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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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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촌맺기'와 학교교육과정 3월초, 1학년이 입학하는 걸 직접 축하해준 아이들은 4학년입니다. 올해 입학한 그 애들이 3학년을 마치면 언니, 형들이 졸업을 하게 되고, 그렇게 해나가면 우리 학교 모든 아이들이 다 의형제, 의자매, 의남매로 맺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슨 일이 있으면 당장 일러바쳐 보호를 받을 수도 있고, 뭐 .. 2009. 7. 16.
‘미래형 교육과정’으로 그려보는 우리의 미래(한국교육신문 2009.7.13) ‘미래형 교육과정’으로 그려보는 우리 교육의 미래 “교육과정은 미래 세대를 위한 미국의 희망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우리 미국인들이 우리의 가치관을 실현하려는 시도(試圖)는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우리 미국 교육의 어떤 영역에서도 학교 교육과정처럼 어렵고 복합적이고 드라마틱한 역사를 보여주는 것은 없다.” 매사추세츠 주 교육과정 서문에 등장한 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조직에서부터 교육과정정책 관련 행정에 대한 비중이 날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지만 교육과정은 이처럼 학교교육의 핵심․본질․기준이 되는 것으로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이에 소홀한 나라를 찾을 수가 없다. 지난 1월에 설치된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교육과정특별위원회가 마련 중인 ‘미래형 교육과정’의 내용에 우리가 관심을 가질 수밖에.. 2009. 7. 13.
교과서 대여제의 가능성 (2009년 7월 9일) 한때 우리나라도 교과서를 회수하여 상태가 좋은 책은 이듬해 학생들에게 다시 배부했었다. 자원절약이나 교육적 측면에서 바람직한 조치였다. 그러나 해마다 책의 내용이 수정되기도 하고, “내 아이가 왜 헌책으로 공부해야 하느냐?”며 당장 새 책을 구입해주는 학부모가 대부분이어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교과서는 의무교육의 적용에 따라 공급 형태가 유상과 무상으로 결정된다. 또 의무교육이 적용되는 초․중학교라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한해만 쓰고 폐기하는 일회용 교과서를 ‘무상지급’하지만, 미국은 여러 해 사용하는 교과서를 ‘무상대여’하고 있다. 교과서에 사용자 기록표를 붙여 책임을 지도록 하고, 학년말에 교과서를 반납 받을 때 그 상태를 보고 ‘New, Good, Fair, Poor, Bad’로 나누어 훼손이 심하거나.. 2009. 7. 9.
내가 사랑하는 아이들 6 (얘들 눈길 좀 보세요) <메모> 지난해 가을 도서바자회 때의 사진입니다. 가까이 가지 마시고, 멀리서 조용히 아이들 눈이나 좀 보세요. 우리 국민의 독서량이 형편없더라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한해에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 열에 셋이라고 한탄했습니다. 한 권도 읽지 않는 그런 사람은 왜 그렇게 살까요. 아무 이유.. 2009. 7. 6.
콜린 맥컬로우 『가시나무새』 콜린 맥컬로우 『가시나무새』 李曉星 譯, 을지문화사, 1984 사랑으로 맺어졌거나 운명으로 결합되었거나 ‘가족’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혹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이야기한다. 가령, ‘가족’으로 함께 살아간다 해도 사랑과 관심이 없으면 마음은 얼마나 황량해지는가.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랑’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50년에 걸친 이야기 끝에서 마침내 밝힌다는 듯 또 그것을 강조한다. ‘사랑’이란 그러하므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삶은 ‘사랑’을 간직한 누구에게나 다시는 되풀이하고 싶지 않을 만큼 얼마나 고달픈가를 보여주면서(제1부~제6부) 그럼에도 그들의 딸은 희망을 설명하려는 듯 또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을 찾는다(제7부 저스틴의 결혼). 박찬욱 감독이나 콜린 맥컬로우나 어.. 2009. 7. 4.
『오리아빠의 사진이야기』"오리아빠가 교장 하십시오" 블로그 『오리아빠의 사진이야기』에 우리 학교 이야기가 또 실렸습니다. 이번엔 정말로 멋진 사진, 멋진 이야기입니다. 만약 오리아빠가 이 글을 읽는다면 “그럼, 다른 이야기는 시시하단 말인가?” 할 수 있으니까 미리 변명해둡니다. “아, 그건 내 ‘새끼들’ 이야기라서 더 그렇게 보인다는 말씀입니다.” 제목은 「양지초교를 빛낼 뻔한 씩씩한 영웅들」그 파일은 서론, 본론, 결론을 분명하게 구분하고 있으며 본론은 사진으로만 구성되었습니다. 서론은 이렇습니다. “6월 14일 일요일 아침 9시, 일요일 아침을 울고 웃게 만든 아이들이 있었다. 결과로 봐서 정성 들여 만들어온 피켓은 빛을 바랐지만 새벽부터 준비해 나온 아이들 모두는 우승이란 단어에 집착하여 들뜨고 행복한 마음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본론입니다.. 2009. 6. 28.
