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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메아 쿨파 Mea Culpa, Georges Jouvin

by 답설재 2021. 7. 6.

 

 

그러니까 54년 전 여름날 늦은 밤에 나는 메아 쿨파 트럼펫 연주를 숨을 죽인 채 듣고 있었습니다. 그 건물 2층은 문을 열어봤자 손님도 거의 없는 음악실이었는데 그곳에서 음반을 찾아 1층으로 갖고 내려가 듣고 또 듣고 했는데, 하도 들어서 그런지 이 저녁에 모처럼 Georges Jouvin의 트럼펫 연주를 들으니까 당장 54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었습니다.

 

"사랑하는 탓으로 범한 일곱 가지의 큰 죄를 고백했지만 그래도 당신을 위해서라면 몇 번이고 죄를 거듭하겠노라는 격렬하고 심각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는 설명도 보았습니다.

교만(Pride), 탐욕(Greed), 탐식(Gluttony), 정욕(Lust), 질투(Envy), 나태(Sloth), 분노(Wrath).

그러나 나는 그런 사연이 담긴 가수들의 노래보다는 오로지 '애절한' 이 연주가 좋았습니다. 다시 들으면 되는데도 연주가 끝나는 부분이 다가오면 초조해지곤 했습니다.

 

이 연주를 이야기해준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때 뭐라고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어쨌든 나는 몇 날 며칠간 밤만 되면 그곳에서 혼자('다들 뭘 하고 있지?') 이 노래를 들었습니다.

노래의 의미 같은 걸 꼼꼼히 읽기보다는 한 번이라도 더 듣는 게 낫겠다 싶어서 사뭇 연주를 들었는데 50년이나 60년 후에도 당장 기억되도록 하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죄 많은 여인" "죄 많은 사랑" '내 탓, 내 탓"이라니? 왜 그렇게 해야만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54년이나 지나서 그런지 모든 잘못은 다 내 탓이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과연, 나의 이 혼돈이 다 내 탓이라면 나의 생애에서, 나에게 주어진 이 시련들에서 '어디까지가 내 탓인지'(나는 신자가 아니므로 다 내 탓일 리는 없으므로! 이게 아닌가? 그럼 뭐지?) 나는 그걸 알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세월이 갈수록 희한하게도 이제 관조적으로 여생을 보내면 된다는 듯한 사람들과 달리 "내 탓"은 자꾸만 늘어나고 있지만. 또 세월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살아 있다면 다음 달, 다음 해, 운이 좋으면 그 이후... 운이 좋아서 목숨을 더 이어가는 것과는 달리 "나의 탓"은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인지, 도대체 이번에는 어떤 부분이 내 탓이 될 것인지 나는 미리 좀 알고 싶습니다.

 

그럴 것 없을까요? 메아 쿨파(Mea Culpa), Georges Jouvin의 트럼펫 연주나 더 들어보며 지내다 보면 어느 날 다 끝나게 되는 걸까요?

 

https://youtu.be/CGB_dwMba4I