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1159

"복숭아가 어떻게 됐다고?" 오십이 넘은 방송인(연예인?) 아무개 씨가 혼인 신고를 했답니다. 연예인 결혼한 일은, 연예인은 우리와 사는 것이 달라서 뉴스가 되는가 보다 하는 편이고, 했거나 말았거나 시큰둥한 것인데 그 아무개 씨의 경우는 왠지 전화로라도 축하해주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 "결혼해보면 괜히 했다 싶을 때도 있을 순 있지만 좋을 때가 훨씬 많아요. 어쩌고 저쩌고." 그렇지만 나는 그의 전화번호를 모릅니다. 허구한 날 그렇게 친근하게 느껴지던 그의 연락처도 모른 채 살고 있다니... 그가 혼인 신고를 한 것은 아내가 먼저 알아냈습니다. 아내는 그걸 가지고 좀 잘난 척하며 내게 알렸는데 처음에 나는 그 전언(傳言)을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아내) "○○○이가 @#$%^&*~" (나) "복숭아가 어떻게 됐다고.. 2021. 8. 1.
아픈 사람은 아프더라도 골프 스윙 연습하기 웬만해선 수납창구에 가지 않고 무인수납기를 이용하는데 그날은 새로 다른 과 진료를 예약하려고 순번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곳엔 역시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볼 때마다 나의 처지는 잊고 동정을 느낍니다. 누가 아플까...... 부모? 형제자매? 아내? 자녀? 친정 부모? 장인 장모? 그 사람들 중 단 한 명 그 젊은이는 그런 경우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초조함, 두려움 혹은 지친 표정이 역력한 사람들이 앉아 있는 벤치 옆, 벽 쪽 통로에서 젊은이는 골프 스윙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직접 돈을 낼 차례를 기다리는 경우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럼 누구일까? 부모? 형제자매? 아내? 자녀? 장인 혹은 장모? 사내는 사뭇 그 동작을 연습하고 있었습니다. 내 시선을 선망으로 느꼈는지 더 멋진 동작을 연출.. 2021. 7. 28.
이제 겨울이 오겠지요 오늘이 유월 보름이고, 그제가 대서(大暑)였네요? 열두 번째 절기. 딱 중간. 더위가 극에 달한다는 날. 오늘도 36도였잖아요. 어떤 덴 37도였지요? 일간 내려가겠지요.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주제에 괜히... 전철역 앞에서 나누어주는 홍보용 부채를 들고 "덥구나" "참 덥구나" 하다가 '안 되겠는데?' 하고 69,900원짜리 선풍기를 하나 샀는데 저녁때 내다본 저쪽 하늘 구름이 가을구름 같아서 '좀 기다려 볼 걸 괜히...' 싶었습니다. 어느 날 서리 오고 찬 바람 불면 '올해 더위도 대단했는데...' 잠깐 생각하다가 그땐 또 그 겨울에 마음을 빼앗기겠지요. 늘 그랬거든요. 그러면서 세월이 갔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나의 모든 게 끝나게 되고 아, 그렇다면 늘 그런 건 아니겠네요. 2021. 7. 24.
제2의 지구? "무지한 것들..." 코로나만 해도 어려운데 무더위에 폭우, 산불 등 지구촌의 자연재해가 연일 마음을 흩트려놓고 있습니다. 다 사람이 자연을 망가뜨려 놓아서 그렇다는 말도 합니다. 대안이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민망하긴 하지만 이만하면 지구는 충분히 망가뜨렸으니 더는 꾸물대지 말고 다른 별로 이사갈 준비를 하자든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지구를 고쳐쓰자든지... 2019년(아! 그리운 2019년...) 8월 1일 뉴시스(NEWSIS)에 "31광년 거리에 제2의 지구 존재? NASA, 학계에 보고"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대기 구성 측정 기대..일부 행성 표면 물 존재 가눙성도'라는 부제가 붙어 있고 기사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31일(현지시간) 태양계에서 약 31광년 거리에 지구와 유사한 .. 2021. 7. 22.
달에 가서 살겠다 이거지? 일본 과학자들도 달에서 가져온 토양을 연구한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인간이 달에서 살 수 있는 조건을 연구하는 것이겠지요. 과학자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하는 일이니 나 같은 사람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긴 하지만 몇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이 별(지구)을 버리고 달로 가겠다, 이거지? 이 별에서 살 수 없다는 거지? 그럼, 이 좋은 지구를 망쳐놓은 인간들이 달로 가서 달조차 망치겠다 이거지? 달을 다 망친 다음에는 또 화성으로 간다고 벼르겠지? 도대체 누구 맘대로? 달에 가서 살려면 얼마나 어려울까? 뭐가 지구보다 유리할까? 풍족한 건 뭘까? 그러지 말고 지금이라도 환경을 망치는 일을 다 그만두고 이 좋은 세상을 보존하며 살 수는 없을까? 아무래도 안 되겠지? 아무래도 지구를 더 개발하자는 사람들을 말릴.. 2021. 7. 19.
구름, 그 하염없음과 덧없음 바라보는 그 순간에는 하염없다. 정지된 듯한 그 시간이 오래오래 그대로일 듯하다. 그러나 얼마나 허망한가. 그 시간은 지금 세상 어디에도 없다. 덧없는 구름, 덧없는 시간. 구름 같은 시간. 2021. 7. 17.
