적인 행동, 말, 마음을 말한다.

이미 저지른 행동을 되돌리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의 행동을 통해 미래에 나타날 카르마의 진행 방향을 바꿀 수는 있다.(83)

우리가 거꾸로 가든 앞으로 가든 카르마는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가 미덕을 행하든지 부덕을 행하든지 카르마는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86~87)

 

• 후회를 이용하여 나아가라

우리 대부분은 생의 마지막 순간에 가장 깊은 후회를 한다. 그동안 삶의 태도를 바꿀 수 있었던 기회가 해마다 365일 동안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매우 섬뜩하고도 무서운 일이다.(89)

인간으로서의 삶의 소중함, 카르마의 법칙, 삼사라의 고통, 무상의 진리, 그리고 자비와 지혜가 진정한 자유라는 것을 관찰함으로써 정확한 사고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가까운 누군가가 세상을 떠나거나, 몸이 아프다거나, 어느 날 얼굴의 주름을 보고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지 않는 한, 이러한 진리는 그리 절실하게 와 닿지 않는다. 그러다 막상 일을 당하면 정신적인 공황 상태를 겪게 된다.(91)

 

☞ 삼사라Samsara - ‘순환하는’의 의미. 고통과 불만족이 끊임없이 순환하는 것을 말하며, 무지 때문에 생긴다.

 

마음을 크게 바꿀 수 있는 풍랑을 견디기보다는 순간일지라도 달콤한 기쁨을 맛보고자 옛 습관으로 돌아가려 하는 것이다. 우리는 세상에 있는 모든 시간을 가진 것처럼 시간을 낭비한다. 그저 다 잘될 것이라 상상하며, 희망에 뿌리를 둔 부정확한 정보만을 믿으려 한다.(91)

그 누구도 “더 자주 화를 내고 질투를 부렸어야 했다.”고 후회하는 사람은 없다.(92)

매일 하루를 마무리할 즈음, 다시 한 번 죽음의 침상에 있다고 상상한다.(92)

많은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 코가 석자입니다. 제 삶을 먼저 건사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한다. “물론 먹고, 자고, 쉴 집이 필요하겠죠. 그러나 남을 돕는 데는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 이상의 것을 바란다면 남들을 도울 수 없습니다.”(95)

 

• 영적인 성장에 도움이 되는 인간관계

다른 사람을 돕겠다는 생각이 자비이고, 자비를 베풀 수 있다고 아는 것이 지혜이다.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용기이다.(111)

 

• 만족은 마음에 달렸다

별 의미도 없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를 위해 얼마나 많은 세월을 허비하고 있는 것인가.(116)

욕망의 결과는 실망과 고통일 뿐이다. 이런 시련의 순간은 마음이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117)

 

3부 ∣ 사자의 길

 

• 자비는 절제에서 온다

프로젝트가 원래 계획보다 늦어져도 화를 내기보다는 참고 기다린다. 그것이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130)

 

• 비난하지 말자

세상이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것은, 모든 것이 내 마음에 들어야 한다는 자신만의 편협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다.(136)

사실 우리는 고통 속에 있다. 이것을 인정할 때, 우리의 마음은 자비를 향해 문을 열게 된다. 우리가 탓할 상대가 누구이건 그 사람 역시 고통 속에 있는 것이다.(137)

 

• 집착을 버려야 사랑이 흐른다

사랑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더 큰 집착을 낳게 된다. 우리는 그가 영원히 우리의 기쁨의 대상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이는 우리가 점점 거꾸로 가는 것이다. 사랑과 집착을 헛갈려 한다. 집착은 고통을 불러온다. 이는 기쁨이 아니다.(144)

점점 관계가 깊어지면서 둘 사이에 틈은 점점 줄어들게 된다. 서로에 대한 우리의 관념은 기대와 집착으로 채워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사랑은 공간이 필요하다. 그 공간은 “질투하지 마세요.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소유하려 애쓰지 마세요.”라고 말한다. 이렇게 여유가 있는 사랑을 집착하지 않는 사랑이라고 말한다.(148)

 

• 남을 도우면 기쁨이 온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표면적인 일들이 우리 삶을 차지할수록, 어질러만 놓고 치우지 않는 아이, 리모컨을 이리저리 돌리는 아내 등 사소한 일에 집착을 하고 짜증을 부리게 된다. 그러면 우리는 이들과 인연을 맺게 된 이유를 잊게 된다.(159)

우리는 자신이 남들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남들이 우리의 도움을 받는 것이 대단한 혜택인 것처럼 생각한다.(162)

 

4부 ∣ 가루다의 길

 

