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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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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非)자율학교를 위한 변명 (2009. 8. 26) 비(非)자율학교를 위한 변명 우리나라에는 가령 고등학교 1학년의 경우 국어 136시간, 도덕 34시간, 사회․국사 170시간, 수학 136시간, 과학 102시간, 기술․가정 102시간, 체육 68시간, 음악 34시간, 미술 34시간, 영어 136시간, 재량활동 204시간, 특별활동 68시간의 시간배당기준을 철저히 준수해야 하는 학교도 있고, 지키지 않아도 좋은 이른바 ‘자율학교’도 있다. 자율학교는 이 기준을 정한 교육과학기술부와 교육청이 지키지 않아도 좋다고 허락해준 학교이다. 교육청에서는 그 외의 학교에 대해서는 이 기준을 철저히 지키고 있는지 장학지도와 행정감사를 통해 일일이 감독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각 학교에서 학년별․교과별로 이 기준을 잘 지켜야 국가가 정한 교육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 2009. 8. 27.
무서운 운전기사 창원에 있는 경상남도교육연수원 교감자격연수과정 강의를 다녀왔습니다. 그곳에 가려면 우선 아침 일찍 택시로 도농역에 가서 전철을 타야 합니다. 왕십리에서 전철을 갈아타고 한 시간 가량 가면 김포공항입니다. 공항에는 좀 일찍 가야 되고, 김해공항에 내리면 창원행 리무진을 탑니다. 창원까지.. 2009. 8. 26.
“큰 인물이 되자”(?) "큰 인물이 되자" 대학 동기 모임에 다녀왔습니다. 41년 만에 만난 친구도 있었습니다. 아주 조금만 잘난 체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이가 드니까 대체로 친밀감이 더 짙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번 8월말 인사에서 P 교장이 끝내 교육장이 되지 못했다는 소식은 충격적이었습니다. 40여 년 .. 2009. 8. 23.
잡초(雜草)가 자라는 화분들을 보며 심미안(審美眼)이 부족한 걸까요? 저는 오묘하게 구부린 분재(盆栽)가 싫습니다. 누가 선물로 주면 말은 “참 좋다”고 해놓고는 그걸 그 원형대로 보살피지 않고 제 멋대로 자라게 두거나 긴장감과 해방감 같은 걸 느끼며 조여 맨 철사를 다 풀어줍니다. 그러면 “아, 시원해!”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2009. 8. 21.
알베르 까뮈 『시지프스의 신화』Ⅱ 알베르 까뮈 『시지프스의 신화』 민희식 옮김, 육문사 1993 이제 나는 자살의 개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 어떤 해결책이 주어질 수 있을 것인가는 이미 느꼈으리라. 이 시점에서는 문제가 거꾸로 되어 있다. 이전에는, 그것은, 인생이란 꼭 어떤 의미를 갖고 있어야만 살 수 있는 것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였다. 그러나 이제는 그와는 반대로, 인생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더라도 그럴수록 인생을 더 잘 살 수 있다는 게 분명해진다. 어떤 체험이나 어떤 특수한 운명을 사는 것은, 그것을 남김없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것이 부조리하다는 것을 알고, 의식에 의해 밝혀지는 그러한 부조리를 어떻게 해서든 자기 앞에 간직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그러한 운명을 사는 게 아닐 것이다. 그가 살아가는 기반이 되는 대립의.. 2009. 8. 18.
알베르 까뮈 『시지프의 신화』 1 알베르 까뮈 『시지프의 신화』 민희식 옮김, 육문사 1993 ◦ 시지프스는 인간 중에서 가장 지혜롭고 사려 깊은 사람이었다. 어느 날, 모든 신의 왕인 제우스Jeus는 아소포스Asopos 강의 딸인 아에기나Aegina를 유괴해갔다. 아소포스는 자기 딸이 누구에 의해 어디로 끌려갔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비탄에 잠겨 있었다. 그때 마침 그 일에 대해 알고 있는 시지프스는 코린트Corinth 성에 물을 대준다면 그 비밀을 알려주겠다고 제안한다. 자신의 계획이 탄로 난 것에 화가 난 전능한 신 제우스는, 모든 신들을 모아 회의를 열어 시지프스를 처벌하기로 했다. 그의 형벌은 큰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밀어 올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밀어 올려 가면 바위는 다시 굴러 원점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2009. 8. 12.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Ⅲ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 김화영 옮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문학성’ 혹은 문학의 ‘자기 지시기능’ - 월간『현대문학』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연재되고 있습니다. 다음 문장에 밑줄을 그어놓았습니다. 글의 분위기가 생각날 수 있도록 앞뒤의 몇 문장을 덧붙여 옮겼습니다(『현대문학』2009년 8월호, 213, 220). “벌써 세 시라니,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게 흐르는 시간이라니까!” 무엇이 와서 부딪친 것인지, 유리창을 때리는 작은 소리가 한 번, 그 다음에는 이층 창문에서 모래를 뿌리는 듯 다량으로 가볍게 쏟아지는 소리, 그리고 이어 그 쏟아지는 소리가 넓게 퍼지면서 고르게 조절되며 어떤 리듬을 갖추는 듯하더니 음악처럼 낭낭한 소리를 내며 무수하게 불어나 온 세상에 골고루 퍼.. 2009. 8. 11.