나이드는 것 병드는 것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늙고 병드는 것에 대한 생각이 다르지 않습니다. 저도 나이가 많다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 더' 혹은 가능만 하다면 오래오래, 그러다가 이 세상이 생긴 이래 유일한 사례로 영영 죽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저의 본능일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 한때의 저처럼 그렇게 생각하는 젊은이가 이 세상에는 한두 명? 글쎄요., 몇 명일지는 모르지만 전혀 없다고는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오만방자한 생각을 할 때는 죽음이란 주변의 문제이지 결코 저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성적으로는 요양원까지는 가지 않고 조용히, 가족들이 아직은 아니라고 할 때 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확실히 노쇠와 사망은 누구에게나 오는 것이어서 남의 일로만 .. 2021. 7. 15.
지난겨울은 행복했지 이만큼 쓸었는데 다시 눈이 내립니다. 올라가서 다시 쓸어내려와야 할 것 같습니다. 추위도 만만치 않은 데다가 눈 치우는 도구는 껑충한 대나무 비 하나뿐입니다. 눈이 그치지 않는 것도 걱정입니다. 일간 나가야 하는데 눈이 그치지 않을 것 같아 난감합니다. 사정은 늘 그랬습니다. 언제나 달라지면 더 나을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달라져봤자 다 내리막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게 어떤 건지 알 수가 없어 두려움 같은 것으로만 다가옵니다. 눈을 다 쓸었다고 해서 마음이 비워지지 않을 것을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행복했습니다. 지난겨울은 행복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습니다. 2021. 7. 12.
메아 쿨파 Mea Culpa, Georges Jouvin 54년 전 여름날 늦은 밤에 나는 메아 쿨파 트럼펫 연주를 숨을 죽인 채 듣고 있었습니다. 그 건물 2층은 문을 열어봤자 손님도 거의 없는 음악실이었는데 그곳에서 음반을 찾아 1층으로 갖고 내려가 듣고 또 듣고 했는데, 하도 들어서 그런지 이 저녁에 모처럼 Georges Jouvin의 트럼펫 연주를 들으니까 당장 54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었습니다. "사랑하는 탓으로 범한 일곱 가지의 큰 죄를 고백했지만 그래도 당신을 위해서라면 몇 번이고 죄를 거듭하겠노라는 격렬하고 심각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는 설명도 보았습니다.교만(Pride), 탐욕(Greed), 탐식(Gluttony), 정욕(Lust), 질투(Envy), 나태(Sloth), 분노(Wrath).그러나 나는 그런 사연이 담긴 가수들의 노래보다는 오.. 2021. 7. 6.
"나도 한때는 새것이었네" 모처럼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아침을 굶고 가서 채혈을 했고 러닝머신에 올라가서 걷고 뛰어야 하니까 빵과 커피로 아침을 때울까 싶어서 그걸 샀지만 내키지 않아서 차에 갖다 두고 네 가지 검사를 더 받았습니다.모처럼이었으므로 그동안 변한 것도 있어서 질문을 해야 할 것도 있었습니다. 대부분 친절합니다. 그렇다고 "참 친절하시네요" 하면 의심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 노인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가 뭐지?'친절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뭘 물으면 간단히 대답하면 될 걸 가지고 아예 미주알고주알 얘기하는 걸 보면 '노인이라고 이러는구나' 싶지만 끈기 있게 듣습니다. 그렇게 어린애에게 설명하듯 하는 사람에게 "다시 한 번 설명해 주세요" 하거나 "나는 이 병원 십삼 년째 드나듭니다" 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잠.. 2021. 7. 4.
사랑에 빠졌다는 것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거리의 악사 데이비드에게 그런 사람을 위한 일을 하는 레긴스 박사가 묻습니다. "항상 그렇게 돌아다닐 이유가 있나요?" 레긴스 박사가 물었다. 아니라고 데이비드는 대답했다. 그가 샌프란시스코를 떠난 이유는 그의 여자 친구가 헤로인 중독자였기 때문이었다. "그녀랑 너무 오래 같이 있었어요." "그녀를 사랑했나요?" 박사가 물었다. "사람들은 그런 걸 사랑이라고 하더군요." 데이비드가 말했다. "내가 어리석었어요." "어쩌면 어리석은 것과 사랑에 빠진 건 같은 건지도 몰라요." 박사가 말했다. "동감이에요, 박사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솔로이스트』(스티브 로페즈, 랜덤하우스 2009)의 한 장면입니다. 사랑에 빠지는 건 어리석은 것과 같다? 사랑에 빠지는 건 어리석기 때문이다?.. 2021. 7. 1.
나는 아무래도 개망초를 제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일주일에 서너 번씩은 이 개망초 밭을 바라봅니다. 그렇게 하면서 아무래도 나는 개망초과인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무슨 꽃을 좋아합니까?" 미팅 같은 건 내겐 이제 혹 저승에 가서나 있을지 모르지만 가령 그렇게 물을 때 뭐라고 답하면 좋겠습니까? "전 장미를 좋아합니다!" 그렇게 답하면 돋보이거나 어울리거나 그 외모조차 장미 같아 보이거나 할 사람이 적지 않겠지만 그게 바로 파란편지라니, 우습지 않겠습니까? 나 참 같잖아서... "저는 수선화를 좋아합니다" "저는 히야신스를 좋아합니다" "저는 붓꽃 마니아입니다" "저는 고흐처럼 해바라기 광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국화를 좋아했습니다" "저는 자귀나무 꽃을 좋아합니다" "저는 저 여성스러운 수국을 좋아합니다" ...... 사실은 그동안 꽃을 .. 2021. 6.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