• 영원한 것은 없다

내가 최근에 읽은 잡지에 ‘당신이 죽기 전에 꼭 해 봐야 할 열 가지’라는 제목의 기사가 있었다. 나에게는 해야 할 일이 오직 하나 있을 뿐이다. 죽기 전에, 반드시 우리가 가진 지혜와 자비를 경험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175)

진정한 승리는 영원할 것이라는 망상을 떨치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용감무쌍하게 지혜와 자비를 세상 곳곳에 베풀 수 있도록 해준다.(176)

 

• 집착을 버려야 지혜가 온다

붓다는 이렇게 말했다. “세상은 변화하고 있다. 고정적인 것이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에 집착하는 것이 바로 고통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이런 집착을 벗어나도록 하라.”(178)

애정은 집착을 낳을 수도 있다. 우리는 애정이나 애착을 느끼면 그것을 소유하려 한다. 프라즈나는 우리의 애착이 그 사람이나 사물이 아니라고 보여준다. 우리는 단지 집착되어 있는 것에 집착할 뿐이다. 우리는 애정이라는 감정에 집착하는 것이다.(179)

 

☞ 프라즈나Prajna - ‘최고의 지식’, 예리한 통찰력을 말한다. 티베트의 문양에서는 칼로 형상화되어 있다.

 

흘러가도록 놓아두었을 때, 우리는 무엇을 발견하는가? 공간이다. 이는 열림, 무아, 공空으로도 알려져 있다. 우리가 무엇을 잃었기에 공空인 것일까? 그렇지 않다. 공空이란 자신의 생각대로 되어야 한다는 관념이 없어짐을 뜻한다.(182)

 

5부 ∣ 용의 길

 

•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자아가 형체가 있는 단단한 존재이고 영원하다고 인식한다. 그러나 붓다는 “자아는 사실상 피, 뼈, 기억, 감정, 생각, 인식 등의 집합체일 뿐이다.”라고 가르쳤다.(197)

우리가 이런 집합체를 ‘나’라고 오인하는 순간, 집착, 두려움, 오만이 일어난다. 그리고 이런 집착, 두려움, 오만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나’라고 믿는다. 이를 통해 우리는 세상 전체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특정한 방식으로 인식하게 된다.(197)

 

6부∣삶을 다스리기 위한 길

 

• 자비가 최선의 무기이다

샴발라의 가르침은 우리에게 천국과 지상을 하나로 만들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자애로움, 진실함, 순수함, 두려움 없음, 기교 있는 솜씨, 기쁨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이 자신의 삶을 지배하는 여섯 가지 방법이다. …(중략)… 자애로움, 진실함, 순수함은 정정당당하다는 성질이 있다. 정정당당함은 지혜와 착한 본심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확신에서 나온다.(230~231)

자애로움은 인내에 뿌리를 둔다. 인내함으로써 우리는 너그러워지고, 공격적 성향은 자리를 잃게 된다.(231)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고자 한다면, 고통을 자기 혼자 겪는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고통을 자기 혼자만 겪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천국과 멀어지는 것이다.(231)

좁은 마음은 넓은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러기에 지혜로운 사람은 종종 비난과 비평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우리의 힘을 뺏으려 한다. 우리의 너그러운 태도를 뒤흔들고, 우리가 부정적인 생각을 갖도록 자극하면서 우리를 추락시키려 한다. 그러나 너그러움은 언제나 최고의 무기이며, 모든 사람을 부드럽게 만든다. 너그러움은 타인을 배려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태도이기 때문이다.(232~233)

 

• 힘을 올바르게 이용하라

진정으로 강한 힘을 갖고 싶다면 다음의 세 가지를 균형 있게 조절해야 한다. 즉 두려움 없음, 기교 있는 솜씨, 기쁨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는 우리를 지상과 연결시켜 준다. 진정한 힘은 두려움 없는 것에 뿌리를 두며, 두려움이 없다는 것은 우리에게 확신, 지식, 이해가 있음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이다.(238)

삶을 다스리는 것은 일종의 예술과 같다. 깨달은 왕과 왕비는 힘의 내적 측면과 외적 측면의 균형을 어떻게 잡는지 안다. 그리고 삶이라는 자신의 왕국을 적절하게 다스린다.(240)

자리에 맞지 않는 사람을 선택하면 왕국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 좁은 마음을 가진 사람을 영향력 있는 자리에 배치한다면 누수가 생길 수 있기에 늘 주시해야 한다. …(중략)… 나쁜 버릇이 있는 사람을 높은 지위에 배치한다면, 더 나쁜 행동을 하도록 기름을 들이붓는 셈이 된다.(242)