엘사 모란테 『아서의 섬』Ⅱ 엘사 모란테 지음 『아서의 섬』 천지은 옮김, 문학과지성사 2007 소설은 엘사 모란테가 쓴「레모 N.에게 바침」이라는 시(詩)로 시작됩니다. 레모 N.에게 바침 네가 믿는 땅 위의 한 점은 일부가 아니라 곧 전부였다 이 유일한 보석은 잠에 취한 네 질투의 눈길에 결코 빼앗기지 않으리라 네 첫사랑은 결코 훼손되지 않으리라 검은 숄을 두른 집시처럼 비르지니아는 밤에 갇히고 북쪽 하늘에 걸린 별은 영원하리 어떤 계략에도 견뎌낼 것이므로 알렉산드르와 에우리알로스보다 멋진 젊은이들은 소년의 꿈을 간직하므로 아름답다 혹독히 인도되리라 그 작고 푸른 섬을 무심코 지나치지 못하리니 너는 알지 못할 것이다 내가 배운 많은 진리들을 그리고 산산조각난 내 가슴을 림보*를 벗어난다고 해서 천국은 아닐진대 ----------.. 2009. 8. 9.
엘사 모란테 『아서의 섬』 엘사 모란테 『아서의 섬』 천지은 옮김, 문학과지성사, 2007 소년 아서 제라체가 지중해 나폴리 군도 프로치다 섬에서 어른이 되어가며 겪은 일들을 회상하는 내용의 소설입니다. 문장이 아름답습니다. 섬세하고 상징적입니다. 어머니는 그를 낳다가 죽었습니다. 아버지 빌헬름 제라체를 마치 신(神)만큼 존경하지만 아버지는 그에게 냉담합니다. 그가 어른이 되게 한 사람은 아버지의 두 번째 부인 눈치아타입니다. 열여섯 살 눈치아타가 아버지를 차지한 것입니다. 열다섯 살인 아서는, 처음에는 그녀를 질투하고 증오하다가 어느 순간 그 증오와 질투가 이성적 사랑으로 변하고 그러므로 당연히 괴로움에 싸이게 됩니다. 가슴속에 성장통의 그늘이 남아 있다면 이 소설이 더욱 읽을 만할 것입니다. 제1장 '왕과 별'에서는 프로치다 .. 2009. 8. 5.
샌디에이고에서 온 편지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에서 온 편지를 소개합니다. 보낸 사람이 짐작될 만한 부분은 잘라냈습니다. 샌디에이고, 그곳은 미국 서부의 최남단입니다. 캐나다 서부 남단인 밴쿠버에도 아는 사람이 가 있습니다. 서부 최남단이면 태평양이 보이는 곳이어서 바다 건너면 바로 거기지만 그야말로 멀고 먼 곳입니다. 이런 곳도 있구나, 이렇게 살 수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그런 곳에서 그렇게 살면서도 다 해결된다면 혹은 걱정이 없다면 참 좋겠습니다. 그렇게 살고 싶어서 안병영 전 장관은 신문도 방송도 들어갈 수 없는 고성 골짜기로 들어갔구나 싶었습니다. 늙기 전에 달빛도 있고 별빛도 있는 들꽃도 있고 생각을 날아다주는 바람도 부는 그런 곳에 가 살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삭막하게 지내야 더 편리한, 날카롭게 생각해야 .. 2009. 7. 31.
최문자 「VERTIGO비행감각」 VERTIGO비행감각 최문자 (1943~ ) 계기판보다 단 한 번의 느낌을 믿었다가 바다에 빠져 죽은 조종사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 그런 착시현상이 내게도 있었다. 바다를 하늘로 알고 거꾸로 날아가는 비행기처럼, 한쪽으로 기울어진 몸을 수평비행으로 알았다가 뒤집히는 비행기처럼 등대 불빛을 하늘의 별빛으로, 하강하는 것을 상승하는 것으로 알았다가 추락하는 비행기처럼 그가 나를 고속으로 회전시켰을 때 모든 세상의 계기판을 버리고 딱 한 번 느낌을 믿었던 사랑, 바다에 빠져 죽은 일이었다. 궤를 벗어나 한없이 추락하다 산산이 부서지는 일이었다. 까무룩하게 거꾸로 거꾸로 날아갈 때 바다와 별빛과 올라붙는 느낌은 죽음 직전에 갖는 딱 한 번의 황홀이었다. 『현대문학』, 2007. 3월호 미안합니다. 헤아릴 수 없.. 2009. 7. 28.
공개채용 면접 체험기 공개채용 면접 체험기 주제넘은 일이지만 공개채용 면접을 맡은 일이 있습니다. 어떤 건지는 비공개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얘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 어떤 자세로 일하겠는가? * 그곳의 문제점은 어떻게 해결하겠는가? * 갈등은 어떻게 해결하겠는가? * 참여의식은 어떻게 고.. 2009. 7.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