봄운동회 스케치 ‘양지교육 프로그램’이란 이름으로 마련하는 수많은 날들의 허다한 활동에서 저 ‘촉 트는 풀잎’ 같은, ‘뜰에 노니는 햇병아리’ 같은, ‘하늘 오르는 아지랑이’ 같은 것들은(박재삼,「천지무획(天地無劃)」), 저것 좀 봐! 두 팔 두 손에 힘을 모으고, 입술에도 힘을 주고, 눈을 부릅뜨고 덤벼들지 않는가. 아, 우리가 연출하여 생성되는 저 ‘리얼리티’가 얼마나 신기한가. 별것 아닌 장면에서도 그렇게 살아주는 ‘저것들’이 얼마나 고마운가. 미소를 띤 아이는 가소롭다는 뜻일까, 노려보는 아이는 붙어봐야 안다는 뜻일까, 그리하여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일까. 그래서 어느 아이가 이겼을까? 미니볼링 판이 벌어졌다. 아직 쓰러지지 않은 플라스틱 병 하나가 저 아이의 동작을 저렇게 만들고 있다. 오른쪽 아이의 동작에도 .. 2009. 6. 24.
미래형 교육과정과 우리 교육의 미래 (2009년 6월 24일) 미래형 교육과정과 우리 교육의 미래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산하 교육과정특별위원회가 마련하고 있는 ‘미래형 교육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안에 따르면 국민공통 기본교육과정은 현행 10년에서 9년으로 단축되는 대신, 선택중심 교육과정은 3년으로 늘어난다. 즉 초등 1학년에서 중 3까지의 교육과정은 국민공통으로 운영되고, 고교 3개 학년은 선택 교육과정만 운영해 학교별 자율적 수업이 가능해진다. 또 학기당 이수 교과목수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현행 10개 교과군을 국어, 수학, 사회, 과학기술, 외국어, 체육, 예술 등 7개군으로 축소하는 한편, 고교 내신평가를 현행 상대평가에서 ‘성적 부풀리기’ 논란으로 점철된 적이 있는 절대평가로 다시 환원하는 방안도 포함하고 있다. 현재 4교시인 초등 1․2학.. 2009. 6. 24.
내가 사랑하는 아이들 5 <메모> 까짓거 코피가 터졌어도 공부에 매진하는 아이 지난 5월 22일, 남양주 지역 여러 유치원 원장, 교사들이 우리 병설 유치원에 몰려와서 수업을 참관했습니다. 지금 저 교사는 동화 속에 나오는 무지무지하게 큰 알을 어떤 방법으로 옮겨야 할지를 묻고 있습니다. 핸드폰으로 찍어서 잘 보이지.. 2009. 6. 19.
발표, 기어드는 목소리 □ 현상 가끔 수업을 관찰할 기회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교실의 특징을 말하라면 이런 것 아닐까요? 교사가 일방적으로 부과한 과제에 대한 교사의 일방적인 독촉 “빨리빨리!” 그렇게 해서 이루어지는 교사와 학생간의 1:1 단답형 질문과 대답, “크게 대답해라!” 아이들은, 두어 명을 빼고는 쉬는 시간의 그 엄청난 소란에 비해 거의 시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게다가 질문은 교사의 권한이고, 그건 수업을 진행하는 절차상의 불문율이며, 학생은 대답하는 쪽이어야 정상이므로 간혹 어느 학생이 질문을 했다면(거의 그럴 리가 없지만), 그건 자칫하면 수업의 진행을 방해하는 일이 되기가 쉽고……. 아이들은 왜 질문을 하지 않을까요? 왜 아이들의 질문은 수업안 작성의 고려사항이 되지 않을까요? 우리는 무슨 권한으로 모.. 2009. 6. 17.
교과서제도 이대로 좋은가 지난겨울(2008.12) 어느 날, 한국교육신문사 신연숙 편집부장으로부터 『한국교육연감』 특집 원고를 써달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특집기사는 교과서 제도와 대입제도 단 두 가지로 제게 위탁된 원고는 「교과서 제도 이대로 좋은가」였습니다. 그 원고가 『2009 한국교육연감』 42~62쪽에 실렸습니다. 편집자 주로 다음과 같은 글이 붙어 있었습니다. "국가경쟁력의 원천이 될 교육의 핵심은 학교교육에 있으며 미래를 주도할 학생들에게 교육을 통해 핵심역량을 키우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국가적 과제가 되고 있다. 이에 일부 국가에서는 국가수준의 교육과정 기준을 강화하고 있으며 교과서에 대해서도 일정한 기준을 정하여 검정하는 과정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법령에 근거하여 교과서 제도를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나, .. 2009. 6. 15.
윤재철 「갈 때는 그냥 살짝 가면 돼」 갈 때는 그냥 살짝 가면 돼 갈 때는 그냥 살짝 가면 돼 술값은 쟤들이 낼 거야 옆 자리 앉은 친구가 귀에 대고 소곤거린다 그때 나는 무슨 계시처럼 죽음을 떠올리고 빙긋이 웃는다 그래 죽을 때도 그러자 화장실 가는 것처럼 슬그머니 화장실 가서 안 오는 것처럼 슬그머니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할 것도 없이 빗돌을 세우지 말라고 할 것도 없이 왁자지껄한 잡담 속을 치기배처럼 한 건 하고 흔적 없이 사라지면 돼 아무렴 외로워지는 거야 외로워지는 연습 술집을 빠져나와 낯선 사람들로 가득한 거리 걸으며 마음이 비로소 환해진다 정말이지 “화장실 가는 것처럼 슬그머니” 오고 갈 수는 없을까. 그렇게 가서는 “화장실 가서는 안 오는 것처럼 슬그머니” 잊혀지는 것. “죽음을 알리지 말라”느니, “빗돌을 세우지 말라”.. 2009. 6.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