기교 있는 솜씨로 행동한다는 것은 우리가 말하려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고, 또 그것을 다른 사람들이 어떤 의미로 받아들일지 안다는 의미이다. 입에서 말이 나오기 전에 그 말이 타인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자신에게 먼저 물어보도록 한다.(243)

우리는 자신의 의견을 상대에게 강요하는 대신 그들이 통찰력과 절제력을 이용하여 자신들만의 지혜를 개발할 수 있는 여유를 주어야 한다. 질문을 하는 것이 그냥 해답을 주는 것만큼 중요할 때가 있다.(245)

사람들이 우리의 따스함을 느낄 때, 그들의 서러움은 녹아내리고 기쁨이 가득하게 된다. 이것이 힘의 예술이다.(246)

내 스승님들의 방에 들어설 때면 이따금씩 뭔가 축연이 막 끝나고 난 뒤에 도착한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한다. 그 안에는 강력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그렇다고 뭔가 특별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248)

 

 

밑줄에 대해서는 소설가 박완서의 생각이 재미있고 ‘정말 그래.’ 하고 인정되는 바가 있다.

 

독자가 책에 밑줄을 긋는 것은 그게 명문이기 때문이 아니라 읽을 당시의 마음상태에 와 닿기 때문일 것이다. 바로 그 점 때문에 밑줄 긋는 일을 기피했다면 그것도 일종의 허영심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여학교 다닐 때는 책이 귀할 때여서 그때 읽은 대부분의 책은 빌려보았다. 달콤한 연애소설은 순번을 정하고 돌려볼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남들이 보던 책이니까, 특히 세계명작으로 알려진 책에서는 밑줄이 그어진 문장을 발견하는 수가 드물지 않았다. 남의 밑줄을 보는 게 당시의 건방기 많은 소녀에게는 은밀한 쾌감이 되지 않았나 싶다. 겨우 요 정도의 문장이 뭐가 좋다고 밑줄씩이나, 유치하긴. 하는 우월감까지 먼저 읽은 동무들에게 느꼈을 것 같다. 그런 나는 얼마나 겁쟁이인가. 남이 나를 그렇게 경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밑줄 같은 건 절대로 안 칠 것 따위나 신조로 삼았으니.

 

박완서,「내 생애의 밑줄」『현대문학』2008년 12월호, 177쪽에서.

 

사쿙 미팜Sakyong Mipham

1962년 인도에서 태어난 사쿙 미팜 린포체는 중국 공산당의 핍박을 피해 서방 세계에 티베트 불교를 전파하는 데 주축이 된 초걈 트룽파 린포체의 아들이자 법맥을 잇는 계승자이다. 그는 전 세계에 걸쳐 명상 네트워크와 센터로 이뤄진 ‘샴발라’의 지도자이다. 고대 히말라야 설산 뒤에 숨은 왕국의 이름이지 이상향 ‘샹그릴라’의 모델로 알려진 샴발라의 지혜와 정신은 사쿙(‘지상의 수호자’라는 뜻으로 샴발라의 왕을 칭하는 이름이었으나 현재는 정신을 계승하는 지도자를 일컫는다.)을 통해 이어진다. 사쿙은 살아 있는 샴발라 불교 전통의 수호자로, 그의 가족을 통해 전승되고 있는 묵포Mukpo 일가의 수행 정신을 발전시키고 있다. 샴발라 전통은 모든 존재가 지닌 착한 본심을 강조하며, 지혜와 자비에 바탕을 둔 용맹스러운 무사도의 예술을 가르친다. 사쿙은 티베트의 학자이면서 가장 존경받던 명상가 중 하나인 미팜 잠양 갸초Mipham Janyang Gyatso, 1846~1912의 환생으로 인정받고 있다. 사쿙 미팜 린포체는 불교 명상, 철학, 예식과 더불어 서예, 시, 궁술을 배웠으며, 서양과 동양의 두 전통 속에서 성장했다. 그는 티베트 불교 중 닝마Nyinma 파와 카규Kagyu 파의 계파를 따르고 있고, 세계 곳곳을 넘나들며 가르침을 펼치고 있다.

www.mipham.com

- 책 날개에서 -

 

☞ 사쿙Sakyong - ‘지상의 수호자’라는 뜻으로, 샴발라의 왕을 가리킨다. 여왕은 사쿙 왕모Sakyong Wangmo라 부르며, ‘지상의 수호자로서 권세를 지닌 여인’이란 뜻이다. 릭덴을 대표하는 샴발라의 왕과 여왕은 자애로운 통치자로서 깨달을 세상을 탄생시키기 위해 천국과 지상을 하나로 만들었다.

☞ 린포체Rinpoche - 티베트에서 존귀한 사람에게 경의를 표하는 호칭으로 ‘귀중한 보석’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